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노위 “산재은폐 근절 위한 대책 수립해야”


PSM 제도 실효성 강화 방안 마련 절실

올해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감이 지난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됐다. 국정감사는 지난 1년동안 고용부가 추진한 고용노동정책 전반에 대한 성과를 점검해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세운다는 점에서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다. 이날 국감에서 환노위 위원들은 고용부에 관리·감독의 강화를 통해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대재해가 협력업체 근로자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등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질타한 것이다. 이날 국감 현장에서 제기된 주요 사항을 정리해 봤다.



◇대기업 ‘위험의 외주화’로 산재보험료 감면

한정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대기업이 위험의 외주화로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있다면서 산재보험제도를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지난해 산업보험료 특례적용으로 감면된 보험료는 총 1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라며 “문제는 이 가운데 33.1%인 4308억을 100대 대기업이 감면받았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와 같은 보험료 감면이 원청인 대기업에서 협력업체에게 위험업무를 떠넘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개별실적요율제는 사업장의 재해발생 정도에 따라 보험료율을 인상 또는 인하하는 제도”라고 설명하며 “재해가 많을수록 산재보험료를 많이 내야하지만 일부 대기업은 위험 업무를 하청업체에 넘겨 산재발생을 줄이면서 보험료도 낮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정애 의원은 대기업에서 감면받는 보험료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의 근거로 들었다. 실제로 산재보험료 특례를 누린 상위 100개 대기업의 몫은 2012년 3899억원(31.8%)에서 2013년 4043억원(32.1%), 지난해 4308억원(33.1%) 등으로 증가 추세다. 감면 받은 액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로 대기업이 감면받는 산재보험료가 늘면,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산재보험료는 더 오를 것”이라며 “이로 인해 사회보험인 산재보험의 공공성이 크게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의원은 이어 “산재보험 개별실적요율제는 중소기업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한 제도가 돼야 한다”며 “대기업 혜택으로 전락하고 있는 개별실적요율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기권 장관은 산재로부터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터 조성을 위해서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원청의 하청업체에 대한 공동안전보건조치 의무를 확대하고, 유해·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 인가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입법을 추진 중이다”라며 “특히 위험 작업장에 대한 전담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법 위반 사업장은 책임을 철저히 묻는 등 엄정한 법집행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재은폐 근절 위한 종합대책 마련돼야

최근 청주의 화장품 공장에서 발생한 산재은폐 시도와 관련해서 국감에서도 질타가 계속됐다.

이석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산업재해 은폐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할 것을 고용부에 촉구했다.

이석현 의원은 “산재 미보고 적발건수는 지난 2013년 192건에서 지난해 726건으로 3.8배 급증했다”라며 “지난 7월 청주의 화장품 공장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지게차에 치인 사고가 발생했을 때 출동한 119 구급차를 회사가 돌려보낸 것도 산재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참고로 이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된 726건의 산재은폐 건수 가운데 건강보험공단이 부당이득금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적발한 건이 53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는 재해자의 산재처리 요구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과정에서 적발 96건, 사업장 감독 중 적발 48건, 산재은폐신고센터에 접수 32건, 자진 신고 16건, 119 구급대 신고 자료를 통한 적발 3건 등의 순이었다.

이를 전년 대비로 살펴보면 자진신고의 경우 2013년 25건에서 지난해 16건으로 감소한 반면 나머지는 모두 증가했다. 특히 54건에 불과하던 건강보험 부당이득금 환수 건수가 9.8배 증가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이석현 의원은 “고용부는 산재를 은폐하는 요인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현행 1000만원에 불과한 과태료를 상향해야 한다”라며 “산업안전감독관 증원 등 산재 은폐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공정안전관리제도(PSM) 실효성 제고해야

은수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정안전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중대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유해·위험설비를 보유한 사업주에게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제출하게 하고, 이에 대한 이행평가를 하는 공정안전관리제도(PSM)가 총체적인 부실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참고로 중대산업사고란 유해·위험설비로부터 위험물질 누출, 화재, 폭발 등으로 인하여 사업장 내의 근로자에게 즉시 피해를 주거나 사업장 인근지역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사고(PSM 대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말한다.

아울러 전국 6개 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이하 중방센터)는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감독팀)과 안전보건공단 직원(기술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업주가 제출한 공정안전보고서에 대해서 사업장 감독을 통해서 이행상태를 점검하고 ‘P’, ‘S’, ‘M+’, ‘M-’ 등급을 부여한다. 중방센터에서는 유해·위험설비에 대한 안전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곳에 P나 S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은수미 의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대산업사고가 발생한 사업장 23개소 중 P·S 등급 사업장이 13개소(56.5%)를 차지했다. 또 사망자 27명 중 19명(70.1%)이 P·S등급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수미 의원은 오히려 P·S 등급 사업장에서 중대산업사고와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컨설팅 업체 관리기준 전무 ▲이행평가 투입 인원 기준 전무 ▲감독 전문인력 후퇴 등으로 지적했다.

은수미 의원은 “PSM대상 사업장은 통상적으로 전문 컨설팅 업체의 도움을 받아서 공정안전보고서를 작성·제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리규정이 전혀 없다”라며 “환경부 소관의 화학물질관리법상 ‘장외영향평가’제도는 전문기관의 정기, 수시평가 및 필요시 지정을 취소하는 등 전문기관의 활용 등에 대한 법 규정이 있는 반면, 공정안전관리제도에는 관련 법 규정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은 의원은 “컨설턴트 자격자가 2명에 불과한 기관이 전체의 64.7%인 22개에 달하는 등 영세한 기관이 많고 이에 대한 관리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에서는 유해·위험물질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의원은 이행평가 시 투입하는 인원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도 문제점이라고 밝혔다.

은 의원은 “사업장 규모별로 이행평가 투입인원 기준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PSM평가가 부실할 수밖에 없고, 등급 자체에도 신뢰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은수미 의원은 중방센터 감독팀 및 기술팀 인력의 전문성 하락을 제도부실의 이유라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의 ‘중대산업사고 예방센터 운영규정’에 따르면 감독팀은 공업직, 시설직, 보건직 등 기술분야 전문성을 갖춘 감독관을, 기술팀은 화학공정 및 장치설계분야 등 8개 분야 전문가를 배치해야 한다.

유해, 위험설비에 대한 감독, 공정안전보고서 이행평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배치돼야 하기 때문이다.

은수미 의원은 “최근 중방센터 인원 및 직렬 현황을 보면, 행정직 직렬의 감독관들이 배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지난해 초까지 기관평가에서 배치 인원의 전문성을 평가했지만 고용노동부가 올해 이 부분을 제외했고, 행정직렬 감독관을 배치했다”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제도시행 20여년을 맞이한 공정안전관리제도가 중대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본래의 도입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고용노동부가 중방센터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업장 규모별 투입인원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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