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우 |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정부는 사회·자연재난, 소방, 해양안전의 기능을 통합하여 기동성을 갖춘 조직으로 지휘체계를 일원화하고 육상과 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형의 재난에 현장중심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하여 국민안전처를 신설했다.

국민안전처는 소방과 해경의 기능뿐만 아니라 방재의 기능과 안전행정부 본부 조직이었던 안전관리의 기능까지 합친 거대한 조직으로 탄생됐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안전행정부는 지방행정과 조직관리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와 공무원인사관리를 전담하는 인사혁신처로 분리되었다.

사실 이들 부처의 탄생과 관련한 중요한 쟁점들의 경우 해경의 해체, 소방방재청의 국민안전처 산하로의 편입, 지방소방관들의 국가직 전환요구 등의 이슈에 가려져 국민들과 여타 공무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였다.

당시 재난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국가재난관리체계를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하여 국민안전처의 설계에 만전을 기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들의 경우 해상재난과 육상재난은 성격과 구조과정이나 장비, 기술 등에 차이가 있다고 보고 있었던 반면, 조직이나 행정관리 전문가들은 해상과 육상의 재난의 성격이 다르더라도 충분히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시각의 차이에는 두 가지의 원인이 존재한다. 하나는 재난과 구난구조에 대한 재난분야 전문가와 행정관리전문가들의 개념의 차이가 존재했기 때문이고 더 큰 차이는 과거 소방방재청의 경우처럼 시너지 효과를 목표하였던 조직이 여전히 융화되지 못하고 한지붕 두 가족처럼 운영되고 있는 현실과 현장조직의 홀대에 대한 불신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안전처가 만들어지더라도 소방과 해양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재난전문가들의 주장이 국회논의과정에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업무흐름상으로만 판단하면, 재난발생과 관련해 예방-대비-대응-복구의 과정을 거칠 것이며 이 과정은 다시 해양재난과 육상재난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재난의 정책적 관리와 육상관리 그리고 해상관리는 기능별로 구분되어져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 이를 감안해 현재의 국민안전처 직제처럼 구성이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있다면, 육상 및 해상 재난 이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 환풍구 등 생활안전에 대안 논의가 국민들의 시각을 끌지 못했던 점이다. 만약 국민안전처 논의과정에서 생활안전 관련 이슈가 언론 등의 관심을 끌었다면 판교의 주차장 환풍구사고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외에도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재난들이 발생하는데, 재난안전기본법에 지정된 소관부처들만 18개 부처 약 3500여명의 담당자들이 관련되어 있으나 여러 부처가 관련된 사고의 경우에 대비한 복합재난 대응 전문인력과 지원기구가 사실상 부실하게 활용되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전문성을 가진 대응역량강화를 위하여 특수재난실을 신설하게 된 점은 특이할 만한 사항이다.

국민안전처가 우여곡절 끝에 비로소 탄생되었지만 앞으로 연구하고 재난예방-대비-대응-복구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일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소방과 해양이 인사권과 예산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는 문제다. 국민안전처 장관과 차관의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발휘되지 않는다면 과거 소방방재청이 가지던 문제점과 연안에서의 사고에 대한 소방과 해양의 협조적 운영, 관리조직과 현장조직간의 갈등은 예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중앙정부 소관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단체와의 협력체제 구축, 안전분야인력의 전문성 확보방안, 해양과 소방본부의 협업 등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여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음을 인지하고 조직의 안정과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매진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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