쯔요시 카와카미 국제노동기구(ILO) 선임안전보건 전문가

최근 세계적으로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 및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안전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이들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해 재해가 발생할 확률도 타 근로자들에 비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아시아태평양방콕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아시아 전체의 기술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쯔요시 카와카미 선임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도 평소 이들 근로자의 재해문제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ILO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공동으로 ‘작업환경 및 근로조건 개선’ 이라는 주제의 국제워크숍을 개최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도 ILO의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기준을 개발도상국 노사정 대표들에게 제시하면서 이를 정책에 반영할 것을 적극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본지는 ILO의 전문가로서 우리나라를 찾은 쯔요시 카와카미 박사를 만나, 세계 산업안전보건의 추세, 그리고 소규모 사업장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산업안전분야에서 국제노동기구(ILO)의 역할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ILO는 아시다시피 국제연합(UN) 산하 기구로 여러가지 사회적인문제 및 노동문제의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곳입니다.

산업안전분야에 있어서는 국제기준에 따라서 각 국가가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시스템 및 정책을 수립할 수 있도록 자문해주고, 모든 근로자분들이 안전보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우리 ILO의 경우 각국 노사정의 대표들이 참여하는 기구로, 노사정의 협력을 이끄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정부관계자, 근로자 대표, 사업주 대표들이 꾸준히 협력해나가고, 이를 통해 해당 국가의 산업안전보건분야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세계적인 안전보건의 추세와 앞으로 개선해야 될 점들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전보건에 대한 협력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사회구성원들의 안전보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산업안전보건의 수준이 크게 발전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사고 발생건수 자체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각국의 안전보건관리시스템에 새로운 기법들이 많이 도입되고 있고,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서비스도 점점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앞으로 산업안전보건 분야는 더욱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모든 분야가 그렇듯 최근 산업구조가 변하면서 새로 부각되는 문제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다음과 같은 3가지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먼저 한국도 그렇지만 전세계적으로 비정규직근로자, 파트타임 및 아르바이트생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가 다소 미흡한 면이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각 국가들의 안전보건관련 법률이 대부분 정규직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보는데, 이런 점에서 앞으로는 정부가 사회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을 아우를 수 있는 법이나 제도를 만드는데 적극적으로 노력해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석면문제입니다. 석면은 아시다시피 근로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물질입니다. 한국이나 일본, 미국같은 경우 석면의 제조 및 사용을 불법화시켜놓았지만, 여전히 일부국가들은 이를 제조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개발도상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앞으로 석면의 제조를 최소화시켜나가고, 석면이 사용되고 있는 지역의 위험성을 낮추는데 전 세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화 추세에 따라 근로자들의 국가간 이동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 즉 국가간 안전관리시스템도 체계적으로 정립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해외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산업안전문화, 그리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제시해주신다면?

제가 직접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한국도 산업안전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어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산업안전에 대한 기술적 서비스, 법률적 기반, 시스템적인 면에서는 타 국가의 모범이 되지 않고 있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한국도 정부가 법을 적용시키자고 결정하면 이를 따르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주도적인 방식은 위험요인이 다양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산업안전의 새로운 모델로 ‘참여적 접근방식’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는 근로자나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위험요소들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발전시켜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이러한 참여적 문화가 정착되려면 정부는 물론 사업주와 근로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데, 이제는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Q. 그렇다면 이 ‘참여적 접근방식’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실용 가능한 참여적 방법을 도입하고, 더 많은 사업장에 적용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크게 두 가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참여적 접근방식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 장려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주도 하에 실행이 잘되고 있는 편이지만 다른 나라들의 경우 아직 미흡한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 이 부분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참여적 접근 방식이라는 것은 일부만이 참여한다고 해서 정착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적극 협력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정착시켜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소규모 사업장과 대기업, 그리고 노총과 경총 등 어떻게 보면 대립적인 구도를 보이고 있는 사회구성원들 간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정부도 이를 잘 조절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평소 소규모 사업장, 특히 가내수공업 및 중소 건설현장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들 사업장들의 현실과 ILO에서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을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시아 각지의 가내수공업 사업장을 방문하다보면 상황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이들 사업장의 경우 더 큰 회사에서 하청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감독관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거나 법률의 보호를 받는 것이 다소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현재 ILO는 여러 NGO단체들과 공동으로 가내수공업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활동들을 꾸준히 추진해나가고 있으며, 앞에서 말한 참여적 접근방식을 이들 사업장에 도입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 활동도 펼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가내수공업 외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소규모 건설현장입니다.

소규모 건설현장 같은 경우 대규모 건설현장의 근로조건과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대규모 건설현장의 경우 대기업에서 운영하기 때문에 안전에 대해서는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소규모 건설현장의 경우는 안전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안전관리자마저도 제대로 두지 있고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또한 철강으로 만들어야하는 비계인데 나무로 만들어 놨다던가, 전선이 완전하지 않은 채 연결되어 있는 등 작업환경이 불완전한 경우도 매우 많습니다.

이렇게 여러모로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안전보건에 대한 정책이 잘 미치지 못하고 있으면서 중소건설현장의 안전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현재 ILO에서는 건설현장 근로조건 개선 프로그램인 WISCON(Work Improvements in Small Construction sites) 등 여러 프로그램을 별도로 마련하여, 소규모 건설현장에 직접 적용시켜나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ILO에서 꾸준히 연구해나가고 있는 프로그램들인 만큼 이것이 현장에 정착된다면, 소규모 건설현장의 근로환경도 크게 개선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Q. 향후 ILO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산업안전보건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ILO에서는 최근 소규모 사업장의 트레이닝(교육 및 훈련)적인 면을 강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실제로 캄보디아, 라오스 같은 국가의 경우 ILO에서 실시하는 트레이닝 기준을 정부프로그램에 접목시켜 실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점들을 보면 그간 ILO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이 프로그램을 더 많은 나라의 소규모 사업장들에게 적용시키는데 중점을 두고 운영해나갈 방침입니다.

그리고 우리 ILO에서는 각 국가에서 산업안전보건 지침을 개별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는데, 이것의 확대작업을 적극 추진하여 ILO의 산업안전보건시스템에 대한 관리지침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켜나갈 계획입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산업현장 근로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정일도 잘 챙기고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이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자분들이 일만 너무 열심히 하시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시면서 가정도 잘 돌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관리직 직원들이나 사업주분들도 근로자들이 가정과 일의 균형을 잘 지켜나갈 수 있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주시길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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