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효 대림산업(주) 안전보건팀 차장

 

1.안전사고(安全事故)

안전사고(대비, 예방, 주의, 근절...)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안전사고'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무심히 사용했던 저 단어 자체에 포커스를 두고 그 의미를 생각하면 혼란스러워집니다.  안전(安全)한 사고?, 안전(安全)을 생각하는 사고(思考)?, 눈앞(眼前)에서 일어나는 사고?  어떤 해석도 저 단어가 표현하고 있는 일상적 의미와는 도무지 부합되지 않습니다.

‘안전사고(安全事故)’의 사전적 의미는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안전 교육의 미비, 또는 부주의로 인해 안전 수칙(安全守則)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일어나는 사고’입니다.

저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① 안전규정, ② 지키지 않음, ③ 사고’ 세 의미가 조합된 ‘안전수칙 위반 사고’라는 표현이 마땅하나 ‘안전사고’로 축약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어의 축약 과정에서 ‘② 지키지 않음’을 의미하는 중요 요소가 생략되고 ‘안전’과 ‘사고’라는 상반된 의미만 조합되면서 태생적으로 부자연스러운 단어가 만들어졌습니다.

언어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경험적 약속인데 ‘안전사고(安全事故)’라는 언어는 저렇게 의미적 오류를 가진 채 오랫동안 통용됐습니다.

묵시적인 약속으로 범용 되고 있는 단어는 그 각자가 언어적인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일순간에 강제로 고치려는 것은 순리를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일로 용이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안전사고’라는 단어와 범용적인 의미가 부합되는 언어적 바탕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약 80% 정도가 한자어인 우리말에서 어떤 말의 의미가 불분명한 경우 그 말의 한자어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경우 그 뜻이 파악됩니다.

‘안전사고(安全事故)’는 편안할 안(安), 온전할 전(全), 일 사(事), 옛 고(故)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돌아가신 분을 호칭할 때 ‘고(故) 아무개’라 부르는데, 여기서 ‘고(故)’는 ‘옛 고, 없을 고’이니 그 의미는 ‘옛날에 있었으나 지금은 없는 아무개’라는 뜻입니다.

같은 형태로 ‘고(故) 안전사(安全事)’라고 적어보면 그 의미는 ‘편안하고(安), 온전한(全), 일(事)이 지금은 옛(故) 일이 되어버린 불안전한 상황’을 의미하는 말이 됩니다.

발음의 편의를 위하여 맨 앞의 ‘고(故)’ 글자를 맨 뒤로 도치시켜 “안전사고(安全事故)”라고 표기해도 ‘편안하고 온전한 상태가 무너진 불안전한 상황’이라는 의미에 무리가 없으니 ‘안전사고(安全事故)’라는 단어와 범용적인 의미가 부합되는 언어적 바탕이 만들어졌습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이 편안하고 행복하기 위한 것이고, 모든 경우에 그 가치가 최우선으로 지켜져야 합니다.

사람과 사물을 ‘안전(安全)한 상태, 편안하고(安) 온전한 상태(全)’로 유지하여 가장 근원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 바로 안전관리자들이 수행하는 숭고한 업(業)의 본질입니다.

2.터닝 포인트(Turning point)
우리 주변에의 모든 일은 도미노와 같은 관성적 인과(因果)로 연결되어 일어납니다.

만약 지금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삶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도미노를 멈추고, 다른 트랙(Track)으로 들어가는 전환점(Turning point)을 만들어야 합니다.

공학과 더불어 넓은 인문학적 통찰력을 필요로 하는 안전관리자들에게 필요한 소양 중 하나는 전환점을 만드는 것입니다.

조선 시대에 어느 큰 대갓집에서 집을 크게 개축하는 대공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연쇄적인 아차사고가 일어나 현장 분위기가 점점 위축되고 있었습니다. 그 상황에서 대들보로 쓰려던 큰 목재가 전도되어 말이 깔려 죽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그 광경을 목격한 일꾼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집의 대들보가 쓰러져 말이 죽다니 불길하다. 이제 곧 사람이 상하는 사고가 일어날 징조다.
집의 터주를 잘못 건드려 동티가 났다. 이 일을 당장 그만두고 어서 이 곳에서 떠나야 한다.”
불안감이 군중심리로 확산되어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고 있을 때 그 공사의 도편수(都邊首)가 공사장의 모든 사람들을 마당으로 불러 모아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이런 큰 공사를 하는데 어찌 액땜이 없을 수 있겠소. 그동안 그것을 몹시 우려하고 있었는데 오늘 저 말이 죽으면서 그 모든 액땜을 다 했으니 이제야 크게 안심이 됩니다. 오늘 저녁에는 저 말을 잡아 큰 잔치를 벌일 터이니 마음껏 드시고 심기일전하여 남은 일에 박차를 가합시다.”

그 행동으로 분위기는 일시에 역전되었고 모두가 안심하며 다시 일에 열중하게 되었습니다.  도편수의 행동으로 말이 죽는 안전사고가 분위기를 전환하는 기점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 일 이후로 현장에서 빈발했던 아차사고가 멈췄고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걱정과 한탄은 작은 돌멩이 하나도 옮기지 못하는 소모적인 낭비이며, 평정심을 잃게 하여 사람들의 불안전한 행동을 유발하니 안전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특히 경계하고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불행이 비극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나와 참 비슷하군요. 사람들을 힘들게 하니까요" 그러자 비극이 말했습니다.  "많이 비슷하지만, 당신과 나는 전혀 다르답니다."  “그게 뭔가요?”  “당신은 누구에게나 찾아가지만 나는 그럴 수 없어요. 사람들이 당신을 만났을 때 그곳에서 멈추면 나는 더 이상 다가갈 수 없어요”

불가항력적 안전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도미노를 멈추게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것은 절대로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도록 모든 최선을 다하고, 넘어지는 순간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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