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매경안전환경연구원 원장

 


안전은 지속가능한 경영과 기업성장을 위한 필수요소
자율안전문화의 확산 위해 노·사·민·정 합심 필요

문형남 원장은 우리나라 산업안전 역사를 이끌어 온 거목 중 한 사람이다.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하여 행정사무관으로 임관한 이후 27년간 고용노동부에서 봉직하면서 우리나라 산업안전분야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였다.

산업안전국장으로 재임할 때는 실효성 높은 산업안전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앞장섰고, 일선 기관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적극적인 재해예방활동을 전개하여 항시 산업안전 업무분야에 대한 업무평가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다. 안전보건에 대한 그의 열정은 고용노동부를 벗어나서도 계속됐다.

안전보건공단 이사장과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등을 맡으면서도 그동안 쌓은 산업안전 관련 지식과 경험을 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산업안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그가 최근 다시 한 번 안전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최고의 민간재해예방기관 중 하나인 매경안전환경연구원의 원장직을 맡은 것이다. ‘안전문화의 정착’이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임이라고 말하는 문형남 원장을 만나봤다.


Q | 매경안전환경연구원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연구원은 새로운 기업 안전환경 문화의 창달을 위해 지난 1995년 문을 열었고, 이듬해인 1996년 8월에 고용노동부 산하의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정식 개원을 하였습니다. 연구원의 개원에는 매일경제신문이 1992년부터 전개해 온 무재해 캠페인의 취지를 계속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한 결의와 기업의 안전·환경문화 정착에 기여하기 위한 굳은 신념이 담겨있었습니다.


Q | 현재 연구원을 이끌어 감에 있어 중점을 두시는 부분과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소위 ‘사고왕국’이라는 오명을 직접 말하고 있는 것이 참으로 답답합니다. 특히 재해의 직접적인 피해자인 근로자는 안전확보와 사고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고, 경영자는 지속가능한 경영과 기업성장을 위해서 안전을 절대 소홀히 하면 안 되는 것이 상식임에도 이것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이에 우리 연구원은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 그리고 ‘안전무지증’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문화’를 산업사회에 정착시키는데 총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 첫 단계로 경영자 및 안전환경관련 관리자들의 안전지식과 정보능력을 함양하는 교육활동을 집중적으로 펼치는 한편 경영자들이 안전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해 나갈 방침입니다.


Q | 우리나라가 유독 안전분야에서만 성장이 더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우리들의 조급한 성격이 안전분야의 성장을 가로 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 편의나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여 업무를 소홀히 하고 규칙이나 절차를 잘 준수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도 안전규칙이나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는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습니다. 이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사회적 부산물이기도 하지만 이를 방관해온 정부의 불찰이기도 합니다.


Q | 위 질문에 더해 산재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교육을 더욱 확대하는 한편 교육의 방식과 내용을 획기적으로 개
편해야 합니다. 위험한 상황 그리고 생명과 관련된 교육은 머리로 암기하는 방식으로 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위험을 예감하고 몸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체험적 교육을 확대 시행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조급한 우리 의식구조를 바꾸기 위해 각종 안전관련 절차나 규칙을 아주 세밀하게 제도화해야 합니다. 나아가 안전 관련 제도를 위반하거나 교육을 회피하여 사고를 내는 경우에는 반드시 엄중하게 책임을 묻는 관행이 사회에 정착하도록 해야 합니다. 즉 안전사고에는 절대로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벌과금 얼마로 책임을 묻는 정도로는 안전사고를 불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안전에 대한 엄중한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정착이 될 때만이 우리는 획기적인 산업재해의 감소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Q | 안전보건에 대해 정부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과 자율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원래 안전보건의 바탕에는 생명존중사상이 깔려 있습니다. 때문에 자율적으로 정착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민간단체 특히 국민적 홍보효과가 큰 단체의 홍보나 지도활동을 적극 지원하여 자연스럽게 안전문화가 정착되도록 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정부는 경영관리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엄중히 묻는 제도를 수립하고 그것을 확실히 시행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굳건한 자율안전문화의 뿌리가 싹틀 수 있도록 조기안전교육도 적극 도입해야 합니다. 안전의식과 행동은 습관화가 필수이기 때문에 아주 어릴 때부터 교육과 훈련이 시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부터 안전교육이 필수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Q | 산업현장의 경영진 및 근로자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대한상의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영자의 안전의식이 5점 만점에 1.6점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상황입니다. 경영자는 산업재해가 자신들의 법적 책임이라는 것을 명심하여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의 안전교육과 체험을 보장하고, 물적·시설적 안전조치를 취하는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사회지도층의 필수 의무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근로자는 안전사고로 생명을 잃는 것은 경영관리자가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주시길 바랍니다.

경영관리자의 투자나 조치 이전에 스스로 사고방지를 위한 관심과 조치에 앞장서 나서야 하고 안전수칙 준수가 체질화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근로자와 경영자 모두가 각자에게 주어진 안전역할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우리나라가 경제 선진국에 걸맞는 안전 선진국의 명예도 분명히 거머쥘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