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부산외국어대 인도학부 교수

 

현대 사회가 메말라간다는 말을 많이 하곤 한다. 그런 현상 가운데 하나가 축제가 사라진 것을 꼽을 수 있다. 축제는 기본적으로 전복적이다. 사회 안에서 정기적으로 행해지는 일상적 행위의 흐름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일상성의 파괴로 재현되는데, 그 안에는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권력 구조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일시적으로 해소하려는 공동체적 의지가 담겨 있다. 축제가 일상에서 일탈적 잔치의 모양새를 띠는 것은 그것이 바로 공동체 유지의 의지를 갖기 때문이다. 축제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부류의 긴장 관계를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한 일은 모든 긴장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희구하는 풍요를 바탕에 깔아놓음으로써 가능해진다. 모든 종교가 풍요를 갈망하고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신앙에 기반한다는 것과 모든 축제가 마찬가지로 그러하다는 것은 결국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종교가 의례를 통해 표현되고 다시 그 의례가 축제로 재현되는 것이다.

축제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그 내용들이 달리 나타나고 이에 근저를 이루는 신화가 각 지역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하지만 그 상징과 표현 방식은 서로 달라지더라도 애초 가진 저변의 의미는 변하지 않고 면면히 흐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제가 난장의 성격이 강한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코스모스와 대비되는 카오스적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의미이다. 카오스란 일시적인 것이고 그것은 애초 다시 코스모스, 즉 정리된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다.

카오스를 통해 비일상적 상황을 신성한 의례적 상황으로 탈바꿈하려는 것이다. 놀이와 카오스가 디오니소스적인 광란으로 나타나는 것은 축제가 하층민에게 사회 공동체의 평등성을 잠시나마 보여줌으로써 축제가 사회 안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함을 뜻한다. 카타르시스를 인간 계발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긍정적 요소로 본다면 축제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는 것이 될 것이지만, 카타르시스를 사회 변혁을 방해하는 배설 수단의 하나로 본다면 축제는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는 봉건사회 강화의 수단일 수밖에 없다. 기존의 전통 사회 질서와 공존하면서 그 위에서 공동체의 화합과 질서를 추구하는 것이다.

모두가 다 축제를 통해 일상의 구조를 깨고, 꽉 짜인 기존 질서의 압박으로부터 일탈하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공동체에 숨구멍을 터주는 기능을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이 모두 이 축제에 참가함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나가는 것이다.

개인이 집단으로 행하는 축제를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함으로써 사회는 각 개인과 작은 규모의 집단들 사이에 소통이 이루어진다. 축제는 그러한 과정 중에서 공론이 이루어지는 중요한 장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사회, 문화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그러 하니 축제가 각 부문의 경제 행위의 중요한 게기로 작용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대규모의 축제는 처음부터 규모가 그렇게 큰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세상 밖에 존재하는 사원의 승려나 제사장 사이에서 행해지던 것이 점차 시간이 가면서 사원 밖 신자들의 축제로 자리 잡은 경우도 있고, 처음에는 특정 지역에서 행해지던 것이 전국적으로 확대된 경우도 있다. 애초 가졌던 종교적 성격은 옅어지고, 갈수록 다양한 특질들이 섞이면서 새로운 축제로 탈바꿈한 경우가 많다. 다양한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함으로써 축제장은 거대한 시장이 되기도 하고, 거대한 예술 공연장이 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즐거워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서로 다른 여러 생각들이 특정한 시간과 공간에서 말과 행동을 나누면서 동일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공유하게 한다. 일상 생활에서 만나지 못하는 일탈과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환타지이기도 하다. 환타지는 ‘놀이 하는 인간’이 코스모스와 카오스를 넘나들며 번갈아 경험하면서 삶을 역설적으로 찬미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한 축제가 지금 거의 사라지고 없다. 효율성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다. 축제가 없어지면서 효율을 얻은 게 아니고 인간을 잃었다. 우리 시대가 이렇게까지 잔혹하고 삭막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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