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진 S&T중공업 기계소재사업본부 과장

유도진 과장은 정밀기계공업의 강자 중 하나인 S&T중공업의 안전관리자다. 어느 한 가지도 결코 쉬운 업무가 아니건만, 유 과장은 안전과 보건, 환경 이 세 가지 업무를 빈 틈 없이 이끌어나가고 있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바로 ‘흔들리지 않는 굳은 신념’과 ‘꺾이지 않는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유 과장은 안전관련 학과를 전공하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안전관리자로 사회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다. 단지 사랑하는 동료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 안전을 공부했고, 사랑하는 동료가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 보건과 환경을 공부했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고, 그는 동료는 물론 지역 안전인 모두가 인정하는 베테랑 안전관리자가 됐다.

 


◇동료를 지키고자 스스로 안전의 길로 들어서
거센 민주화 바람이 부는 속에서도 맹목적인 경제발전이 계속되던 1986년. 유도진 과장은 S&T중공업에 현장 기능직으로 입사했다. 월급을 모아 가정을 꾸리는 등 행복한 꿈에 젖어있던 그에게 비춰진 현실은 차갑고 안타까웠다. 그 시절은 국가경제발전이 가속화되던 때로 안전이 아닌 오직 생산성만이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매김해 있었다.

특히 그의 사업장이 속한 창원국가산업단지는 정부정책에 따라 중화학공업이 대거 육성되면서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일 날이 없었다. 연일 들려오는 자신의 사업장 혹은 주변 사업장의 동료와 지인이 다쳤다는 소식은 유 과장의 마음을 뒤흔들고 슬프게 했다. 동료의 비보에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자신을 자책하기만 했다. “어떻게 하면 동료가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을까?”, “오늘도 우리 작업장에서 근로자 한 명이 다쳤는데,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과 번민 속에 빠져있던 그에게 어느 날 아내가 다가왔다. “당신이 안전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부를 해서 동료들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봐요”

아내의 말 한마디가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날로 유 과장은 책을 사들고 공부를 시작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을 다녔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의 결과 1991년 그는 산업안전기사 1급과 2급을 동시에 취득했다. 이후 1994년 현재의 소재공장 안전관리자로 발령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안전인의 길을 걷게 됐다.


◇위험할수록 기본과 원칙을 준수해야
소재(주물)산업은 국가기간산업의 뿌리이자 중화학공업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우울하기만 하다. 흔한 말로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 취급을 받으면서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일의 대명사가 됐다. 용해로에서 1500도의 쇳물이 끓는 모습을 보고 손사래를 치며 떠나는 구직자가 태반이다. 그럴 때마다 유 과장은 말했다.

“가장 위험하고 열악한 작업환경이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안전한 작업장입니다. 위험한 현장임을 알기에 더더욱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며 작업에 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말처럼 기본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이 S&T중공업의 안전관리 핵심이다. 매일 아침 임직원 모두가 참여한 가운데 체조를 실시하고, 작업 전에 모든 근로자들의 보호구 착용상태를 철저히 확인하고 있다. 또한 법정 안전점검을 착실히 시행하는 가운데 매주, 매월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 모두가 참석하여 사업장 순회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안전인에게 멈춤은 곧 후퇴이자 쇠락
유도진 과장의 아침은 자아성찰(自我省察)로 시작된다. 같은 일을 수십년째 반복하고 있는 만큼, 혹시 매너리즘에 빠져 소홀히 일을 한 점은 없는지를 매일매일 되새겨보는 것이다. 또 유 과장은 어제와 다른 시각으로 현장을 접하고 오늘은 어떤 기법으로 현장과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멈춤은 곧 후퇴이자 쇠락의 길이기도 합니다. 안전인으로서 현장 근로자의 눈높이에서 그들과 소통하고, 지속적인 자기개발을 할 때만이 우리 작업현장이 안전하게 지켜진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유 과장의 향후 목표는 올해 무재해 1배를 달성한 12개 협력업체가 앞으로 10배수, 20배수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에 유 과장은 현재 협력업체 대표 및 모든 임직원이 하나가 되어 안전활동에 매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안전을 향한 그의 신념이 이토록 굳건하고 동료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이처럼 뜨거운 점을 볼 때 그의 꿈은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