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예방투자는 ‘비용’ 아닌 ‘생산적 복지’,‘국민안전 복지’라는 인식 전환 필요


기후변화 등의 요인으로 대규모 자연재난이 발생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2015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100년 규모의 홍수나 12월 남미에서 발생한 수 십 년만의 최악의 홍수 등을 참고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기록적인 자연재난이 발생할지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지속적인 예방사업을 통해 이를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재해위험지구 정비나 소하천 정비 등과 같은 재해예방사업 투자는 2015년 8166억원에서 2016년 6421억으로 22%로 감소되었다. 2017년 이후에도 예산 규모는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가 태동한 이래 인간은 풍요롭고 윤택한 생활을 위하여 인간 생활과 밀접한 각종 시설물들을 건설·관리해 왔다. 그리고 이들 시설물에 대한 관리여건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노후화와 환경변화, 기술발전 등을 반영해 지속 변화되어 왔다.

우리나라도 경제개발에 따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1차 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농경사회에서 필수적이었던 저수지의 이용이 점차 줄어들게 됐고, 이 때문에 보수·보강 등의 안전관리도 점차 소홀해졌다. 전국의 저수지(총 1만7402개소) 중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저수지(총 1만4022개소)의 71%(9992개소)는 축조된 지 50년이 경과됐다.

이중 정밀안전 진단을 통해 D급(불량) 판정을 받거나, 저수지 붕괴 시 하류지역의 인명과 재산피해가 우려되어 정비가 시급한 저수지 354개소를 재해위험저수지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2014년부터 국비 782억을 투입하여 187개소를 정비하고 나머지 167개소에 대하여 연차적으로 정비해 나가고 있지만 체계적인 진행을 위해서는 원활한 예산투입이 관건이다.

또한, 각종 개발사업에 따라 도로·택지 등에 부속된 급경사지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에 따른 강우의 강도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주택과 도로 등에 인접한 급경사지의 붕괴 위험도 심각한 실정이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그 예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이후 ‘자연재해대책법’을 전면적으로 개정하고 수많은 방재 정책이 시행되면서 피해 복구분야는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다. 우리 국토도 풍수해로부터 많이 안전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에 맞는 더욱 안전한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재해예방 대책을 추진하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재해예방사업에 대한 투자효과는 매우 크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재난사전예방 분야에 투자할 경우, 투자금액 대비 약 3~4배의 피해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3.1배의 효과가 있다는 국립재난연구원의 연구결과가 있다. 그만큼 예방투자가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얻는다는 얘기다.

지금까지는 재난이 발생하고 난 후 수습·복구하는 비용이 대부분을 차지해 왔다. 어떤 해에는 복구비가 천문학적인 수치에 이르기도 했다. 앞으로는 재난을 예방하는 사업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과감한 인식변화가 중요하다. 100년 이상을 재난예방에 주력해 온 일본의 경우, 최고의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 대 수습비용이 6대 4의 비율이다.

재해예방사업에 투자할 경우 국가의 경제성장 증대는 물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재해예방사업은 주민생활과 밀착된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와 직결되는 사업이다. ‘비용’이 아닌 ‘생산적 복지’, ‘국민안전 복지’라는 인식하에 국가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난예방에 대한 투자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 그리고 재산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투자다. 특히, 요즘 늘어나는 재난피해를 고려해 볼 때 재난예방차원의 연구개발 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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