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봉 고용노동부 울산고용노동지청장


‘관리감독자 안전·보건 면담점검제도’ 등 지역특화 정책활동 전개
안전의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돼야


대한민국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는 수도 서울이다. 하지만 산업안전, 노사관계, 일자리 등 고용노동 측면에서는 울산이 수도로 불린다. 울산에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공장이 밀집한 관계로 노사관계의 모든 움직임이 전국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여타 대도시와 달리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한 곳에 공존하고 있어 노동시장의 양극화에 따른 문제점이 가장 잘 드러나기도 한다.

또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중화학산업단지와 자동차, 조선 등 산재에 취약한 업종이 밀집해 있다는 특징도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의 산업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울산고용노동지청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고용노동부 등 중앙정부의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은 물론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재해예방 정책을 적극 수립·집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울산고용노동지청의 산재예방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있는 유한봉 지청장을 만나 현재 전개되고 있는 산업안전 정책과 안전에 대한 신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대한민국 산업수도 울산’에서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울산의 산업특징을 말씀드리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울산지역은 노사관계에서부터 안전, 고용 등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산업수도 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울산의 노사관계는 우리나라의 노사분규 동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되고, 분쟁 양태나 타결 내용 등은 다른 지역의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점에서, 울산지청의 역할이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의 표본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안전분야는 더욱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대-중소기업, 원-하청 근로자 등 노동시장의 이중성 문제로 인해 야기되는 폐해가 안전과 직결해서 나타나는 곳이 울산입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 특성은 각종 설비의 개·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근로자에게 재해가 빈발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같은 사고가 나는 대표적인 지역이 울산입니다.

안전분야에서 울산이 가지고 있는 특징은 또 있습니다. 이 지역은 크게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세 가지 업종이 밀집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관건은 석유화학업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울산에 설치된 SK에너지의 지하 배관길이만 해도 약 99,000km에 달합니다. 이는 무려 지구둘레의 2.5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또 화학물질 연간 유통량은 전국의 30.3%, 유독물 유통량은 전국의 33.6%를 울산지역에서 취급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조그만 사고도 중대재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울산지청에서는 전국 어떤 고용노동관서보다 안전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남다른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Q. 그동안 산재예방을 위해 어떤 정책을 전개했으며, 그 성과는 어떠했는지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앞서 말씀해 드린 바와 같이 울산지역은 그 산업특성으로 인해 재해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중대재해가 한 건만 발생해도 전국적인 이슈가 되는 등 각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기도 합니다. 여느 곳에 비해 더욱 철저한 안전보건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이에 그동안 230개 산재취약사업장을 선정해 전담 근로감독관을 배치하는 등 사업장에서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도했습니다. 아울러 시설 개·보수가 이루어질 때에는 감독관이 현장에서 직접 안전관리를 지휘할 만큼 현장점검에 주력했습니다. 다음으로는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나간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작업중지 건수가 2013년도 63건에서 지난해 134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 그 방증입니다.

그리고 2013년도부터 ‘제로플러스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 최초로 울산지청에서 시행한 제도로, 산업재해율 ‘0(제로)’를 위한 ‘더하기(+, 플러스)’활동을 의미합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안전보건 유관기관, 외국계 기업 등과 협업해 선진 안전문화(시스템)의 자율정착을 유도하는 것입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말씀드리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듀폰코리아 등 5개 외국계 기업이 멘토가 돼 220개 고위험·재해다발 사업장(멘티)을 대상으로 선진 안전문화를 공유하는 컨설팅과 교육을 반복·지속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아울러 안전·보건교육의 방법적 변화를 실험적으로 시도하였고, 기업 간에 사고사례 및 우수 대응사례를 공유해 유사사고의 재발을 억제했습니다.

