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 분야 현안과 발전방향 심층 논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활성화 방안 마련돼야


국내 안전분야에서 최대의 학술대회로 자리매김한 ‘한국안전학회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한국안전학회(회장 이근오)는 지난달 29~30일까지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웰리힐리파크에서 ‘2015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에는 안경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과 이백현 대한산업안전협회 기술이사, 강성규 안전보건공단 기술이사 등 국내 안전 분야의 주요 인사를 비롯해 학회 회원, 안전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추계학술대회는 최근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안전에 관한 최신의 학문적 연구결과와 안전기술 발전 사례 등을 살펴볼 수 있다는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대회 기간동안에는 ▲기계안전 ▲전기안전 ▲화공안전 ▲건설안전 ▲인간·시스템안전 ▲안전정책 ▲재난안전 ▲교통안전 ▲리스크관리 ▲원자력안전 등 총 10개 분야에서 210여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또 개회식 자리에서는 안경덕 고용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이 ‘산재예방 정책방향’에 대한 특별강연을 실시했고, 대회 기간동안에는 ‘연구실 안전’과 ‘안전문화’와 관련된 특별세션이 운영되는 등 최신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근오 한국안전학회 회장은 “한국안전학회는 지난 1986년 창립된 이후 명실공히 우리나라 안전분야의 대표 학회로 자리매김했다”라며 “앞으로도 학술대회, 위험성평가 경진대회 등을 통해 안전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학문적 기반을 충실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야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안전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과 그 해결방안을 모색해보는 연구결과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발표는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동향과 발전방안에 관한 연구’였다.

이 발표를 통해 정 교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OSHMS)을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선진국에서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구성요소를 법령에 반영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라며 “특히 2016년 하반기 또는 2017년 상반기에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ISO 규격으로 제정될 예정으로 이에 따른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정 교수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구축·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전무한 상황이다”라며 “안전보건공단에서는 인증 중심으로만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정부에서는 임의적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진우 교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활성화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 산업안전보건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법제화하는 한편 인증기준에 대한 해설지침을 국제기준과 부합되게 충실한 내용으로 마련해 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안전문화 정착이 재해 예방의 해법

안전문화와 관련된 연구결과도 학술대회 참석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

먼저 이준 한국교통연구원 부연구위원(박사)은 ‘국민정서를 반영한 교통안전문화 확산방안 연구’를 통해 안전을 왜 투자개념으로 인식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목을 집중 받았다.

이 박사는 “사회 전반에서 안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안전을 위한 경제적인 부담에 대한 개념은 생소하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에서만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라며 “이는 곧 안전시스템이 구축되기 상당히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박사는 “사례 분석 등을 통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민들은 자신이 재난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으며, 지불한 안전비용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특히 모든 재난 상황을 국가가 책임져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상당이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준 박사는 이와 같은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적·사회적인 제도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박사는 “국민 모두에게 안전을 공공재로 인식시키고, 개인이 안전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서는 안전이 투자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발적으로 안전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박영석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안전문화가 불안전한 행동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박 교수는 ‘안전분위기, 리더십 및 안전행동의 관계’ 주제 발표를 통해 국내 모 기업의 제조·생산, 기술, 연구·개발, 사무직 등 7개 사업부 73개팀 3616명을 대상으로 안전문화와 불안전한 행동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의도적 행동(준수, 위반)이 비의도적 행동(실수)보다 안전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안전문화가 제대로 구축되면 근로자들이 안전하게 행동하고, 불안전한 행동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울러 팀 내에서 관계 갈등을 많이 경험하는 팀의 팀원들은 안전행동을 적게하고, 불안전한 행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영석 교수는 “안전문화를 사업장에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조직 심리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한산업안전협회, 산업안전분야 발전 방향 제시


◇지진으로 인한 크레인 붕괴 등 2차 사고 예방해야

이번 추계학술대회에서 대한산업안전협회는 안전문화, 위험성평가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발전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특히 일반적인 연구들이 문헌, 설문조사 등으로 결과를 도출하는 것과 달리 협회의 연구성과는 현장점검 데이터 및 컨설팅 사례, 실제 적용사례 등을 활용해 현장성이 높다는 평을 들었다.

