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태풍 차바 관련 안전처의 늦장 대처 지적


일본·미국 등 선진국 수준의 재난방송시스템 구축 시급


국민안전처에 대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국정감사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렸다. 경주 지진, 태풍 등 연이은 대형 자연재해로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린 만큼, 이번 안전처 국감은 그 어느 때보다 세간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대한민국 안전 컨트롤타워의 역할과 기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점을 감안, 이날 안행위 위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날선 질의를 거듭했다. 다음은 이날 안전처에 대한 안행위의 국감에서 논의된 주요 이슈 사항을 정리한 것이다.


◇박인용 장관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 아냐”…활성단층 존재 시인
이번 국감에서는 지진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표명도 나와 관심을 모았다. 이는 백재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의가 발단이 됐다. 백 의원은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며 안전처를 압박했다. 지진과 관련해 불확실한 정보가 지속 제기돼 국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인 만큼, 정부가 적극 나서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박인용 안전처 장관은 “지난달 12일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우리 국민 모두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라고 생각해 왔을 것”이라며 “그러나 경주지진으로 더 이상 한반도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다들 알게 됐다”고 사실관계를 명확히 매듭졌다.

이어 박 장관은 한국에 활성단층이 있냐는 질의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학자들도 그렇게 얘기하고 있고 한국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지진·태풍 등 자연재해 대처시스템 개선해야…뒤늦은 긴급재난방송 등 질타
안행위 위원들은 지진·태풍 등 각종 자연재해에 대한 국민안전처의 늦장 대처를 두고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특히 위원들은 긴급재난방송과 알림문자발송이 늦은 점에 대해서 집중 비판했다.

강석호 의원(새누리당)은 “긴급재난방송이 늦어지고 대피가 늦어진 게 국민안전처 내부의 불필요한 절차들 때문이었다”라며 “재난컨트롤타워의 역할은 하되, 불필요한 권한이나 재난문자 발송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지방정부에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영진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일본과 비교했을 때 재난방송시스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라며 “일본은 국민안전처와 기상청을 통합한 컨트롤타워를 통해 동시에 재난경보를 국민에게 전파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또 “예산 면에서도 일본에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많으니, 전체적인 상황을 전면적으로 점검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박 장관은 “현재 민간전문가들과 합동으로 지진방재개선대책 논의를 시작했다”라며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의 재난관리청처럼 조속하게 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 마린시티 침수 사태 등 경남 일대에 큰 피해를 입힌 태풍 ‘차바’와 관련한 질책도 잇따랐다.

박순자 의원(새누리당)은 “태풍으로 사망자가 7명이나 나오고 소방관이 순직하는 등 나라 전체가 비상상황인 시기에 왜 하필 홈페이지 개선작업을 하냐”라며 재난 발생 중 안전처 홈페이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사실을 지적하고 나섰다. 여기에 더해 박 의원은 홈페이지 개선작업시 행동지침이나 국민에 대한 메시지가 없었던 점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거듭 지적했다.

김영호 의원(더불어민주당)도 “부산에서 바닷물이 넘치면서 피해가 발생했는데 안전처가 직접 조치를 취한 게 있느냐”며 “태풍이 만조와 겹쳐 피해가 더 컸다는 측면이 있지만, 예상 진로가 이미 나왔는데도 안전처의 조치가 특별히 보이지 않았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박 장관은 “대처를 잘못한 점이 있다”고 시인하고, “일단은 재난관리지원금과 예비비를 사용해 국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화재취약지역에 필수적인 비상소화장치에 대한 관리감독 철저히 해야
화재 시 초동 대처를 위해 설치된 비상소화장치에 무검정 불량 제품이 납품·시공돼 현재 불량품 교체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도 이번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안전처와 소방안전협회가 삼성화재에서 기탁한 24억원으로 2015~2016년 2년간 전국 화재취약지역 390곳에 비상소화장치를 설치했는데, 지난해 공사한 140곳에 공사 시방서와 다른 저가 무검정품이 납품·시공됐다”라며 “공사과정에서 검수절차도 생략됐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에 따르면 공사 시방서에는 ‘호스릴, 앵글밸브, 관장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의 형식승인 인증품으로, 비상소화장치함도 SUS304 동등 이상 KFi검정품을 사용’토록 규정돼 있었다. 하지만 2015년 수의계약으로 독점 납품한 J업체는 SUS304보다 개당 30~40만원이 저렴한 SUS201 규격미달 소화전함을 납품해 공사를 완료했다는 것이다. 진 의원은 “SUS201은 성능인증을 받는 않은 무검정품으로 내구성이 약하고 쉽게 부식될 수 있어 비상소화장치와 같이 옥외 소화전함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공사 후 검수절차를 생략한 점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진 의원은 “실제 공사 추진과정에서 비상소화장치 구성품의 재질, 규격, 표기사항, 적상 작동여부 등을 검사한 후 완공확인서를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지만 이를 생략하고 공사감독일지로 대체하면서 부실공사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 의원은 “안전처와 소방안전협회가 불량제품 시공사실을 숨기려다 국감 과정에서 적발돼 현재 지난해 설치한 140개 비상소화장치 소화전함 교체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며, “호스릴 등 다른 제품에도 무검정 불량제품이 있는지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안전처의 뒤늦은 조치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끝으로 진 의원은 소방안전협회에서 설치한 것뿐만 아니라 각 시도와 문화재청에서 설치한 비상소화장치에 대해서도 무검정 부적격품이 있는지 일제 조사할 것을 주문하는 한편 비상소화장치에 대한 설치근거와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향후에 이런 부정·부실시공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 시급…열악한 근무환경에 승진도 안 돼
열악한 소방관 처우 및 낙후된 소방시설에 관한 논란도 이날 국감의 화두였다. 표창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기준 196개소의 소방서 중 30년 이상 된 소방서가 27개소로 전체의 13.8%에 달한다”라며 익명의 소방관이 의원실로 제보한 A지역 소방본부의 빈약한 대기실 환경 사진을 제시했다.

또 표 의원은 “2014년 기준으로 경찰공무원은 544명이 특진했지만 소방공무원은 68명만이 특진했다”라며 소방관에 대한 냉대와 열악한 처우를 꼬집었다. 또한 표 의원은 “소방관의 인력부족, 열악한 장비 및 시설, 근무여건과 처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지방직 공무원 신분, 독립관할청의 부재, 소방관 권익단체인 직장협의회의 설립 불허 등을 들 수 있다”라며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안전처가 적극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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