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스스로가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으로서 각종 재난과 사고에 대응하고 국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어떻게 하면 ‘안전한 나라, 행복한 국민’이라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까?”라는 중압감에서 한시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다.

그만큼 안전관리 영역이 넓고 그 해법 또한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 나름대로 정리한 해법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민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다. 다행히 국민안전처 출범과 함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하, 재난안전법)’이 개정되어 국민안전처의 재난안전관리 총괄조정 기능이 강화되고 지자체의 재난대응 역량도 크게 향상되었다.

하지만 안전은 결국 국민들이 행동으로 실천해야 달성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기능과 역할 강화 못지않게 국민 스스로가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2015년 12월, 경기도 분당의 한 대형 학원이 입주한 12층 빌딩에서 큰 불이 났다. 당시 300여명의 학생들이 수업 중이어서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지만 4명의 강사들이 신속하게 학생들에게 물에 적신 휴지를 나눠주며 코와 입을 막게 하고 계단을 통해 침착하게 지하 1층 비상구로 대피시켜, 모두 무사히 건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것은 강사들이 평소 숙지하고 있던 화재 대피요령에 따라 침착하게 대응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

흔히들 안전의식을 바꾸는 데는 60년이 걸린다고 한다. 어린 아이가 부모가 되고, 그 부모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어 다시 손자 손녀에게 안전교육을 시키는데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이와 같이 국민들의 의식을 바꾸고 안전을 무의식중에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교육이 필수적이다.

교육은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적은 비용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다. 다행히 지난 5월 제19대 국회 막바지에 ‘국민 안전교육 진흥 기본법(이하, 안전교육법)’이 통과되어 국민들에게 생애 주기에 따른 체계적, 종합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재난안전법’이 정책적 측면에서 재난안전관리의 뼈대라면 ‘안전교육법’은 국민 안전교육의 근거가 되는 법으로, 인체에 비유하면 근육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야 비로소 체계적인 재난안전관리를 위한 양대 축이 완성된 셈이다. ‘안전교육법’이 제정됨에 따라 국민안전처 장관과 지자체의 장은 국민안전교육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시행하여야 한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공연장, 영화관, 노인요양원 등과 같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의 관리자는 해당 시설의 이용자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모든 연령대의 국민을 대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면 국민의 안전의식을 바꾸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폭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에서는 이 법률이 취지에 맞게 잘 실현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의 제정과 예산확보, 교육자료 제작 등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국민들께서도 나와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킨다는 생각으로 각종 안전교육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해 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안전을 물고기에 비유하면, 정부와 지자체는 물고기를 잡아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국민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들이 ‘안전이라는 물고기’가 풍부한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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