먼저, 채진석 안전검사본부 인증부 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지진발생 횟수가 증가하면서 구조물 안전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해 ‘기존 크레인의 지진에 대한 안전대책’이라는 주제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를 통해 채 부장은 최근 3년간 협회에서 수행한 안전인증 사례를 제시하며, 지진으로 인한 크레인의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 및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 부장은 “현재 옥외에 설치된 단독 크레인의 경우에는 내진에 대한 기준이 있지만 기존 건축물의 실내·외에 설치된 크레인과 관련된 내진 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다”라며 “기본적으로는 설계단계에서부터 내진성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채 부장은 “현 상황에서 안전관리자들은 실내·외에 설치된 크레인에 이중안전장치와 이탈방지장치 등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안전장치를 설치해 지진으로 인한 2차 사고를 예방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리감독자 안전의식 제고 절실

건설업 재해예방을 위한 선결과제는 관리감독자의 안전의식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전경일 건설안전본부 건설지원부 과장은 ‘관리감독자의 권위활용으로 본 중·소규모 건설현장 문제점과 재해예방 방안 연구’에 대해 주제발표 했다.

전 과장은 “건설업에서 재해는 중소규모 현장과 신규 근로자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며 “위험성평가, 클린사업 등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의 성과가 도출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 과장은 관리감독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전 과장이 국내외 문헌 및 협회가 컨설팅을 실시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중소규모 현장의 경우 관리감독자가 1~2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 특히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은 곳에 작업수행을 지시한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근로자들이 관리감독자를 맹목적으로 따른다는 것이다. 즉, 안전시설물이 설치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경일 과장은 “권위를 가진 관리감독자의 안전의식이 향상된다면 근로자의 불안전한 행동에 대한 통제 및 관리가 가능해 질 것”이라며 “건설현장 관리감독자의 안전의식 제고를 위한 제도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산업재해예방 투자 활성화 위해 정부지원 강화돼야

안전설비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김성빈 안전기술본부 기술지원부 전문위원(박사)은 ‘안전보건 시설 설비에 대한 조세혜택 방안에 관한 연구’를 통해 중소기업이 각종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유해위험기계기구 등의 방호장치를 구입·설치할 경우 소요비용에 대한 세액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현재도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중소기업의 투자액에 대해 세액공제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산업정책 및 안전정책상 필요하다고 인정한 시설에 경우에는 그 투자금액의 100분의 7에 상당하는 금액을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김 박사는 “문제는 세액 공제 대상이 모두 ‘산업재해예방시설’로만 규정되어 있어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재해예방 투자비용은 법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라며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주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인증 대상 설비를 구입·설치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공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정부의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계적인 위험성평가 시스템 구축 필요

위험성평가의 원활한 정착을 위해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종인 안전기술본부 기술지원부 차장(박사)은 ‘위험성평가 절차에 따른 업무효율 제고에 관한 사례 연구’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박사는 “사업장의 위험성평가 과정을 분석해 본 결과 ‘KRAS’, ‘4M기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었다”라며 “특히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는데 있어서는 공정별 또는 작업별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제시한 의견을 반영할 때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박사는 “위험성평가가 사업장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경영진부터 확고한 안전경영 방침을 세워 실천해야 한다”라며 “또한 위험성평가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김 박사는 “특히 근로자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함창훈 안전기술본부 기술지원부 사원은 ‘안전문화 측정을 위한 도구 비교 및 접근 방법에 관한 연구’의 주제 발표를 통해 안전문화의 측정을 위해서 업종별 특성에 맞는 지표와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안전문화 측정도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사업장 자체적으로 안전문화를 평가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일관성 있게 관리해 나간다면 불안전한 행동 및 상태가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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