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수 대주기업(주) 대표이사

제47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동탑산업훈장’ 수상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대주기업은 항만하역업 분야에서 손꼽히는 우수 안전사업장이다. 위험요인이 많은 업종 특성에도 불구하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재해율 및 손실액 ‘제로화’, 즉 무재해를 이어가고 있다.

대주기업이 처음부터 안전명가로 이름을 떨친 것은 아니다. 지난 1995년 창립 후 2000년까지의 평균재해율은 무려 2.22%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손실액은 1.7억원에 달했다. 계속되는 안전사고로 상당한 피해가 발생하자, 대주기업은 안전을 소홀히 해서는 결코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이후 대주기업은 안전관리 강화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00년 이후 5년 동안 재해율은 1.01%, 손실액 0.9억원으로 급감했고, 결국 2007년 목표로 했던 무재해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런 놀라운 변화의 중심에는 노진수 대표이사가 있다. 실천형, 참여형 안전의 전문가로 알려진 노 대표이사는 안전경영의 솔선수범을 통해 대주기업을 안전명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열린 제47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기념식에서는 영예의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노 대표이사를 만나 그만의 안전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본인 소개와 함께 대표님만의 안전철학에 대해 조금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지난 1972년 3월 포항제철소 제선부에 입사해 20여년을 제선부장으로 재직하다가, 1995년에 대주기업과 연을 맺게 됐습니다. 처음엔 전무이사직을 맡았었으나 그 이듬해인 1996년 대표이사가 되어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경영의 최일선에서 대주기업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의 안전을 책임져 오면서 제가 가장 중시하고 강조한 것은 ‘인간존중’입니다. 기업의 핵심역량과 성장동력은 근로자, 즉 사람입니다. 근로자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먼저 조성돼야 생산성이 향상되고 능률이 오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현장에 최적화된 표준기준을 필히 준수하도록 하고, 작업 중 발견된 부적합 요인은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갔습니다. 또한 다양한 직원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도입·시행함으로써 근로자가 건강하고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늦었지만 동탑산업훈장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영광스럽게도 그간 여러 대회에서 많은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번 동탑산업훈장 포상 바로 이전인 지난 5월 명예산업안전감독관 수범사례 발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고, 작년과 재작년엔 각각 POSCO 혁신활동 최우수기업상과 최우수 외주파트너사상을 연이어 수상했습니다. 이외에도 2009년 무재해 성공사례 노동부 장관상 등 다양한 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매번 상을 받을 때마다 느끼지만, 사실 수상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매해 안전관련 상을 받을 정도로 항상 안전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빈틈없는 안전관리를 수행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요 안전보건활동 몇 가지를 소개해 주셨으면 합니다.
우리 회사는 ‘솔선수범’과 ‘안전보건’, 이 두 키워드를 접목한 ‘솔선수범 안전활동’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안전활동을 통해 무사고·무재해에 대한 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노사합동 안전다짐산행, 지역사회 봉사활동, 노사합동 24시간 전일제 순찰 등이 있습니다. 이 활동들이 형식적인 요식행위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무재해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최고경영자인 저부터 취약시간대에 관리감독에 직접 나서는 등 솔선수범했기 때문입니다.

안전의식 향상과 자율안전문화의 정착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도 우리 회사 안전보건활동의 강점입니다. 현재 우리 회사는 ‘안전은 가족을 위해 지켜야 한다’는 안전표어를 개인 캐비닛에 부착해 상기토록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온라인상에서 ‘안전낭비 신문고’ 제도를 시행하여 현장의 잠재위험요인에 대해 모든 직원이 공유하고, 함께 개선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신문고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총 113건의 위험문제가 등록되고 이중 97건(86%)이 개선으로 이어지는 등 근로자들의 큰 호응 속에 안전관리의 중추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안전연극제, 안전보건 경진시험, 감성안전 독서토론회 등을 개최해 임직원의 안전의식을 고취시키는 한편 더욱 적극적인 참여를 도모하고자 안전성과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뒤 이를 인사평가에 30%가량 반영토록 하고 있습니다.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근로자의 건강은 기업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특히 우리 회사의 경우 소수의 인원으로 3조2교대(7~19시, 19~익일 7시 맞교대) 근무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건강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에 근·골격계질환 예방활동, 건강 유지증진 기구 설치, 건강검진 및 추적관리, 금연 및 절주운동 등을 적극 실천하고 있습니다.

◇‘산재다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다발하는 이유는 사업장 내 위험요소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했거나 이를 파악하고도 개선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재해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가볍게 여기는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가 계속되면서 ‘산재다발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 같은 부끄러운 이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를 실천하는 의식제고 및 이를 강하게 뒷받침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합니다.

우리 회사 역시 처음부터 산재의 위험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자부합니다. 작업차량 내 전기배선 노후화로 화재위험이 있는 부분은 철저히 제거하고, 손 협착 위험이 높은 수동조절 포크간격을 자동 실린더를 통해 간단히 조작토록 개선하는 등 작은 위험요소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개선절차를 진행한 결과 우리 회사는 무재해를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안전과 관련한 포부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원 개별단위의 맞춤형 안전교육을 강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우선 1년 이하의 저근속 사원을 위한 안전보건 교재를 발간해 전문교육자료로 활용하는 한편 이론 교육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도록 멘토 제도를 병행 시행해 밀착관리할 계획입니다.

또 장기근속 사원의 경우는 관행적 행동에 기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매주 이들의 업무상태를 중점 점검할 방침입니다. 특히 업무 위험도가 높은 50세 이상의 고연령 사원은 위험성이 낮은 직무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더불어 사고 유발자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하기 위해 공정하고 엄격한 ‘삼진 아웃제’를 도입해 직무배치 및 전환 시 특별관리할 방침입니다.

◇마지막으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안전은 개인 또는 회사 차원의 의식제고 및 실천만으로 완벽하게 지켜낼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제도적 개선이 필히 수반돼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노사문제나 산업안전 등을 등한시 한 채 맹목적으로 경제성장에만 매달렸습니다. 그 결과 경제수준은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했음에도 다른 사회적 지표는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이한 형국에 놓이게 됐습니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여전히 다발하고 있습니다. 안전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진정한 선진국은 물론 절대 지속성장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이들 사고가 증명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 혹은 사업장에 대한 처벌이 너무 미약합니다. 외국의 경우 대형사고를 야기한 안전관리자는 강한 실형을 선고받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단 몇 년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소액의 벌금을 부과 받는 정도에 그칩니다. 이는 우리나라가 아직도 안전관리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가볍게 여긴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또 이번 대형참사를 통해 보았듯이 각종 매스컴들이 안전관련 사안을 단순 경쟁하기식 보도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 참 아쉽습니다. 이에 대중매체 또한 시민의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해 사고 발생 원인과 이를 위한 대책방안을 심도 있게 다루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안전 관련 제도를 시행할 때, 실무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발생하고 있는 다양한 사고를 분석하면서 문제점 및 개선점을 논의하는 일에 실무 경험자가 가장 효율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정부 차원에서 제도를 마련해도 사업장의 자발적인 안전경영 없이는 무재해를 이루기 어려울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안전관리를 하는 데 비용이 들어가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기업 및 산업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안전에 투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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