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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라는 긴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시대를 특징짓는 가장 큰 힘은 과학과 경제 두 가지이다. 과학의 발전이 끊임없이 지속되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가 놀라울 만큼 확충되었다는 점이나, 자본주의 체제가 전 지구를 장악하면서 세계 경제가 유례가 없을 만큼 팽창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의 진술 또한 엄연한 사실이지만 보다 중요하고도 특징적인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2.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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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문학의 자리 경제적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은 배경음악과도 같은 위상으로 격하되었다. 자체로 감상되지는 못하고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로 장소의 품위(?)를 높여 주는 장식으로 전락한 그러한 음악의 자리에 놓여 있다. 자본의 논리에 비춰 보면 사정이 더 열악하다. 자신의 증식을 목표로 하는 자본이 보기에 인간을 앞세우는 인문학의 주장이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2.23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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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보편성에 대한 믿음은 실제 이상으로 널리 퍼져 있다. 밤하늘의 별이 원래 빛을 발하는 것처럼 훌륭한 예술작품 또한 스스로 광채를 내는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 모두의 마음에 드리워져 있다. 아름다운 작품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는 상식적인 말이 그 뒤를 받쳐 준다. 참된 예술작품이란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는다고 칭송된다. 동서고금의 고전적인 작품들은 &l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2.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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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법이 문제다. 내년부터 시행될 이 법에 따르면 시간강사 제도가 사라지고, 각 대학은 주당 9시간 강의 시수를 보장한 위에서 임용 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여 ‘강사’를 채용해야 한다. 이들 강사는, 사립학교법이나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의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전임교원의 지위를 인정받는다고 한다. 문제는 이와 관련된 주체들 중 누구도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2.0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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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가르치는 자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는, 이제는 별로 제기되지 않는 문제인 듯하다. 사교육이 갈수록 극성을 부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요즈음이야말로 절실하게 물어져야 하는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고등교육기관의 교단에 서는 누구도 그러한 질문을 공론화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교과교육을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가르치는 자의 소임을 다했다고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2.0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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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이 그렇듯이 시나 소설 작품을 향유하는 데 있어서도 문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 문학이란 예술의 특성에 대한 사전지식이 약간이라도 있어야, 감상의 폭과 깊이가 풍성해지면서 우리가 작품으로부터 얻는 바도 커지게 마련이다. 문학작품을 계속 다양하게 감상하다 보면 나름대로 깜냥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러기에는 시간도 노력도 많이 든다.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1.2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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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애가 군대에 가 있다. 훈련소 생활을 탈 없이 마치고 이제 자대 배치를 받아 부대에 들어간 지 열흘가량 된다. 입대한 지 두 달이 넘었건만 아직도 내 마음은 편치 않다. 자식이 작대기 하나 달린 계급장을 달고 낯선 부대에 막 배속된 상황에 처한 부모라면 모두 가질 법한 걱정이 없지 않은 까닭이다. 내가 지금껏 간절히 바라는 바는,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1.1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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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달 전에 이사를 했다. 대학에서 제공하는 숙소의 같은 동에서 두 층 위로 옮아간 것이니 이사다운(?) 이사는 아니지만, 태어나 말 배운 뒤 처음 집을 옮기는 중학생 딸애가 내내 소원으로 꼽았을 만큼 실로 오랜만의 이사였다. 딸애의 방을 그 또래 여자애 방답게 꾸며 아이의 기쁨을 크게 해 준 것을 포함하여, 벽지니 마루니 포함하여 인테리어를 어느 정도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1.11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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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 있을 때마다 하는 말이지만, 예술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지식들을 습득하고 관련 작품들을 감상하는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유홍준 선생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퍼진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이 문화재뿐 아니라 예술의 감상에서도 어김없이 통하는 까닭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1.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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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상에 소중한 기쁨이 되는 일 중 상당수는 음식과 관련되어 있다. 아내가 직접 만들어 주는 만두나 김밥 같은 특식(!)을 온 가족이 조금씩 거들면서 함께 먹게 될 때, 그것은 작지만 기억에 남는 이벤트다. 차례나 제사를 맞아 모두 나서서 제 역할을 한 뒤에 그 음식을 먹을 때 그것은 단순한 한 끼가 아니다. 말 그대로 제의의 일부여서 거기 걸맞은 의미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0.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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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노벨상 시즌’이다. 근래 들어 매년 그랬듯이 언론 한 귀퉁이가 ‘왜 우리는 노벨상이 없는가’라는 주제의 글들을 싣고 있다. 일본이 연이어 노벨 물리학상을 받고, 중국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탓(?)에, 올해의 진단에는 부러움과 자조의 빛깔까지 더해졌다. 노벨상 관련 글들이 항상 지적하는 것은 간명하다.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0.1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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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그루 중 한 명인 피터 드러커가 지난 세기말에 21세기의 진정 새로운 현상으로 힘주어 강조한 것은 선진 세계에서의 출산율 감소였다. 달리 말하자면 고령화 사회의 도래라 할 것인데, 이를 완전히 새로운 문제라고 파악하면서 드러커는 기업은 물론이요 모든 사회 조직에서 그에 따르는 변화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대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선진 세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10.0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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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는 모두 자기 잘난 맛에 산다’고 말해 볼 수 있다. 문학, 역사, 철학으로 이루어진 인문학(Humanities)의 특성상 그러한 면이 강하다. 문학작품이나 작가와 관련된 제반 사항을 연구하는 문학(연구)을 보면, 연구자마다 자신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문학형을 가지고서 그에 따라 대상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내린다고 할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09.2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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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우리는 두 죽음을 맞이했다. 정부의 대학총장 간선제 방침에 대한 반발로 부산대의 한 교수가 투신자살하는 일이 있었고, 터키의 한 해변에서 세 살밖에 안 된 시리아 꼬마의 시체가 발견된 일이 그것이다. 반응은 상이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앞의 사건은 연일 불거지는 다른 사건에 묻혀 가고 있는 반면, 아시아대륙 반대편에서 발생한 뒤의 사건은 선진 자본주
인문학 산책
정태영 기자
2015.09.16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