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안전문화 개발해야


안전시스템 혁신 착수 큰 수확
국민 10명 중 2명, 안전처 존재 몰라


‘우리나라 안전시스템은 세월호 사고 이전과 이후로 나눠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월호 사고는 안전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각종 법·제도들이 개정·시행된 것이다. 특히 이들 가운데에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세월호 3법(세월호 특별법, 정부조직법, 유병언법)이 지난해 11월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이다.

이 중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국민안전처가 탄생했고, 기존의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은 해체됐다. 또 안전행정부는 안전관련 업무를 안전처에 이관하고 행정자치부로 축소됐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안전처는 국무총리실 산하 장관급 조직으로 해경과 소방방재청, 안전행정부 안전본부를 통합해 우리나라 재난·안전관리를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됐다.

더욱이 안전처는 장관 아래 3명의 차관급을 뒀고 소속 정원만 1만명이 넘는 거대 조직으로 탄생했다. 그렇다면 오는 19일로 출범 1년을 맞는 국민안전처가 남긴 발자취는 무엇일까.


◇향후 정책방안 모색

국민안전처는 출범 1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활동을 되돌아보고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안전처는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국민안전처 1년의 발자취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안전처 정책자문위원, 지자체 공무원, 안전관련 시민단체 회원, 대학생 등 120여명이 참석해, 1년간 국민안전처 추진정책 전반을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모색했다.

세부적으로 이날 토론회는 김동현 기획조정실장이 안전처 출범 이후 주요성과와 개선과제에 대한 기조발제를 시작으로 최병관 전북도민안전실장(자치단체 대표),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실장(시민사회단체 대표), 김봉수 아시아경제 기자(언론 대표), 박두용 한성대 교수(전문가 대표)가 차례로 1년간 국민안전 변화를 평가하고 정책을 제언했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국민안전지킴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따끔한 충고와 조언을 해달라”면서 “쌍방형 소통 방식의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을 수렴해 향후 정책 개발·보완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인지도·기대치 낮아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안전처에 대한 국민의 인지도와 기대치가 낮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 절반 가량은 지난 1년간 안전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혹평했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 실장은 지난달 27일부터 6일간 533명의 국민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이날 정책토론회에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의 82%인 432명만이 “안전처를 알고 있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2명은 안전처의 존재 조차 모르고 있는 셈이다.

안전처의 출범에 따른 기대치를 묻는 문항에서는 60%가 “큰 변화가 없거나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또 63%의 응답자는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의식 수준이 낮다”고 답했다. 반대로 높다고 밝힌 응답자는 6%에 그쳤다.

지난 1년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15%가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고,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도 29%나 됐다.

앞으로 안전처 정책·제도·사업의 우선순위로는 국민 10명 중 9명(90%)이 ‘예방’을 꼽았다. 대응과 복구라는 답변은 각각 8%와 2%에 불과했다.

이윤호 안실련 실장은 “재난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막연한 믿음 때문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관(官) 주도에서 민(民) 지원 형태로의 안전문화운동 체질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안전 현 주소는?

‘국민안전처’라는 재난관리 컨트롤타워가 만들어 졌지만 여전히 대한민국은 안전 선진국의 명성을 쌓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 이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돌고래호 전복과 같은 대형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안전처는 거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을 들었다. 지난 8월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국민안전 체감도가 20%대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안전처가 출범한 뒤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안전처는 출범 4개월만에 우리 사회의 재난안전관리를 혁신할 ‘안전혁신 마스터플랜’을 수립했고 전국의 각종 시설물 86만여건에 대해 일제히 안전점검을 벌이는 ‘국가안전대진단’도 전개했다.

특히 안전신문고를 통해 국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생활 속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자체 개발한 안전 성적표인 ‘지역안전지수’를 통해 오는 2018년까지 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현재보다 15~20% 감축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워놓은 상태다.

재난안전 업무의 패러다임을 기존 ‘대응과 복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충분히 큰 공적이라 할 수 있다.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지난 1년 동안의 성과를 단기적으로 가시화하는 것은 어렵다”라며 “지금까지 뼈대를 세워왔다면 앞으로는 재난안전 총괄·조정기관으로 필요한 근육을 만들어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韓, 격차 없는 안전문화 개발해야

한편 국민안전처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안전문화를 개발·보급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Emanuel Yi Pastreich)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13일 한국이 사회 격차를 극복하는 범국민적 안전문화를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안전처 직원을 대상으로 ‘아시아의 안전문화, 다른 대한민국’ 주제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박인용 장관과 이성호 차관, 정종제 안전정책실장 등 약 100명이 참석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의 안전문화는 한류(韓流) 확산에 힘입어 중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특히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으로 문제가 심각한 중국이 벤치마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안전문화를 대충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내뿐 아니라 주변 국가까지 내다보고 고민해야 할 때이다”라고 지적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개인주의와 소비만능 경제구조로 인해 한국의 안전문화에도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은 빈부와 교육의 격차에 의한 문화적 단절이 심각하다”라며 “마치 여유있는 사람들이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 안전문화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덧붙여 “특수한 몇몇이 아닌 구성원 전체가 참여하는 범국민적 안전문화를 개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안전문화 개발의 실마리를 전통 사상에서 찾을 것을 조언했다. 특히 조선의 통치체계였던 유교사상을 높게 평가했다.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한국은 전통사상의 중요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마을공동체 의식, 홍익인간, 선비사상 등 우수한 사례가 많다”면서 “단순한 복고주의를 논하는 게 아니다. 현대사회에 맞춰 과거의 철학·관습·정책을 재평가·재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모방해서 상대의 문턱까지는 갈 수는 있지만 넘어설 수 없다”라며 “안전문화도 선진국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유교에서 발췌해 새 것을 만든다면 전 세계적인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숫자로 살펴보는 국민안전처 1년

▲‘1’ = 안전처 제1호 제정 법률, ‘소규모 공공시설 안전관리 등에 관한 법률’
▲‘3’ = 20여개 신고전화를 3개(재난 119·범죄 112·민원 110)로 통합
▲‘4’ = 특수구조대 4개 신설
▲‘6’ = 11월 11일 기준 안전신문고 신고 건수 6만여 건
▲‘7’ = 7대 분야 지역안전지수 공개
▲‘8’ = 8대 특수재난 협업체계 구축
▲‘31’ = 지난 1년간 박인용 안전처 장관 현장점검 횟수
▲‘41’ = 안전정책조정(실무)위원회 개최 건수
▲‘100’ = 안전혁신 마스터플랜 5대 전략 100대 과제
▲‘219’ = 대규모 해양사고 대비 훈련 횟수
▲‘279’ = 2015년 119구급차 보강 대수
▲‘555’ = 자치단체에 보강된 재난안전 전담인력
▲‘3665’ = 어린이 보호구역·도시공원에 신규 설치된 CCTV 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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