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박사 대구의료원 직업환경의학부장

신속 정확한 초기대응만 이루어져도 사고 피해 최소화 가능

얼마 전 땅콩회항 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바 있다. 왕이 하인 대하듯하는 기업의 수직적, 봉건적 조직문화가 불러온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해당 기사를 접하며, 갑과 을의 수직적 위상 관계가 기업의 안전관리에 끼치는 영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이 사건은 경직된 조직문화 외에도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허술한 초기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각종 재난재해에서 초기대응은 그 사고의 여파를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다. 초기대응이 정확한 판단에 의해 신속히 이루어지면 대형사고도 쉽게 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판단에 의해 초기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작은 사고도 걷잡을 수 없는 대형재난으로 번지고 만다.

세월호 사고가 그 대표적인 예다. 회사 조직의 시스템 부재 외에도 위기상황 발생에서 초기대응이 미흡했던 사고였다. 선장이 처신과 행동에서 많은 인적 오류를 범한 것을 우리는 긴 시간 동안 매스컴을 통해 접하고 법원의 판결로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2009년 발생한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여객기 사고는 반대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조종사의 적절한 초기대응, 불시착 4분만의 구조선 도착, 기장과 첫 교신한 관제탑의 8개 구난기관에 대한 긴급경보 발령, 승무원들의 비상착륙 훈련 경험 속에 이뤄진 승객구조 등 모든 대응수단이 세월호와는 반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 인해 골든타임 시간 안에 전원이 구조되는 기적 같은 쾌거를 만들어 내었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최근 영국 해역에서 발생한 화물선 좌초사고를 들 수 있다. 영국 국영방송 BBC에 따르면 당시 조난 신고를 받은 영국 해상구조대가 구명정과 헬기 등을 급파해 승무원 35명을 모두 구조했다. 게다가 구조가 마무리될 때까지 최고참 승무원 3명은 배를 지켰다. First in & Last out 위기대응 전략의 기본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이번 모 항공사의 땅콩회항 사고는 이들 사고와는 달리 초기사고대응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초기부터 되짚어보자. 사건발생은 2014년 12월 5일 오후 2시경이고 항공사의 입장 표명은 3일이 지난 8일 밤에 이뤄졌다. 사건 수습의 결정적 대응 시기가 늦은데다 사과문 내용도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돼 오히려 여론의 질타를 맞고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골든타임 시간 내에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위해 적극적인 개선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는 진심을 담은 사과문을 냈어야 했다. 또한 임원의 보직해임 등 발 빠른 조치가 취해졌어야 했지만 이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고를 더 키우고 말았다.

위기관리 상황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무엇부터 초기대응을 할 것인가, 지휘관 중책은 누가 맡을 것인가, 순간 탄력성을 어떻게 발휘할 것인가 등 모든 면이 고려되어 신속히 후속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여기에 최고경영자가 전면에 나서 진솔하게 사과하고 수습을 지휘하며, 신속한 정보공개와 철저한 사후관리가 차질 없이 진행되어야 사고에 대한 불신과 국민들의 비난이 다소나마 수그러들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여러 사례를 우리는 국내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태일 상무는 위기관리에 실패한 국내외 기업들을 분석해보면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과 고객 대응을 관행대로 하다가 일을 크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였다.

세월호 사고, 지하철 충돌사고, 항공기 사고, 대형 교통사고, 대형 건물 화재사고 등에서 보면 사고 후 반복되는 지적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재와 매뉴얼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다. 매뉴얼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있더라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놓고 있지 않는 매뉴얼도 문제다.

규칙이 모든 경우에 대한 알고리즘을 주지 않는다면 위기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신속히 대응에 나서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이때 긴급성과 신뢰성에 바탕을 둔 리더십, 판단력, 조직적인 시스템 관리, 커뮤니케이션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나가는 것은 안전 및 위기대응의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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