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 붕괴 참사 20주기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정밀안전진단 등 의무화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덧 20년을 맞았다. 지난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40분께 서울 성동구 성수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을 잇는 성수대교 교각 10번과 11번 사이 상판 48m가 일시에 무너지는 전대미문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 8명을 포함해 32명이 목숨을 잃었고, 17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한국전쟁 당시 한강대교가 인위적으로 폭파된 이후 멀쩡한 한강 다리가 무너진 것은 이 사고가 처음이었다. 문에 국민들의 충격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었다.


◇20세기 다리의 상징물이 참사의 현장으로
성수대교는 1979년 11번째 한강 다리로 준공됐다. 이 때만해도 성수대교는 여타의 다른 한강다리와는 차별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교량은 대부분 교각에 상판을 얹는 단순한 방식으로 건설됐다.

이에 반해 성수대교는 최신공법인 트러스방식(직선으로 된 여러 개의 뼈대 재료를 삼각형 등의 모양으로 서로 기대게 해 교량 등의 하중을 지탱케 하는 것)으로 지어졌다.

이와 같은 트러스 공법에서 중요한 점은 제대로 건설하고, 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러스 맞물림이 어긋나면 구조자체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에 이음새 등 세부 요소들을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수대교는 건설 당시 다리 밑 부분을 이루고 있는 트러스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연결 부분도 심하게 녹슬었을 뿐만 아니라 다리 위에 가해지는 압력을 분산시키는 이음새에도 결함이 있었다. 하다못해 트러스와 트러스를 연결하는 볼트도 제대로 조여지지 않았다.

트러스가 촘촘히 엮인 기하학적인 외관이 돋보이는 성수대교는 멋드러진 20세기형 다리의 상징물로 인식됐지만 결국 준공된 지 15년만에 참사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교량 안전관리에 변화의 바람 일어

 

성수대교 참사를 계기로 서울시는 당시 한강교량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벌였다. 성수대교와 같은 구조였던 당산철교는 안전을 우려해 재시공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강산이 두번 바뀌는 사이 성수대교를 비롯한 교량들은 안전하게 관리되어 왔을까. 국민적 충격은 물론 국가 대외신용도에도 악영향을 미쳤던 대형사고 이후 정부와 서울시는 교량 안전관리를 강화해 나갔다.

우선 성수대교에는 낙교방지턱을 설치했다. 낙교방지턱은 성수대교를 잇는 18개의 교각 좌우에 설치돼 유사시 상판이 떨어지더라도 이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진도 7~8도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내진 1등급으로 설치돼 있다.

여기에 교량에 설치된 ‘온라인 안전감시시스템’을 통해 육안으로 파악할 수 없는 손상이나 미세한 교량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있다. 현재 이 시스템은 사장교나 트러스교 등 특수 교량 10개소에 구축돼 있다.

사고 이후 제정된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이하 시특법)은 각종 건축물의 안전관리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시 역시 시특법에 따라 △정기점검(연 2회 이상) △정밀점검(안전등급에 따라 1~3년마다 1회 이상) △정밀안전진단(안전등급에 따라 4~6년마다 1회 이상)을 꼼꼼하게 실시하고 있다.

참고로 2011년 3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진행된 정밀안전진단에서 성수대교는 상태평가 B등급, 안전성평가 A등급으로 양호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아울러 서울시는 교량의 안전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0년부터 ‘1인 1시설물 전담주치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전담주치의가 한강다리, 터널, 지하차도 등 주요 도로시설물을 하나씩 전담해 놓치기 쉬운 사소한 곳까지 꼼꼼하게 점검케 하는 제도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1996년 이전에 완공돼 내진 설계가 미처 반영되지 않은 천호대교, 올림픽대교 등 10개소에 대해 2009년 내진 1등급 수준으로 보강을 완료했고, 2000년부터는 물속에 잠겨있는 교량 기초 구조물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기 위해 수중 점검선을 자체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관리하고 있는 교량은 20개로, 공사 중인 암사대교와 월드컵대교가 완공되면 22개로 늘어난다. 현재 이들 교량 대부분은 B등급 이상으로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조성일 서울시 도시안전실장은 “도로시설물의 급속한 노후화에 대비해 예방적, 적극적으로 시설물 안전관리를 실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 교량에 대한 안전관리는 강화돼 왔지만 여전히 안전을 위협하는 다중이용시설물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이 국토교통부와 한국시설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0~2014년) ‘안전미흡’(D등급)과 ‘안전불량’(E등급)으로 지정된 시설물은 각각 104개, 4개에 달했다. 특히 D등급을 5년 연속으로 받은 시설도 11개나 있었다.

시설물 관리주체의 안전불감증, 턱없이 부족한 예산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이다.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주는 교훈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