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관리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노력 전개돼야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제도 보완책 마련 시급


지난해 산업재해율은 2012년과 동일한 0.59%를 기록했다. 2006년(0.77%) 이후 6년 연속 감소하던 재해율이 주춤하긴 했으나 2012년 사상 처음으로 0.6%대를 돌파한 이후 그 성과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만 하다. 지난해 연초부터 화학물질 누출, 붕괴사고 등 대형재해가 빈발하면서 재해율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노·사·민·정 모두가 강한 재해예방 의지를 갖고 안전활동을 전개하면서 0.5%대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특히 업종별로 건설업 재해가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고, 55세 이상 연령층의 재해자수가 늘어나는 등 안전관리체계의 부실점이 나타난 것이다. 최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건설재해와 장년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재해감소에 전력을 다할 것을 밝힌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에 본지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 강부길 건설안전협의회 회장, 이영순 매경안전환경연구원 원장, 김규석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과 과장(노·사·민·정 순) 등 산업안전분야의 노·사·민·정을 대표하는 전문가들에게 그 해법을 들어봤다.

◇건설업종의 재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요.

김규석 과장 : 일단 해를 거듭할수록 전체적인 재해자수와 사망자수는 감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설업은 2009년부터 재해자수와 사고성 사망만인율 모두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에는 가파르게 증가한 측면이 있습니다. 건설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기홍 실장 : 옳은 말씀입니다. 전체적인 산업재해 감소 분위기 속에서 건설업의 재해가 증가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정부의 정책 및 각종 예방사업이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이를 제거하는 강력한 방안을 마련·시행해야 합니다. 임기응변식의 땜질처방이 아닌 원칙과 철학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강부길 회장 : 저는 실천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최근 발생한 세월호 참사의 대응과정에서도 불거져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매뉴얼, 절차 등이 있어도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건설업 안전관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철저한 안전관리계획이 수립돼 있어도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안전을 확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영순 원장 : 여러분들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저는 사회 경제적인 여건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건설경기가 둔화되다보니 안전을 위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지요. 또 고령자·외국인 근로자들의 진입이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적절한 직무·안전교육이 실시되지 못하는 점도 건설업 재해가 늘어난 원인이라고 봅니다.


◇구체적으로 건설업 재해가 증가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규석 과장 : 앞서 말씀하신 사회 경제적인 상황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2008년 이후 건설산업의 영업이익은 매우 악화됐습니다. 여기에 공공건설부문의 최저가낙찰제와 이에 따른 낙찰경쟁까지 치열해 진 상황입니다. 지난해 건설업체의 마진율이 거의 제로 또는 마이너스일 정도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겠습니까.

강부길 회장 : 제가 이 부분은 조금 세부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건설경기 악화로 안전관리자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과장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의 대표적인 예가 될 것 같습니다. 건설현장에서 안전의 방향키를 잡고 있는 사람은 안전관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장 안전관리자의 70%가 계약직입니다. 정규직이 아니다 보니 현장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하고, 목적의식이 없이 일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다보니 원활한 재해예방활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지요.

조기홍 실장 : 맞습니다. 안전관리자는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전반적으로 산업재해예방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다수가 비정규직 신분인데다가 소신껏 자신을 책무를 다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안전관리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영순 원장 : 외부 환경적인 요인도 무시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최저가낙찰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현장의 안전관리는 현장 관계자들의 몫인 것은 분명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외부 컨설팅 기관의 조언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저가낙찰제가 시행되는 상황에서는 진짜 필요한 안전기술을 도입, 활용하기보다는 법규를 지켰다는 보여주기식 안전관리가 전개될 수밖에 없습니다.

강부길 회장 : 맞습니다. 과도한 저가낙찰은 공사비를 부족하게 만듭니다. 때문에 원도급사는 부족한 공사비를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공기단축, 부실공사, 미숙련 근로자 고용 등의 편법을 동원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다양한 편법은 결국 건설품질을 저하시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건설산업 전반의 생산기반을 약화시킵니다.

김규석 과장 : 최저가낙찰제와 더불어 건설업 자체의 구조적인 특성도 재해저감을 방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하도급에 하도급이 만연하면서 안전관리에 대한 여력이 부족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영순 원장 : 법·제도의 취약점과 함께 의식적인 부분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안전보건을 바라보는 사회전반적인 분위기가 아직도 선진화되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 모두 안전은 중요하다고 입으로는 말하지만 안전을 위해 설비나 인적 투자를 하라고 하면 얼굴부터 찡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강부길 회장 : 네, 미흡한 안전의식은 분명 재해를 증가시키는 원인입니다. 일본의 경우 120년 만에 선진국에 도달했고, 미국은 180년, 유럽은 250년이 걸려서야 선진국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40년 만에 산업화, 20년 만에 민주화, 도합 60년 만에 선진국 진입을 이뤄냈습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지요. 헌데 그 과정에서 기초와 기본을 중시하는 문화는 사라지고 이를 대신해 탈법주의, 요행주의, 적당주의가 자리잡게 됐고, 결국 이것이 재해가 다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봅니다.

