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한국안전학회 / 한국건설안전기술사회 회장

최근 산업재해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자, 정부는 물론 안전유관기관들이 재해감소를 위해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노력은 학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산업안전을 위한 문제들을 이슈화하고, 대안이나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학계에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학계에서는 현재 산업안전의 문제점에 대해 심도깊게 분석하고, 그 근본적인 방안을 연구ㆍ개발해나가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본지는 산업안전강조주간을 맞이하여 이러한 학계들의 노력들을 집중조명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로 안전관련 학회의 가장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한국안전학회 박재영 회장을 찾아가, 그와 산업안전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회장님과 한국안전학회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안전학회는 안전관련 전분야에 대해 체계적인 학문연구로, 안전한 사회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1986년 3월 8일에 설립되어 창립 24주년을 맞고 있습니다. 창립초기에는 산업안전과 관련된 기계, 화공, 전기, 건설안전 및 안전관리(인간공학 및 시스템안전) 분야가 주관심분야였습니다. 하지만 사회발전에 따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대되면서 현재는 산업안전분야 뿐만 아니라 재난, 교통안전, 안전정책 분야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였고, 그에 맞게 학회의 명칭도 한국안전학회로 변경했습니다.

Q. 회장님께서는 올해 3월부터 안전학회에서 일반 기업체 CEO출신 최초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더욱 무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교수님들이 잘해오셔서 제가 회장직을 잘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많이 들고 있습니다.

제가 회장직에 있는 동안에는 기존에 안전학회에서 교수님들이 다져오셨던 부분에 경영마인드를 가미해서 안전학회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어나고자 합니다. 각 분과별 활동을 활성화시키고, 기업체 CEO출신 분들을 회원으로 많이 참여시켜 기업과 학계가 산학협력할 수 있는 학회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Q. 지난 6월 상반기 학술대회가 최다 논문이 발표되는 등 어느 때보다 활발히 진행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상반기 학술대회를 평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학회의 학술대회 발표 논문 수는 그동안 매년 증가를 거듭 하였습니다만 특히, 지난 6월 제주도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는 180여 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되어 큰 성황을 이루었습니다. 특히 이 논문들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회원 상호간의 학술교류가 크게 활성화됐다는데 더 큰 의미를 둘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우리 학회가 명실상부한 안전분야의 중심 학회로 자리매김했다는 것과 안전분야의 연구ㆍ 기술개발이 더욱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Q. 학회의 추계학술대회에 맞춰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될 계획이면서, 산업안전에 있어서는 대단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학술대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10월 19일과 20일 양일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하는 우리 학회의 추계학술대회에 이어 10월 20~22일에는 학회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공동주관하는 국제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재해예방학술분과(약칭, ICOH SCAP)의 ‘제1회 재해예방 국제컨퍼런스(ICAP 2010)’가 개최됩니다.

국제학술대회인 ‘ICAP 2010’는 국제산업보건대회(ICOH 2015)의 국내 유치에 따라 산업안전보건 분야 전문가들의 참여기반을 확대하고, 산업안전보건 서울선언의 의미를 확산키 위해 개최되는 것입니다.

