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 고용노동부 성남고용노동지청장

안전과 보건은 무엇일까. 산업안전보건법 중에 이에 대한 정의는 없다. 그런데 안전과 보건의 구별은 실무상으로는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 안전과 보건을 구별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가장 가까운 예로서는,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의 직무(책임)범위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산안법 제23조(안전조치)와 제24조(보건조치)에 의해 각각 위임을 받은 규정에 대한 범위의 문제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의 조문 중에서 안전과 보건에 관계가 있는 표현을 찾아보기로 하자. 제23조에서는 「위험의 예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고, 제24조에서는 「건강장해의 예방」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것을 생각하여 보면, 입법자는 위험의 예방이 「안전」이고, 건강장해의 예방이 「보건」이라고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안전과 보건의 구별이 명확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예를 들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밀폐공간」의 정의가 산소결핍, 유해가스로 인한 화재·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라고 되어 있는데(제618조 제1호), 이에 대한 예방업무를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중 어느 쪽의 직무로 보아야 할까.

산소결핍증, 황화수소중독에 의한 「위험」을 예방한다는 관점에서는 안전관리자의 직무이지만, 동 규칙의 장(제10장) 제목(밀폐공간작업으로 인한 건강장해의 예방)에서 알 수 있듯이 「건강장해」를 예방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보건관리자의 직무가 된다. 그리고 유해가스를 취급하는 업무의 경우, 유해가스는 건강장해를 일으킬 수 있지만, 화재·폭발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유해가스는 건강장해를 초래하는 관점에서는 보건의 대상이고, 화재·폭발을 초래하는 관점에서는 안전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이 안전과 보건의 내용을 둘러싸고는 복잡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럼, 안전과 보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 여기에서 산업재해의 발생 메카니즘에 대하여 생각해 보면, 산업재해는 통상(通常)의 상태, 즉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와 이상(異狀)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경우로 구분할 수 있다.

만성요통, 진폐, 소음성난청, 만성중독 등은 모두 통상의 작업상태에서 발생한다. 즉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다. 이와 같은 통상(이상이 없는 것)의 작업상태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보건」이 아닐까. 바꾸어 말하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통상의 작업상태를 개선하는 것을 「보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폭발, 누전, 충돌 또는 추락 등의 이상한 현상(사고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안전」은 아닐까. 바꾸어 말하면,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상한 현상(사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을 「안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이상(異狀)은 근로자가 일하는 대상인 기계, 원재료, 화물 등의 대상물 측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근로자의 작업자세가 흐트러지거나 근로자가 동작을 잘못하여 높은 곳에서 추락하는 것처럼 근로자 측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상과 같이 안전과 보건을 이해하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하나의 chapter를 전체적으로 일괄하여 안전기준 또는 보건기준으로 구분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관리대상물질에 관한 규정(동 규칙 제3편 제1장)은 일반적으로는 보건기준으로 취급되고 있지만, 앞서 기술한 접근방법으로 판단하면, 같은 장에 있는 관리대상물질 취급설비의 고장으로 인한 중독 예방규정(동 규칙 제438조)은 보건기준이 아니라 안전기준에 해당한다.

결국, 안전과 보건은 개념상으로 명확히 구분된다고 볼 수 없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 간에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하고 유기적인 협력관계가 형성되도록 하여 종합적인 안전보건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안전보건관리에 공백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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