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일 한국교통대 교수

“정직하고 진실된 사람이 안전업무를 담당해야”

최근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안전 관련 기관을 보면서 안전시장의 외양이 커지는 것 같아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 안전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외형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기관은 물론 공공기관에도 불량 안전지대가 있고, 심지어 안전공학을 전공한 기술자가 없음에도 안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는 기관도 허다한 것이 작금의 우리 현실이다. 직책만 들고 앉아서 자신의 사조직 처럼 군림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거짓 안전을 붙인 기관이나 단체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안전과 재난, 재해, 방재를 전방에 내세우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진짜 기관들의 명성에 누가 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수 십 년에 걸쳐 쌓아올린 높은 안전 공덕을 급격히 깎아내리고 있음을 반성해야 한다.

불량 기관, 단체 외에도 불량 안전의 지대는 넓고 넓다. 이 넓은 불량 안전지대로 인해 우리는 요즘 그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참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럼 이 잘못된 상황을 바로 잡고, 불법과 불량 안전조치를 타파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안전을 논하기에 앞서 우선 양심 윤리부터 새로이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는 전 국민이 함께 깊은 고민을 해 봐야한다. 여기에는 건전한 종교의 지도자들 등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고, 상아탑의 교수들도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안전공학분야의 경우 바른 안전심리교육 강좌를 개설하여, 올바른 교수가 바른 마음으로 바르게 가르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학점에 관계없이 바르게 배우는 환경을 한시 바삐 마련해야 한다.

둘째, 필자가 종합예술이라고 줄곧 부르짖어 온 ‘선량 안전’의 의미를 안전분야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꼭 되새겨봐야 한다. 왜 ‘선량 안전’일까. 전기를 통해 그 의미를 설명해 보겠다. 전기로 야기되는 재해에는 감전재해와 화재재해가 있는데, 이 재해는 단지 전기로만 의해서 발생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재해의 원인에는 기계, 전기, 화공, 건설, 환경 등의 요소가 총망라되어 있다.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전기의 특성상 절연재가 노화나 열화하여 고전압 등에 의해서 누전이나 절연파괴로 이어져 감전이 발생하고, 이것이 결국 감전사나 화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화재원인의 모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아직도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는 사고가 얼마나 많은가? 안전은 확률이 아니라 실제이며, 타 분야보다 차원이 높은 학문이다. 양파와 같이 연구와 분석을 해도 끝이 없다.

셋째, 산업현장은 물론 학계와 우리 주변 모두에서 불량 자재를 없애야 한다. 일례로 전국적으로 신경회로망처럼 설치되어 있는 각종 케이블과, 공장이나 시설물 등에 설치되어 있는 선량(善良) 전선은 실로 이 나라의 에너지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요성을 감안,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 대학의 연구실에서는 밤낮으로 용도와 형편에 더 적합한 절연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런 노력을 한순간 물거품으로 만드는 믿기 어려운 언론기사가 있었다. 원자력 발전소가 불량 케이블을 사용했다는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이 기사를 보고 눈과 귀를 의심했다. 정상적인 기술자들이라면 케이에스 선량 케이블을 사용했을 것이다. 원자력 발전소의 격납용기 내에 설치되어 있는 선량(善良) 전선·케이블류는 끊임없이 방사선에 조사되어 열화(degradation)한다. 장기간 원자로를 사용하여 냉각제 상실사고와 같은 중대한 사고가 일어났을 경우를 가정해 보라. 정신이 바로 박힌 사람들인가. 대체 그곳의 안전 담당자는 무엇을 했단 말인가.

물론 이 반대 상황도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와 인천지하철공사 등은 감리회사를 통해 전선조합에 품질 시험을 의뢰했다. 난연 전력용 케이블(TFR-CV), 저독성 난연 케이블(HFCO), 절연전선(HFIX) 등 총 건수는 30여건에 달한다. 전기신문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해외시장에 수출하는 케이블도 시험을 요구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방향이다.

넷째, 우리 안전인들부터 선량 안전인이 되어야 한다. 정직하고 진실되고 단호한 자들만이 안전업무를 담당하여야 하며, 그렇지 못했다면 이 순간부터 변해야 한다. 거짓은 오래 생존할 수 없다. 제대로 된 규격 제품을 연구하고 제조해야 하며, 수명 예측 신뢰성 평가를 정확히 해야 한다. 이런 혁신이 이루어질 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선량 안전 대한민국 코리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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