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상은 김해중앙병원 직업환경의학센터 센터장
최근 경기침체 속에 일부 기업에서 산업재해 예방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더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추락사고 등 각종 안전사고에는 분명 원인제공 요소가 있을 것이다. 그것이 기인물(불안전한 상태)이던 사람의 실수(불안전한 행동)이던지 간에 반드시 예방되어야 하며 사고발생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고의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은 무엇일까.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일반도로 주행 시 SNS 및 인터넷을 사용하며 운전할 경우, 표지판 인식률이 평소 75%에서 20%대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표지판 인식 정확도도 평소 41.7%에서 12.5%로 현저히 줄어든다. SNS 및 인터넷의 사용이 그만큼 운전자의 집중력에 영향을 미쳐 사고 가능성을 키운다는 것이다.
이는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급한 성격, 욕구불만, 좌절, 격무과로, 자기 과신 등의 정신적 상태는 작업자의 시선을 흐려 작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며, 위험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떨어트리게 된다. 이렇게 심신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이 바로 휴먼에러의 과정이다.
지금까지 이러한 휴먼에러 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계속돼 왔다. 1970년대의 경우는 공학적 측면에서, 그리고 1990년대부터는 시스템 접근을 통해 해결방안이 모색됐다. 2010년 이후부터는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에서 언급한 ‘작업자 요소(human factors)’의 관리가 해결 방안으로 제시됐다. 이 작업자 요소의 관리는 곧, 최근 중요시 되고 있는 행동기반의 안전(behavior-based safety, BBS)과 연결된다.
사고예방을 위해서는 기기, 설비, 공구 등의 안전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근원적인 예방을 위해서는 작업자의 안전한 행동을 유도하고 불안전한 행동에 대해서는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행동기반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꾸준한 교육을 통해 안전에 대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인식 및 태도를 갖추도록 하는 것이 근원적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업무수행에 대한 의욕과 적절한 업무능력, 여기에 올바른 행동과 태도 등이 갖추어질 때 안전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
독일 지멘스사의 안전교육 자료를 보면 신규 직원들에게는 휴먼에러 사고가 많고, 경력 직원들에게는 위반형태 사고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현장에서는 작업자들의 안전에 대한 신뢰성이 우선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시스템과 조직·경영관리, 제어·소통·피드백 등 일련의 과정이 연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인간행동(에러)이 사고 원인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이를 볼 때 최근 문제시 되는 건설현장 및 조선소 사고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현장의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휴먼에러 측면에서의 위기감지, 대응준비, 대응수단 및 대응조직 등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소처럼 잘 계획되고 실행되는지 세심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행동교정은 사람의 변화뿐만 아니라, 환경 변화에 의해서도 이뤄진다. 모든 사업장에서 이를 위한 전략을 잘 세워 무재해라는 큰 성과를 달성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