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부검결과 ‘흡인성 질식사’로 추정…혈액검사 후 명확한 사인 발표

 


숨진 근로자들 산소마스크 등 안전장비 미착용한 것으로 드러나


제주도에 있는 하수처리장 지하에서 하수찌꺼기를 제거하던 근로자 2명이 작업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된 상황에서 이번에 숨진 근로자들 역시 일용직·하도급업체 직원인 것으로 알려져 경찰은 수주업체 입찰계약 및 안전 매뉴얼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후 2시 38분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토산리 남원하수처리장 지하 6m 아래에서 하수찌꺼기를 제거하던 양모(49)씨와 정모(32)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일 작업장에는 숨진 양모 씨와 정모 씨를 비롯해 하수찌꺼기 회수업체 직원 4명, 하수처리장 직원 3명 등 총 7명이 있었다.

경찰은 동료 근로자 등의 증언을 토대로, 작업량을 확인하기 위해 아래로 내려가던 양모 씨가 사다리에서 떨어졌고 이를 목격한 정모 씨가 구조를 위해 아래로 내려갔다가 결국 두 사람 모두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부검결과, 기도가 하수찌꺼기로 가득 차있는 것으로 미뤄 ‘흡인성 질식사’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시 제주도는 30도를 웃돌 정도로 무더웠는데, 밀폐 공간에서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 미생물 번식이 활발해져 산소는 줄어들고 유해가스가 발생한다는 것이 경찰의 부연설명이다.

경찰은 추가로 혈액분석 등의 검사를 한 뒤 명확한 사인을 밝힐 방침이다.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번 주 안으로 사고가 난 하수펌프장의 기체 성분을 포집해 분석할 계획이다.

◇숨진 근로자들, 산소측정기·마스크 등 안전장비 전혀 착용하지 않아
경찰은 숨진 양모 씨와 정모 씨가 사고 당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근로자들이 사고 현장까지 타고 간 차량에는 산소측정기와 송풍기, 산소마스크가 있었으나 실제 작업 당시에는 착용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사고가 일어난 하수펌프장 직전에 작업했던 다른 펌프장에서도 이 장비들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아울러 경찰은 근로자들이 충분한 휴식과 해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작업량이었는지, 내부 환기는 적절했는지, 작업 전 산소와 황화수소 농도 측정 등 보호장비 이외 다른 안전 수칙을 잘 지켰는지 등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작업을 하면서 지켜야할 안전 수칙과 그 안전 수칙이 법적인 의무사항인가 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수주업체, 입찰계약 위반여부 조사
경찰은 지난 11일 공사를 발주 받은 S업체 대표를 불러 조사하고, D업체와의 하도급 계약 서류를 검토했다.

경찰은 조사결과, 양모 씨는 D업체가 고용한 일용직이고, 정모 씨는 수자원본부와 하수찌꺼기 제거 사업을 계약한 S업체가 하도급을 준 D업체 직원임을 밝혀냈다. 아울러 S업체가 전체 도급사무 중 일부 내용을 D업체에 하청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이에 경찰은 S업체와 D업체의 일부 하도급 계약이 법령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제주수자원본부와 S업체 사이의 계약 내용과 안전 지침 등을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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