조기홍 실장 : 두 분 말씀에 백번 동의합니다. 제가 좀 덧붙이자면 안전불감증의 만연과 관련해서는 솜방망이 처벌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건설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거나 재해를 당해도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매우 미약합니다. 사업주가 구속되는 일은 거의 없고, 단지 벌금 몇 푼만 내면 되는 상황이 사업주들의 안전불감증을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건설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제시해주셨으면 합니다.

조기홍 실장 :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건설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망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처벌이 강화돼야 합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현장소장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지 않고 현장소장의 책임으로 마무리한다면 건설현장의 재해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건설회사 사업주의 안전불감증은 지속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원청업체의 산업재해 예방책임을 강화해야 합니다. 건설업의 경우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대부분입니다. 원청의 안전보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건설업재해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하도급업체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경우 원청업체의 산업재해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강부길 회장 : 제도적인 부분을 말씀해 주셔서 저도 한 말씀드리면, 정부에서도 건설업 재해를 저감시키기 위해 최저가낙찰제의 확대를 유예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무 이행 등도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저가낙찰제는 유예가 아닌 철폐를 하고 즉각 종합심사낙찰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신공법에 대한 사전 안전성 검토를 강화해야 합니다. 최근 하루가 멀다하고 신공법이 등장하고 있는데, 사실 현장에서 이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어떻게 시공업체가 새로 나온 모든 공법의 장단점을 짧은 시일 내에 파악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이유로 최근 대형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다발하고 있습니다.

김규석 과장 : 두 분께서 말씀하셨던 방안들이 올 초에 발표한 ‘건설현장 재해예방 종합대책’에 상당부분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앞서 말씀하신 건설업 재해의 원인들을 제거하는 데 상당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책의 중요 사항 몇 가지를 말씀드리면 먼저 최저가낙찰제를 종합심사제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현재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고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종합심사제를 시행할 생각입니다. 이를 통해 최소한 공공부분에서라도 건설사의 수익구조를 바꿔 안전관리를 강화토록 할 방침입니다.

또 하나는 하수급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입니다. 본사에서 안전관리 전담 조직을 조직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하도급 근로자도 관리하도록 한 것이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도를 강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계획서를 제출받아 심사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제는 위험공정이 시작되기 전에 또는 수시로 이행여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사항들을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작업중지, 수시감독, 안전보건진단 및 개선계획 수립 명령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부분은 대규모 현장에 해당되는 사항입니다. 대규모 현장에 대해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면 중소규모 현장을 대상으로는 기술지도, 안전보건지킴이 제도 활성화 등을 통해 지원을 늘리고 있습니다. 즉 건설업체에 대한 접근법과 현장에 대한 접근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대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된다면 올해는 전년 대비 30% 정도 재해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영순 원장 : 법과 제도를 강화하여 사업주들로 하여금 산재사고가 얼마나 큰 손해를 주는가를 경험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경험하지 않고도 안전관리의 참 가치를 깨닫게 해주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안전보건관리는 기업경영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작업장에 있을 수 있는 위험요인을 찾아내어 설비를 보강하고 근로자들이 안전한 방법으로 작업을 실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공학적인 부분은 물론 인간의 안전행동을 관리하는 관리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사업주나 경영층에서는 안전을 근로자들이 주의만하면 지켜지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안전관리에 대한 경제적인 가치 산출 법 등을 개발하여 경영층에게 홍보,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 2012년부터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제도’가 시행됐습니다. 그 성과와 앞으로의 개선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규석 과장 : 제도의 도입 취지부터 설명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 제조업의 경우 고정된 사업주가 있지만 건설업, 특히 일용근로자들의 경우 고정된 사업주와 사업장이 없는 상황입니다. 즉 ‘채용 시 교육’을 사업주의 의무로 부여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때문에 건설업 기초안전보건교육 제도는 일용근로자들이 현장에 진입하기 전에 안전의식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것입니다. 2012년부터 현재까지 대략 90만명 정도가 교육을 이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강부길 회장 : 안전의식 향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교육이라는 것을 부인하실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지난 2012년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현장의 안전의식이 높아진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업체가 난립하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진 것은 물론이고 일회성으로 교육이 진행되다보니 효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도입취지가 퇴색되지 않을 것입니다.

