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배려해야 나도 안전할 수 있는 것

최근 여러 언론에서 ‘보복운전’이라는 말이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보복운전은 운전 중 타 운전자로부터 불쾌한 행위를 당했다고 생각하여 급가속과 급정지 등 난폭한 운전으로 해당 운전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말한다.

한순간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여 저지르는 이 잘못된 행위로 인한 피해는 비단 자신으로 그치지 않는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생까지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상식을 갖고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헌데 놀랍게도 이 도로 위에서의 분노행동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실제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보복·난폭운전 신고건수는 지난해 5월 기준 929건에서 1년 만에 1496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상황이 단순 계도로는 바로잡기가 어렵게 되자,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하여 보복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보복운전을 하다 구속된 경우엔 면허를 취소하고, 불구속 입건이 되면 100일간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내리는 것이 골자다. 지금까지는 보복운전을 해도 형법상 특수상해·특수폭행 등으로 형사처분만 받고 면허 취소나 정지와 같은 행정 처분은 없었다.

또 정부는 올해 2월 12일부터 난폭운전 및 보복운전에 대한 엄중한 단속도 실시하고 있다. 첫 단속을 시작한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총 502건의 보복운전이 적발됐다. 매일 10건 정도가 적발된 셈이다. 수치만 놓고 봐도 보복운전은 이제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닌 사회적 문제가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단속이나 처벌 등 사후대책 뿐 아니라, 왜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와 원인 조사를 병행 실시하여 보복운전을 근절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보복운전을 유발하는 원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끼어들기’로 나타났다. 이어 ‘경적을 울리거나 상향등을 켰을 때’, ‘서행운전’, ‘급제동·급감속’ 등이 보복운전을 불러온 원인으로 조사됐다.

이들 행위는 분명 타 운전자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행위가 갑작스런 것들은 아니다. 어찌 보면 그간 도로 위에서 늘 있어왔던 것들이다. 다만 과거와 현재에 차이가 있다면 이것을 인내하지 못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사회의 특징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스트레스가 분노조절장애를 가져오며, 이 분노조절장애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 바로 보복운전이라는 게 의학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복운전을 막기 위해서는 단속 및 규제 강화 등 하드웨어의 정비 못지않게 개인의 분노를 적절히 제어할 수 있는 치유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내가 보복·난폭운전을 하면 상대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배려의 감정을 운전자들이 공유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적극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 이런 주장의 핵심이다.

운전은 기술이 아니다. 또 운전의 목적은 빠르게 가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운전의 올바른 목적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나 뿐 아니라, 도로 위의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최소한 면허 취득 과정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만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면허에 대한 기술 평가 요소를 간소화한 만큼, 정신적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존 운전자들에게는 갱신 과정 등에서 운전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기술과 함께 배려의 마음을 가진 운전자만이 도로에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더 삭막한 도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온기를 불어넣어야 한다. 정부와 관련기관이 운전자의 마음을 보듬는 정책 마련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산업현장에 감성안전이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듯, 교통분야에서도 감성이 사고를 줄이는 해법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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