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성장 위해선 재난 대응 훈련 및 교육에 만전 기해야

지난 10일 한 취업포털이 남녀 직장인 567명을 대상으로 ‘재난상황 교육’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 내용은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수준에 대해 다시 한 번 큰 실망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설문에 참여한 직장인들에게 화재, 지진 등 재난상황을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97%의 직장인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재난상황에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 교육을 진행하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 단지, 응답자의 33.7%만이 ‘회사에서 재난상황 대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 형태별로 살펴보면, 재난 대비 교육을 가장 많이 시행하는 곳은 공기업(51.1%)이었다. 이어 대기업(50%), 외국계기업(5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시행하지 않는 비율이 무려 75.2%에 달했다. 즉,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재난 대비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음에도, 절반 이상의 기업이 교육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교육을 받은 사람의 79.1%가 높은 실용성 등을 이유로 교육에 ‘만족한다’고 답을 했음에도 재난 대비 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500여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일반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하지만, 최근 잇따른 지진과 태풍 등에 대응하는 우리나라 전역의 모습을 상기하면 이번 결과가 실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지진, 화재, 태풍 등 각종 재난재해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반복된 대응 훈련과 교육뿐이다. 이는 수많은 재난재해의 역사에서 수없이 확인됐으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9·11테러 당시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가 보여준 모습이다.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 48분.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보잉 항공기 두 대를 납치해 뉴욕의 110층짜리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 남쪽과 북쪽 빌딩에 연달아 충돌시켜 빌딩이 모두 붕괴되었다. 이 사고로 항공기 탑승객 및 세계무역센터 상주 인원 등 무려 2800~3500명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경제적 피해도 11억 달러(1조4300억 원)에 이르렀다.

당시 모건스탠리는 세계무역센터 내에 본사를 두고 50개 층 규모에 3500여 명의 임직원을 상주시키고 있었다. 사고 시간대에는 2500여명이 센터 내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건스탠리 임직원들은 건물이 붕괴되는 불과 20~30여 분이라는 매우 짧은 시간에 대부분이 건물을 빠져나와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모건스탠리가 사전에 치밀한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상시적으로 재난에 대비한 각종 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모건스탠리 임직원들은 실제 비상 상황이 발생했어도 숙지한 계획에 따라 혼란 없이 신속하게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반면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던 세계적 금융 기업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erald)는 본사 인력 1000여명 중 약 320명이 실종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났다. 이 두 사례는 위기관리 시스템의 구축과 그에 따른 위기 대응 계획 및 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이제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확인했고, 거대한 태풍이 연중 언제나 닥칠 수 있음도 실감을 했다.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테러에 있어서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위기 대응 시스템을 견고히 구축하지 못하고 평소 재난 대비 교육을 소홀히 한다면 어렵게 쌓아올린 경제대국의 위상이 한순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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