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대응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대처로 참사 막아

 

빠른 상황 전파, 침착한 대피, 신속한 진화, 제대로 된 방화시설


올해 초 5명의 목숨을 앗아간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지난 11일 경기도 분당의 한 상가건물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방화문이 잘 작동한 데다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고 소방대원들이 빠른 진화에 나서 참사를 피해갔다.

사고가 발생한 시각은 이날 오후 8시 18분경. 분당 수내동 S빌딩 1층 주차장 엘리베이터 앞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불은 삽시간에 외벽을 타고 건물 꼭대기까지 번졌다.

사고 건물은 12층 규모로 1층에는 카페와 주차장이, 2층에는 보습학원이, 3~5층은 일반 사무실이, 6~12층은 설계회사가 입주해 있었다. 사고가 저녁시간에 발생한 터라 당시 3~12층에 있던 근로자들은 대부분 퇴근을 한 상황이었고, 1층에 있던 사람들의 경우 화재를 감지하자마자 건물 밖으로 빠르게 빠져 나왔다.

문제는 2층 학원이었다. 사고 당시 학원에서는 250여명의 고교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자칫 대형참사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한 강사가 화재 발생 사실을 파악하고 학생들에게 큰 목소리로 전파했다.

대피가 시작됐지만 1층에서 불이 난 탓에 탈출구를 찾기가 어려웠고,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인원이 이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학원강사들은 학생들에게 물 묻힌 화장지를 주며 유독가스로부터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가운데 침착하게 지하주차장으로 이동해 무사히 탈출에 성공했다. 그 결과 5명 정도의 학생들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 경상을 입은 것 외에 별다른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의 ‘매뉴얼 대응’ 주목

이번 사고에서는 소방당국의 신속한 출동도 돋보였다. 의정부 아파트 화재 당시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인해 출동에만 10분 이상이 걸리고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넓은 소방차 진입로가 확보되어 소방당국이 화재 발생 5분만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진화작업도 용이하게 할 수 있었다.

또 방화문 등 방화시설도 제 역할을 해 인명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 방화문들이 제대로 닫혀 있어 건물 외벽이 순식간에 타올랐음에도 연기가 건물 안으로 확산되지 않았던 것이다.

가장 많은 피해환자의 치료를 담당했던 분당서울대학교병원도 매뉴얼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화재발생 당시 119상황실과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응급상황임을 전달받은 분당서울대병원은 병원 자체적으로 마련·운영중이던 ‘지역사회 응급재난 대응 매뉴얼’에 따라 10분 만에 ‘재난 의료지원팀’을 화재현장에 급파했다. 또 병원 내에는 대량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임시 진료센터를 구축했다. 기존 응급실 병상이 100% 가동됐을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이 끝난 의사, 간호사 등 직원들도 교대하지 않고 남아 치료를 지원했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분당소방서 등 안전 관련 기관과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의 재난 상황 대비 훈련을 실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 등은 목격자가 최초 발화지점으로 지목한 1층을 시작으로 잔해물을 수거해 분석하는 등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건물 전체에 대한 안전점검과 함께 피해규모 조사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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