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근 대한병원협회 회장

메르스 바이러스의 전파가 끝을 보이는가 싶더니 예기치 못한 확진 환자 발생으로 그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산발적 파장이 지속돼 여간 걱정이 아니다.

그러나 전 국민이 메르스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있는데다 정부가 메르스 퇴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모든 병원들이 철저한 진료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그 끝이 보일 것이다.

한 달여 전 메르스 환자 발생에 대한 정부 발표를 접하고 병원협회는 대책 본부를 구성하고 진료지침을 병원들에게 전달하는 등 숨가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2009년 신종플루에 대항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병원들이 철저히 준비를 할 수 있기에 이번 메르스도 조만간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첫 고비를 넘는 듯 하더니 예상치 못한 험준한 둘째 고개가 나타났고 이어서 작은 고비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여러 가지 복합된 요인들이 겹치며 여파가 장기화되고 있다.

메르스 증상이 있거나 관리 대상 환자가 병원을 찾는 경우 격리하고 검사해 치료병원으로 후송한다. 그러나 격리자 명단에 없는 환자가 다리 골절이나 교통사고로 병원에 올 경우에는 환자가 알려주기 전에는 예측할 수가 없다. 따라서 환자가 입원해 며칠간 치료 중 메르스 증상이 나타나 검사 후 확진판정을 받으면 그 병원은 초토화가 된다.

많은 의료인들과 입원환자뿐 아니라 보호자들까지 격리되고 병원은 전부 혹은 일부를 폐쇄해야 한다. 병원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여러 병원들이 엄청난 시련을 겪고 있다.

그동안 병원들은 메르스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정부의 대책이 구체화되기 이전에도 자발적으로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등 나름대로 방역체계를 구축했으며 메르스 확산저지를 위한 방안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간간히 비용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모든 것은 메르스 사태 종식 후 논의하는 ‘선수행 후보상’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현실적인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열악한 진료수가로 현금 유동성 여유가 없고 부채율이 여타의 기업보다 높다. 직접 피해를 입은 병원은 70~80%, 그 외의 병원들도 30~50%의 진료 수입 감소가 한 달을 넘어가면서 많은 병원들이 당장 닥쳐올 파산을 걱정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병원들의 대부분은 민간의료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병원들이 당연지정제로 국·공립병원과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지원대책은 국·공립 치료병원이나 노출자 진료병원을 대상으로 한다. 일부 민간병원에 제시된 지원책은 최대 3억원 수준의 메디칼론에 대한 이자 1% 인하가 거의 유일하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25만원 정도의 이자를 3개월간 인하해 준다는 것이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제부총리가 직접 나서 병원을 둘러보고 직접적인 피해 뿐만 아니라 간접적 피해에 대해서도 적극적 지원을 하겠다는 조치에 큰 기대를 가져본다.

어제도 임원들과 함께 폐쇄가 된 대학병원들을 방문했다. 병원입구에는 직원들이 체온을 재고 소독제 사용을 권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발길은 뚝 끊겨 있었다. 병원로비에는 적막만 흐르고 병원직원들만 간간이 발길을 재촉할 뿐이었다.

보통 대학병원의 직원은 2000여명 이상이다. 매달 60~150억원 정도의 인건비가 필요하다. 1달 이상 진료수입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이를 충당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현재 폐쇄중인 병원에서는 다음 달 급여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고 임시자금을 빌리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대학병원이나 비영리 법인병원이 대출을 받으려면 교육부, 복지부가 기채허가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현장에서 병원장들은 “지금은 전염병과의 전쟁 중인데, 정부에서는 현행법 테두리에 갇혀있다”며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병원협회장인 나 역시 비통한 심정을 감추기 어렵다. 현장에서 두터운 방호복 속에서 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 사회적 따돌림을 받고 있는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병원 직원의 가족들, 그들을 격려하기 위해 어떻게 정부를 설득해야 할지 머리가 하얘지는 기분이다.

메르스 여파로 인하여 우리사회가 치르고 있는 대가가 너무나 크다. 우리 병원계에 메르스 바이러스가 휩쓸고 가는 상처가 너무 깊다. 정부가 메르스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 병원계를 격려하고 전시상황에 맞는 지원체계를 구축해 주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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