또 체계적인 안전보건관리와 재해예방을 위해 인력충원이 절실하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지난해에만 관내 41개사에서 193명의 안전보건담당자와 131명의 생산직 근로자 등 총 324명이 신규로 채용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습니다. 안전을 강화하면서 고용창출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2013년도 울산지역의 재해율이 0.62%에서 지난해 0.59%로 줄어든 가장 큰 요인으로 ‘제로플러스 프로그램’을 꼽고 싶습니다. 또한, 제로플러스 프로그램의 핵심이 반복·지속적인 실행·관리인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Q. 제로플러스 프로그램을 통해 지난 5월부터 ‘관리감독자 안전·보건 면담점검제도’를 본격 시행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도 도입 취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선진화된 안전관리시스템과 기법이 사업장에서 얼마나 공감을 얻고 있느냐, 자율적인 안전보건관리 활동이 실천될 수 있게끔 유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물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이 바로 ‘관리감독자 안전·보건 면담점검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왜 관리감독자일까요. 익히 알고 있듯이,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관리감독자로 하여금 현장의 위험방지를 위한 안전·보건 업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1~2명의 안전·보건관리자가 안전보건활동을 전담하고, 관리감독자는 이에 따라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안전만 놓고 보면 사실상 관리감독자와 근로자의 구분이 없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때문에 기존의 정부에서 시행하는 점검·감독 등의 방법만으로는 사업장의 안전문화를 실질적으로 변화·정착시키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즉, 관리감독자들이 안전·보건업무의 핵심 주체임을 각인시키고, 이들이 안전·보건활동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유도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이에 면담제도를 통해서 관리감독자가 평소 어떤 방법으로 안전활동을 수행하는지, 사업주가 안전활동을 제대로 지원하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확인만 하는 차원은 아닙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도 부과하고 있습니다.

 


Q. ‘관리감독자 안전·보건 면담점검제도’의 시행효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지난해 6월과 11월, 39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시범적으로 운영한 바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먼저 조선업 3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관리감독자가 안전·보건 직무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안전·보건팀에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여천지역 사업장 안전·보건업무 담당자 4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관리감독자 면담점검이 ‘산업재해예방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한 비율이 55.8%에 달했습니다.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대답도 44.2%로 나타났습니다, 즉 부정적인 응답이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사업장의 건의·애로사항을 면담계획에 반영해 제도 시행에 따른 실효성을 극대화할 방침입니다.

특히 관리감독자 면담제도를 2~3년 정도 시행해 본 뒤에는 근로자 면담점검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깊이 고려 중입니다. 사업장에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근로자들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관리감독자 면담제도는 근로자 면담점검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과도기적인 형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관리감독자의 안전실천 의지가 현장 작업단위에서 반드시 이행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관리감독자에 대한 안전·보건 면담점검이 앞으로 2~3년간 지속적으로 이행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2~3년 뒤에 근로자 면담점검을 시행하게 되면, 5~6년 뒤 울산지역 산업현장의 안전문화 수준은 괄목할만하게 향상될 것입니다. 앞으로 노동계, 경영계, 안전보건유관기관 등과 함께 근로자 면담점검 제도가 이행될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Q. 안전에 대해 지청장님께서 가지고 계신 신념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전을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저는 안전을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네 생활양식으로서의 문화 말입니다. 이해를 돕고자 부연 설명을 드리면 ‘설마 내가’라는 회피적 의식에서 ‘나로 인해 누군가가’라는 책임적 안전의식이 실현되는 것이 안전문화입니다.

다시 말해 안전은 나를 존귀하고 존엄한 존재, 즉 진정한 사람으로 인식하고 이로부터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한 배려와 신뢰의 마음이 행동으로 옮겨진다면 나와 타인의 안전을 위해 온 정성을 다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이 진정성을 가진 안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는 지난해 0.53%의 산업재해율을 기록했지만 선진국에 비해서는 산업재해예방 분야의 발전이 늦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산업재해를 산업현장의 문제로만 보는 시각, 정부의 점검·감독이 안전을 보증한다는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이러한 발상은 ‘안전이 나의 책임이 아닌 타인의 책임’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안전문화가 우리사회에 널리 확산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는 안전선진국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안전문화를 어떻게 정착·확산시켜 나가야 할까요. 저는 공감(共感)이 이 과제를 해결하는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최근 우리나라 각계에서는 ‘안전! 안전!’을 외치고 있습니다. 또 여러 기업에서는 ‘안전제일’을 표방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진정성 있고, 순수하게 안전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을까요. 안전을 비용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어떻게 안전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겠습니까. 안전의 가치에 대해 국민 모두가 공감해야 안전의식이 제고되고, 안전을 실천하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입니다.