조기홍 실장 : 이 부분에 저도 동감합니다. 분명히 이 제도는 건설근로자의 안전보건의식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적인 교육은 오히려 산업재해 예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건설업기초안전보건교육 제도가 건설업 재해예방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교육의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교육기관 자격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고 제대로 교육을 실시하는지에 대한 정부의 지도감독이 강화돼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일회성 교육이 아닌 지속적인 안전보건교육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건설업 재해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로 정착될 것입니다.

이영순 원장 : 두 분 의견과 저도 생각이 같습니다. 조금 더 내실 있는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육과정, 교육내용 등에 대한 세밀한 평가가 이뤄져야 현장 실정에 부합하는 교육제도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김규석 과장 : 이런 지적을 감안해서 정부에서는 여러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단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올해 12월 3억 미만 현장까지 제도 시행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일단은 기초안전보건교육 제도를 현장에 정착시키는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물론 중장기적인 보완책도 고심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근로자가 언제든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으면 정부에서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 해당 기관에 일괄적으로 교육비를 지급해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재원마련 방안과 훈련 기관이 교육을 실시했다는 것을 어떻게 입증할지 등 세부안이 도출된 것은 아니지만 올해 안에는 어떻게든 제도를 보완할 계획입니다. 또 별도의 재원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면 교육 이수자들을 대상으로 향상교육을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부분의 연령대에서 재해가 감소했으나 55세 이상 연령대에서는 재해가 증가했습니다. 그 원인과 재해감소를 위한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조기홍 실장 :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 국가로 접어들었습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고령 근로자의 산업재해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많은 사업장에서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이 40~50대로 접어들면서 근골격계질환 등 작업관련성 질환을 비롯하여 각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 따라서 국가차원에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반영한 산업안전보건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특히 고령근로자의 경우 퇴직 후 재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에 대한 안전보건 교육 강화 등 다양한 대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이영순 원장 : 55세 이상의 근로자라고 해서 모두가 재해다발자는 아닐 것입니다. 젊었을 때부터 지속해서 일을 하던 분들이 해당 작업의 위험성을 더 잘 파악하고 있어 오히려 젊은이들보다 사고를 덜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확하게 분석해보아야 알 수 있는 일이지만 55세 이상의 근로자 중 재해다발자는 퇴직 후 전직을 했거나 관리직에서 생산직으로 바꾼 사람일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즉 이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맡은 바 업무가 숙련될 때까지 지속적인 직무교육을 시키고, 이들이 가진 행동이나 작업습관을 새로운 작업환경에 맞도록 훈련을 시킨 후 작업장에 투입해야 합니다. 사람의 행동이나 습관은 단시일에 변화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3개월 이상을 적절한 방법으로 부단히 훈련해야 합니다.

강부길 회장 : 저는 현장에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건설현장의 경우 50세 이상 근로자들의 비율이 상당한 편입니다. 저는 이 비율이 대략 25% 이상 될 것이라고 봅니다. 고령자들의 안전보건과 관련해서 특이점은 사고성 재해도 많지만 질병재해가 상당하다는 것입니다. 뇌심혈관계질환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때문에 보건관리자 등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관리자들이 주기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전도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위험공정에서는 업무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등 안전관리자들의 세심한 관리가 요구되기도 합니다.

김규석 과장 : 고용증가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55세 이상 고령층입니다. 사실 고령근로자들은 일자리에 대한 적응력이 낮고, 젊은 사람들에 비해 조금 힘들어도 묵묵히 업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때문에 사고발생 비율이 급증했다고 봅니다. 이에 앞으로 정부에서는 고령근로자 재해가 급증하는 업종을 선정하여 지원해 나갈 생각입니다. 특히 고령근로자가 집중 배치된 업종, 업체 등에 대해 전담관리할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재해율은 2012년과 동일한 0.59%를 기록했습니다. 재해율 저감을 위해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산업안전 정책에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이영순 원장 : 정부에서는 산재감소를 위하여 참으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법규를 강화하고 산재취약 사업장을 중점 관리하며, 고위험 사업장에 대해서는 PSM제도,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제도를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지도·감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 위험성평가 제도를 통한 인센티브 제공 등 산재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은 정부나 산하기관만의 노력으로는 그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업은 안전관리의 가치를 인지하고, 기업 구성원 모두는 자기 작업장의 위험요인을 스스로 찾아 대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근로자들은 안전수칙이나 매뉴얼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물론 기업에서 이를 하루아침에 하기에는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재해예방과 관련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민간재해예방기관이 다리 역할을 해야 할 것입니다. 즉 안전보건 사업이 활성화되어 이 분야에 헌신하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정부와 기업, 민간단체, 근로자 모두가 최선을 다할 때 안전한 세상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김규석 과장 : 말씀해 주신 바와 같이 그동안 정부에서는 ‘중대화학사고 예방대책’, ‘화학물질안전관리 종합대책’, ‘중대재해예방 종합대책’ 등을 통해 안전관리 위기 사업장을 특별관리하고, 원청 중심으로 감독을 실시해 왔습니다. 특히 위험업종별로 안전보건리더회의를 개최하고, 이크 안전수칙을 전파하는 등 안전문화 운동도 적극 전개했습니다. 사업장 스스로 안전관리를 강화하도록 지도, 유도한 것이지요. 하지만 안전은 누구 한 사람의 몫이 아닙니다. 정부의 정책에 노사민 모두가 적극 동참하고, 제도의 미비점에 대해서는 제언할 필요도 있는 것입니다.

