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최근 대형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안전사회를 갈망하는 국민의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안전사고 발생률은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1만대 당 사망자 수는 2.5명으로 2위이며, 산재 사망자 수는 근로자 1만명 당 10.1명으로 3위이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상황이 앞으로도 쉽게 나아지기가 어려운 환경에 우리가 처해있다는 것이다. 급격한 도시화·산업화는 물론 기후변화에 따른 신종 재난과 위험요소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다, 국가 기반시설이 노후화되면서 각종 시설물 사고의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

안전은 사후대응보다 사전예방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효과적인 사전예방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사전예방에 직접 참여를 해야 한다. 이에 우리 국민안전처는 지난 2월16일부터 4월말까지 국민참여형 안전대진단을 실시한 바 있으며, 국민들이 상시적으로 안전진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전신문고 포털과 모바일앱을 통해 안전신고를 받고 있다.

참고로 안전신문고는 국민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안전위험요소를 손쉽게 제보할 수 있는 안전신고 포털을 말한다. 스마트폰의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나 앱스토어(아이폰)에서 ‘안전신문고’를 검색해 설치하면 언제 어디서든 쉽고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다. 신고된 내용에 대해서는 국민안전처가 원스톱으로 접수·처리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의 단순 신고만으로 재난이나 대형사고의 모든 발생 위험요인을 포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민간이 배제된 정부 주도의 안전진단만으로는 공공 부문의 전문성과 보유인력을 고려할 때 안전관리에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 각종 재난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 공조체제가 필수적인 시대가 됐다. 때문에 우리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이 함께 참여한 안전대진단이 일회성 진단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번 안전진단 과정이 노후시설 보강, 첨단센서, 정보통신기술(ICT)형 관리시스템 개발 같은 새로운 안전수요 창출을 통해 안전산업을 획기적으로 육성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우선, ‘안전신문고’ 명칭과 인터넷 주소(www.safepeople.go.kr)가 119 신고처럼 국민 모두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진단과정에 민간 전문가와 진단업체 참여를 제도화하고 민간기업의 자율적 재난관리 활동(BCP:Business Continuity Planning)을 지원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는 자율적 재해경감활동에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체를 대상으로 재해경감계획(BCP)수립 컨설팅을 실시하고 올해 우선 3개 시·도를 선정하여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연차적으로 확대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재해경감활동 실무인력 양성, 재난관리 컨설팅업 및 인증평가업 분야의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아울러 특별교부세, 예비비 등 공공투자와 안전투자펀드 조성, 세제 지원 등 민간투자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상시적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을 위해 센서와 계측기 등 첨단기술장비 개발을 위한 R&D 투자 확대도 필요하다.

현대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가 선량한 방관자이다.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케네디 대통령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나오는 이야기를 비유로 들면서 “선량한 방관자들이 갈 곳은 바로 뜨거운 지옥불”이라며 이들을 미워했다.

우리는 주변에 산재해 있는 안전사고 위험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스스로 안전을 점검하는 안전지킴이로 안전위험요소를 진단하고 신고하는 습관을 함께 길러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부디 이번 국가안전대진단이 재난·안전분야에서 창조경제의 블루오션을 실현하는 지름길이 되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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