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기업이란 많은 사람, 재료, 돈 등을 집중시켜 한 사람이 하는 것보다 큰 힘을 가지고 보다 큰 성과를 올리는 집합체이다. 인간은 본래 사회성을 가진 동물이다. 나아가 도구와 에너지를 활용함으로써 보다 큰 힘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이 사실은 다른 업무가 그렇듯이 안전보건관리도 힘의 결집, 즉 팀 플레이(team play)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의 운영이 팀 플레이인 이상 안전보건도 팀 플레이가 필요한 것이다. 사업장에서 안전보건을 담당하는 자는 매우 다양하다. 이들이 상호 연계하여 팀으로서 성과를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축구도 11명이 함께 하나의 볼을 쫓아 움직임으로써 비로소 경기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러면 기업의 안전보건관리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일까? 산업재해의 예방책임이 최종적으로는 사업주에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기업의 다른 사람은 안전보건관리 일체를 사업주 등 다른 사람에게 내맡겨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먼저, 사업주에게는 자신의 종업원이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할 의무가 있다. 다음으로, 관리감독자는 자신 및 부하 직원이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일반근로자는 자신 및 동료가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또 기술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기술자는 자신이 제공한 기계·설비, 원재료에 의해 그것을 사용하는 근로자가 부상을 입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할 책임이 있다.

이와 같이 기업의 안전보건책임은 일하는 모든 자가 각각 부담하고 있고, 기업의 안전문화는 기업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안전보건책임이 종합화되어 구축되는 것이다. 기업의 안전보건책임은 모든 사람이 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오래 전부터 “생산은 우리들이 하고 안전보건은 안전보건스태프가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안전책임과 생산책임이 완전히 별개라는 것을 의미한다. 업무 중에 발생하는 안전보건문제에 대처하는 것은 그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 즉 계선(line)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안전보건은 라인이 책임지고 수행하고, 일상업무 중에 안전보건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안전보건의 라인화이다. 라인화가 부진한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이 남에게 맡기는 것이 되어 책임 있는 안전보건행동이 취해지지 않는다. 이 현상은 문제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안전보건관리에서 발생하기 쉽다.

한편, 안전보건스태프는 최고책임자인 사업주로부터 위임을 받아 안전보건관리활동을 계획하고 사업주를 비롯한 라인의 업무수행을 보좌하는 것이 주된 책임이자 역할이다. 단 여기에서 유의해야 하는 것은, 라인이 생산업무 중에서 안전보건책임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안전보건스태프도 라인의 생산책임의 일단을 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안전보건스태프는 산업재해의 예방활동을 추진함과 동시에 라인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생산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보건과 생산은 상반된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활동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안전보건관리체제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다. 50인 이상을 넘는 사업장에서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관리감독자의 선(지정) 및 산업안전보건위원회의 설치가 의무 지워져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다. 아무리 관리체제가 정비되어 있어도 선임된 각 관리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충분한 기능을 발휘하지 않으면, 문자 그대로 ‘그림의 떡’이 되어 버린다.

이 관리체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스태프가 중심이 되어 각 관리자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하고 활동내용이 사업주에게 전달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림의 떡으로는 배가 부르지 않고 성과도 얻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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