조기홍 실장 : 물론 그동안 정부가 안전과 관련된 법·제도를 강화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재해의 특성은 중소규모 사업장의 재해가 여전히 80~9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나라 재해율을 저감하기 위해서는 중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를 줄이는데 정책 및 사업을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여전히 안전보건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어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재해율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입니다.

강부길 회장 : 제도 보완을 언급해 주셔서 저도 관련된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재해감소를 위해 정부와 안전보건공단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건설업 KOSHA 18001’인증입니다. 그런데 그 보급과 전파의 속도가 기대보다 느린 것이 사실입니다. KOSHA 18001 인증으로 인한 재해감소 효과가 큰 만큼, 공단은 더욱 적극적으로 보급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처럼 최초인증심사와 사후심사를 너무 깐깐하게 해서는 중소사업장이 인증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차라리 관련 전문기관을 신설한 다음 최초인증심사는 공단에서 하고 사후심사는 전문기관이 하도록 해서 보급에 속도를 붙여야 합니다. 이와 함께 심사의 기준을 낮추고 점진적으로 보완을 해나가는 방향으로 심사방식을 변경하여 더욱 많은 사업장이 인증을 받게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2~3년 내 국내 모든 건설업체가 ‘KOSHA 18001’ 인증을 받게 되면 건설재해는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산업안전보건 분야가 지향해야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규석 과장 : 안전문화가 각 사업장에 자연스럽게 정착되고 사업장 스스로 안전을 확보해 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는 분명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입니다. 물론 정부에서도 이를 위한 지원정책을 적극 펼쳐나갈 방침입니다.

이를 조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일단은 재해율을 목표로 삼는 것에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재해율은 은폐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확한 지표로 삼기 힘든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는 사망만인율, 특히 사고성 사망만인율을 중요한 지표로 삼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일단 정부의 목표는 수치적으로는 2017년까지 사고성 사망만인율을 0.4이하로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리된다면 누가봐도 산재예방 선진국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리라 봅니다. 물론 최종목표는 OECD 선진국 수준의 산재예방 수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영순 원장 : 세월호 참사에서 보았듯이 리더의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배가 위기에 직면했을 때 선장의 판단력은 수많은 탑승자의 생사에 영향을 미칩니다. 사업장 사업주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과 판단력도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관계가 있습니다. 이들이 옳은 방향, 안전한 방법으로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기업은 물론 정부, 민간재해예방기관, 근로자 모두는 맡은 바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고 서로 협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강부길 회장 : 저는 안전교육 문제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의 안전교육체계는 국가위상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미흡합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 나아가 사회인들도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게 해야 합니다. 학교의 경우 정규교육과정에 안전분야를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회인들은 민방위 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전문기관이나 사설기관에서 체험식 안전교육을 2시간 이상 받을 시 민방위 교육을 2시간 면제해주거나 아니면 민방위 교육 중 의무적으로 2시간 정도는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이지요. 그리하면 어느 정도 안전교육기반이 갖춰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기홍 실장 : 오늘의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제가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가 지향해야할 부분이 저는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원칙과 철학을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과 사업이 추진됐지만 여전히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을 강하게 묻겠다는 근본적인 원칙이 없기 때문에 보여주기식 사업, 탁상행정적인 백화점식 안전보건 사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업이 안전보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사고발생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여야 합니다. 또한 무분별한 규제완화를 지양해야 합니다. 경제논리에 안전보건이 무너진 사례를 우리는 경험했습니다. 더 이상 경제논리만을 앞세운 규제완화로 인해 근로자가 사망하고 다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끝으로 제조업 중심의 안전보건 정책을 벗어나 모든 사업장, 모든 작업을 포괄할 수 있는 안전보건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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