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메르스 초동대응·방역조치 총체적 부실”
감사원 “메르스 초동대응·방역조치 총체적 부실”
  • 승인 2016.01.20
  • 호수 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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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대책 마련 필요’ WHO 권고 8차례 무시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 발표
최초환자 신고 받고도 이틀간 검사 지체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 증후군) 사태 당시 정부와 삼성서울병원 등이 초동대처와 확산방지에 모두 실패하며 피해를 키웠던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 등의 잇따른 경고에도 이를 간과했으며, 최초환자의 신고를 받고도 이틀 후에야 검사를 실시하는 등 안일하게 대응했다. 또 삼성서울병원은 역학조사에 적극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0일부터 10월 29일까지 실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결과를 지난 14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삼성서울병원에 주의조치와 관련자 징계, 제재조치 등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은 메르스 사전대비 업무 및 확진자 발생에 따른 초동역학조사 업무와 병원명 공개 등 방역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질병관리본부장 등 관련자 16명을 징계(정직 이상 중징계 9명)하도록 요구했다.

◇초동 대응 부실
감사원은 우선 초동대응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지난 2012년 9월 중동에서 메르스가 최초 발생한 후 사람 간 전파 사례가 확인되고, 발생 국가가 증가하는 등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도 사전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특히 질본은 메르스 연구 및 감염 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WHO의 권고(8차례)와 국내 전문가 자문(2차례)을 무시하고, 확산 양상·해외 대응사례 등에 대한 연구분석을 실시하지 않는 등 사전대비를 소홀히 했다.

질본은 또 최초환자의 신고를 받고도 검사를 지체(34시간)하고, 최초환자가 병실 밖 다수와 접촉한 사실을 병원 CCTV 등을 통해 확인하고도 관리를 소홀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감사원에 따르면 질본은 메르스 전염력을 과소평가하고, 방역망을 1번 환자가 입원한 병실로만 한정해 의료진 등 20명만 격리하고, 같은 층 다른 병실 등의 추가 환자 발생 가능성 등을 검토하지 않고 역학조사를 종료했다.

그 결과 1번 환자와 접촉한 14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상태로 삼성서울병원 등으로 이동해 대규모 3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참고로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등에 머물면서 다른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감염시킨 ‘슈퍼 전파자’다.

◇정보 비공개 등 확산방지에도 실패
정보 비공개 등 확산방지 실패 과정도 낱낱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병원명 공개 등 방역조치가 지연되고, 14번 환자와 관련한 삼성서울병원 방역조치가 부실해 대규모 확산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이하 대책본부)는 초기 방역조치가 실패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이를 감추는데 급급했다.

대책본부는 지난해 5월 28일 1번 환자가 입원한 평택성모병원 8104호 외에 다른 병실(8103호) 환자(6번)가 확진 판정을 받아 당초 설정한 방역망(동일 병실 출입자)이 뚫려 초기 방역조치가 실패했음을 알았다. 또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14번 등 5명이 같은 달 28~31일 7개 병원을 경유하면서 다수 환자를 감염시킨 사례도 확인했다.

역학조사를 통해 접촉자를 파악·격리하는 방식으로는 메르스 확산 방지에 한계를 보이는 상황이었는데도 병원명 공개 등 적극적 방역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던 셈이다. 대책본부는 일주일 뒤인 6월 7일에야 뒤늦게 병원명을 공개했다.

대책본부는 또 5월 31일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일부(117명)를 제출받고도 업무 혼선으로 즉시 격리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그 결과 14번 환자와 접촉한 76번 환자 등이 관리대상에서 누락된 상태로 강동경희대병원 등을 방문해 12명(이중 2명 사망)의 4차 감염자가 발생하는 등 메르스가 대규모로 확산됐다.

대책본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나머지 명단(561명)을 제출하지 않고 있는데도 현장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6월 2일에야 전체 명단을 확보했으며, 또 이를 시·도 보건소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가 복지부 장관의 질책이 있은 후에야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로 인해 노출환자에 대한 추적조사 및 보건소를 통한 격리 등 후속조치가 7일간 지연돼 추가 확산방지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삼성서울병원은 대책본부로부터 14번 환자의 접촉자 명단 제출을 요구받은 후 이튿날 곧바로 주소와 연락처가 포함된 678명의 명단을 작성하고도 117명 명단만 제출했다. 삼성서울병원은 나머지 561명의 명단을 이틀 뒤인 6월 2일에야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 업무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 안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해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방역체계가 개편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