처음 개최되고, 국제적 우수논문이 다수 발표된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우리 학회 회원을 포함한 국내의 관련 전문가들에게는 안전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개발 동향을 파악하고,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Q. 회장님이 생각하시는 우리나라 산업안전문화의 현주소는?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안전문화(Safety Culture)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보통 안전문화라 하면 안전에 대한 근로자의 행태, 안전분위기, 문화를 포괄적으로 아우르는 추상적인 내용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안전분위기(Climate)나 문화(Culture)를 구축하려는 노력에 비해 교육, 지적 및 개선 등의 방법으로 근로자의 안전행태를 개선하여 산업안전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법률적 논리 아래 근로자의 안전행태를 바꿔서 안전 목표를 달성하는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의 초기 단계인 안전행태에서 벗어나 안전분위기와 안전문화를 확산시키고 정착시키는 데에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위험성평가 등과 같은 방법을 적용하여 안전분위기와 안전문화도 좀 더 객관화시키고 정량화시켜서 취약점에 대한 적절한 개선대책을 연구해나가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위에서 우리나라 산업안전이 나아가야 할 전체적인 방향을 짚어주셨는데, 이 외에도 세부적으로 짚어주실 부분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2000년대 들어 자율안전관리가 안전의 주요 전략으로 대두된 바 있습니다. 그 효과는 어느정도 나타났다고 볼 수 있지만, 최근 산업재해 증가 추세를 볼 때는 산재예방 정책에 대한 방향을 다시 한 번 설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방안들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먼저 보통 기업의 안전은 CEO에 달려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기업경영인들의 안전마인드가 강화되면 그 사업장의 안전문화가 발전된다는 뜻입니다. 이런 점에서 ‘기업경영인’들을 안전정책의 타깃으로 설정하고, 그들에게 인명존중사상의 가치와 안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부 고위직 또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위직 출신자 등으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여 그들을 직접 찾아가 계몽활동을 펼치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입니다. 안전관리를 안하면 비용이 얼마나 들어가고, 도덕적으로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등에 대한 자료 및 간단한 안전매뉴얼을 만들어서 기업경영인들을 직접 만나 조언하고 설득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정부 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재해예방에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바로 협력업체에 대한 교육입니다. 협력업체는 시공사에 비해 영세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전관리비를 이윤으로 남기려는 풍토가 아직까지 남아있습니다. 시공사와 협력업체가 같이 안전에 대해 협동하지 않으면 그 사업장의 안전은 보장될 수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관리비 사용처를 철저히 관리 감독해 나가야하고, 협력업체 기업주에 대한 안전교육과 홍보활동도 보다 더 강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제가 모기업 임원으로 제직중일 때 시행했던 것인데, 당시 산업재해를 크게 감소시킬 수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산업재해율 산정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재해율을 산정하는데 있어 4일 동안 요양을 해야하는 사고도 재해 1건으로 취급되고, 사망재해도 재해 1건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재해 건수를 높이지 않으려고 경미한 사고들은 은폐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재해관리에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 건설회사에서 시행하는 환산재해율과 같이 재해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재해율이 전사업장에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정부가 최근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느끼고 여러 안전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위험성평가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는데, 이 제도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아직 도입초기이므로 개선의 여지는 많으나 앞으로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제도가 정착된다면 재해율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단, 이 위험성평가가 빠른 시기에 효율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학계, 안전관련 유관기관 간의 유기적인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안전 분야의 경우 유관기관 사이의 명확한 역할 분담이나 공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급히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최근 산업안전 기능의 지방이양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장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안전업계에서 수없이 지적했듯이 산업안전기능의 지방이양은 많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산재예방에 대한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방이양으로 가면 선거의 공약사업, 지자체의 기업유치 등과 맞물려 규제가 완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산업재해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더욱이 산업안전보건 업무의 경우 통일성과 전문성을 요하지만, 기능이 지방정부로 이양된다면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기준이나 절차를 적용하게 되면서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OECD국가들도 산업안전 기능을 중앙정부에서 다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안전관리는 어느정도의 강제성을 띈 가운데,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펼쳐져야 합니다. 지방이양을 논하기 전에 지자체들이 산업안전에 대해 할 수 있는 역할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산업안전 분야는 인력문제, 비용문제 등에 직면하고 있는데, 이를 노동부와 지자체가 협의해나가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노동부의 힘이 못 미치는 부분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협조해서 해결하고, 반대로 지자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노동부가 적극 나서서 해결하는 시스템이 확립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중심기능은 중앙정부(노동부)에서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Q. 안전과 관련해 정부 측에 제언하고 싶으신 점이 있으시다면?

안전은 단기적인 성과만을 중시하거나 비용과 편의성, 효율성만을 내세우는 것이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위에서 말한 산업안전보건 기능의 지방이양과 같은 사안은 매우 걱정스러운 일입니다. 10년 가까이 0.7%로 답보상태인 산재율을 줄이기 위해서 기존의 패러다임이나 관리체계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고 반성하는 것은 필요한 것이지만, 자칫 규제완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의 변환은 최대한 재고되어야 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학계를 비롯해 많은 안전관계자분들께서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해 힘써주시고 계십니다. 이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국가의 품격을 높이고 경제대국에 걸맞은 무재해 사회를 구축하는데 학계와 산업계를 비롯한 모든 안전관계자가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안전관계자 여러분들의 재해율 감소를 위한 노력과 염원으로 현재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노력과 염원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우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거기에 좌절해서도 안되며 노력을 포기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산업안전관계자 여러분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무재해 사회를 실현하는 그날까지 함께 노력하고 힘을 합치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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