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재해 철강기업 대한제강

 


금속제조업은 중량물을 취급하고, 고열, 고전압을 사용하다보니 위험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년째 무재해를 기록하며 안전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철강기업이 있다. 최근 젊은 CEO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대한제강이 바로 그곳이다.

2014년 1월 1일 오치훈 부사장이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한제강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가 부사장이던 시절에 추진하던 안전경영도 보다 탄력을 받게 됐다. 그는 하버드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대한제강 사장으로 취임했다.

MBA과정 중 유력회사 CEO들과의 교류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환경과 안전에 각별한 신경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그는 사장 취임 직전에 대한제강 환경안전팀과 가장 먼저 미팅을 가졌다고 한다. 미팅자리에서 오 사장이 요구한 것은 대한제강의 안전성 강화 조치였다.

국한적이기는 하지만 일부 회사에서 빅베스(경영진 교체시점에 이전 경영진의 이익을 낮춰 본인의 경영성과를 극대화하도록 이익을 조정하는 것)가 이뤄지기도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취임 이후의 실적보다 안전을 강화하는 경영전략은 인상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오치훈 사장 취임, 새로운 변화의 시작

오치훈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3년 말, 대한제강에는 PSM TFT가 발족됐다. TFT는 환경안전팀 안전관리자인 주명식 과장을 비롯해 각 생산팀에서 선발된 과장급 인원들이 주축이 됐다. 이들은 별도의 사무실에서 1년여 동안 사업장 환경개선과 PSM등급 관리 등에 대한 논의에 돌입해 많은 성과를 냈다.

현재 구성원들은 각자 원래 속해있던 조직으로 돌아갔지만, 논의사항이 있을 때마다 상시적으로 모이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개 기업들이 안전관리TFT 구성과정에서 안전부서 인원들만 포함하거나 단기간만 운영하는 것과 달리, 대한제강은 전조직차원에서 인원을 구성하고 비교적 장기간 운영함으로써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PSM TFT는 ▲PSM 등급향상 목표 설정 ▲공정위험성 평가 ▲비상사태 대응조치 방안 마련 ▲안전작업허가제도 시행 ▲PSM전사 참여 홍보활동 등 다양한 방안을 이끌어냈다.

특히 TFT는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위험성 평가진행 기법 중 하나인 HAZOP기법을 연수받아 사업장 내 안전성을 평가했다. HAZOP은 사업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정과정 내에 존재하는 위험요인과 공정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운전상의 문제점을 찾아내 그 원인을 제거하는 것을 이른다. 현재는 다른 위험성평가 기법의 도입을 위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소통을 통한 상생 추구

많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사고가 원청보다는 협력업체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협력업체에 대한 안전조치는 무재해를 달성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대한제강은 협력업체 안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안전작업허가 제도’다. 협력업체가 작업에 들어가기 전 안전조치 유무, 작업공간 내 가스농도, 별도의 위험요인 존재 여부 등에 대해 확인한 후 ‘안전작업서’를 발행하여 작업을 시작토록 하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상생은 넓은 의미에서 구성원들과의 소통 문제로 이해된다. 대한제강이 SNS를 통해 구성원들 간 의견교류에 많은 시간을 쏟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한제강에서는 PSM밴드를 운영해 각종 위험작업 소식을 실시간으로 전파하여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RUN100 마일리지 운동

대한제강에는 다른 사업장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안전활동도 운용중이다. 이른바 ‘RUN100 마일리지 운동’이라고 불리는 이 활동은 무재해를 달성할 때마다 직원들에게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가령 무재해 100일을 달성하면 재해가 없었던 부서에 1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200일을 달성하면 20만원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노사간 협의를 통해 700일 이상 달성 시에는 새롭게 금액을 책정키로 했다.

무재해가 지속되면서 경영진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무재해 일수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지출되는 인센티브 비용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들이 대한제강의 이 제도를 눈여겨보면서도 섣불리 도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제강은 최근까지 이 제도를 통해 약 4억원의 비용을 지출했고, 올해 10억원의 비용 지출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비용보다는 무재해 달성이 더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대한제강 신평공장은 오는 5월 27일에 무재해 5배수 달성을 앞두고 있고, 녹산공장은 4월 무재해 4배수를 기록하게 된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는 대한제강의 무재해 질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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