Q. 위 질문과 관련해서 앞으로 산재예방정책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선 현장에서 안전을 양보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로 실천해 나가도록 지도·감독하는 것에 산재예방정책의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산재예방정책에서도 ‘당근과 채찍’, ‘선택과 집중’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우선은 사소한 실수에 의해 고귀한 생명을 잃거나 중한 부상을 당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아야 합니다. 원칙에 입각한 철저한 수사와 응당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위험요소가 완벽히 제거되기 전까지 작업을 중지시키는 강력한 행정조치를 통해 사고발생 억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지금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로는 일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으나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자율안전관리의 정착을 위해서는 사업장 특성에 맞는 안전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는 가운데 경영자가 현장을 안전점검하고, 정리·정돈·청소에 솔선하여 적극적으로 안전활동에 참여하는 등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즉 안전은 몇몇의 노력만으로 확보되지 않는 만큼 각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것입니다.

2012년 구미 불산누출사고, 지난해 세월호 사고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우리나라가 안전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길 바랍니다.


Q. 그동안 산업재해 예방정책을 펴시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업안전보건 정책업무를 총괄하면서 가장 보람됐던 순간을 꼽으라면 당연히 산업재해가 줄어들었을 때이지 않을까요. 제가 포항지청장으로 재임하면서 경험했던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시 포항지청 관내 사업장에서는 중대재해가 빈발했습니다. 이에 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보건공단, 포항지역 안전관리자 등과 함께 ‘중대재해 절반 줄이기 운동’을 전개한 바 있습니다. 참여 기관·단체 관계자 여러분 모두 많은 지원과 관심을 보내주셨고, 결국 포항지청 관내의 중대재해가 정말로 절반가량 줄어드는 성과를 냈습니다. 우리 안전인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뭉쳐 혁신을 이루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또 같은 시기 저는 안전대감(大監)제도를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안전대감은 ‘안전을 크게 살피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재해예방에 대한 공로가 크고, 지식과 경륜이 상당하여 존경을 받는 안전인에게 ‘안전대감’이라는 호칭을 수여함으로써 지역 안전인들의 귀감이 되게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입니다. 또 안전인들의 사기를 드높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제도를 시행한 것이지요. 이 제도의 시행을 통해 사업장에서 안전인들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을 목격하고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한편 산업재해가 증가할 때에는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울산에서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많은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사고의 원인이 사소한 실수나 잘못된 습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조사될 경우에는 ‘조금 더 강도 높게 재해예방활동을 전개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남고 상실감도 큽니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근로자와 사업주, 안전보건관계자 여러분께 당부 말씀 부탁드립니다.

노사를 비롯한 각계의 노력 덕분에 우리나라의 산업안전 분야가 과거보다 많이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갈이 먼 것도 사실입니다. 산업재해를 근원적으로 예방하려면 산업현장의 전 과정에 걸쳐있는 여러 주체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용노동부가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재해예방의 주무 부처인 만큼 기본에 충실한 안전문화가 산업현장에서 근로하는 모두에게 습관화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 노후·취약시설에 대한 개선과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사업주, 안전보건관계자, 재해예방기관 여러분들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안전은 개개인의 생명, 신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안전의 각 주체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한 가정이 재해로 인해 풍비박산 나는 일이 없도록 소명의식을 갖고 재해예방업무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근로자 여러분들 역시 ‘내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인식을 확고히 하고, 기초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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