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간호협회는 근로자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해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1994년 설립된 비영리 민간단체다. 최근에는 메틸알코올 급성중독으로 근로자가 실명하는 사고와 관련해 ‘찾아가는 Yes-No 화학물질 알리기 사업’도 전개하는 등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알리는데 적극적으로 활동해 안전보건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근로자들의 건강 파수꾼 ‘산업간호사’들을 이끌고 있는 정혜선 (사)한국산업간호협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Q. 협회장님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1987년, 서울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S전자공업주식회사에 입사하며 보건관리자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그 때는 모두가 오로지 성장만을 목표로 달려갔던 시절이었습니다.

국가 전반에 휘몰아치는 경제개발 열풍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기업 및 근로자들의 의식은 상당히 취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산 공장에서 발생하는 극심한 소음과 공해에 고통을 느끼면서도, 근로자들은 이를 당연시 하고 묵묵히 일만 했던 상황이었습니다. 스스로를 돌볼 권리를 몰랐던 그들에게 귀마개를 나눠주며 이들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작업환경을 개선하는데 기여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후 보건학 석·박사를 공부하며 한국산업간호협회 교육국장, 한국직업건강간호학회장 등 근로자 건강을 위한 길만 걸어오다 보니 어느새 제11대 한국산업간호협회장직을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에는 협회장직 외에도 가톨릭의대 보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Q. 평소 ‘안전·보건’에 대한 협회장님의 신념이나 철학이 궁금합니다.
기업들이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은 급변하고 있습니다. 각계각층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란 키워드를 주제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구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산업현장에서도 다양한 변화의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령화, 여성, 외국인 등 근로자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산업재해에 대한 취약계층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 안전보건이 강조돼야 할 시기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제가 보건관리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1980년대~1990년대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전히 ‘성장’에 치중하고 안전과 보건을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연간 9만여명이 산업재해로 고통받고 있고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기업성장의 원천은 근로자들이라는 생각을 모든 기업들이 가져야 합니다. 철저한 안전과 보건관리가 유지·증진되지 않는 한 생산능률 향상이나 기업 발전은 절대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합니다.

Q. 한국산업간호협회를 이끌어 가시는데 있어 특별히 중점을 두시는 부분은?
보건관리자의 고용조건과 처우개선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협회의 최우선 목표는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지키는 것인데, 이들을 책임지는 보건관리자들에 대한 고용조건과 처우는 매우 열악한 실정입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기업 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기업규제완화법)’에서는 300인 이상 되는 사업장에서도 보건관리자를 외부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완화하는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업장에서 보건관리자를 전담으로 채용하지 않고 겸임을 시키거나 외부기관에 위탁하는 사례가 증가해, 내실 있는 보건관리와 서비스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협회에서는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에 전담 보건관리자를 두게끔 하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발의될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개정안이 발의되고 통과된다면 보건관리자에 대한 처우가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밖에도 우리 협회는 우수한 역량을 갖춘 보건관리자 육성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선배 보건관리자들이 자신이 가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을 지도·조언하는 ‘1004 멘토 프로그램’을 시행 중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홀로 수많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초임 보건관리자들이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Q. 한국산업간호협회가 추진해온 활동들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보건관리 서비스에 대한 근로자들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에 우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국 각 지역 거점에 위치한 총 9개 지부, 18개 지회 조직을 통해 활발한 보건관리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협회에서 운영하는 전국 근로자건강센터(5개소), 보건안전센터(18개소) 등을 활용해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들의 건강도 적극 확보해 나가고 있습니다. 공간적인 제약으로 양질의 보건관리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 협회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우수한 보건관리자의 육성입니다. 협회에서는 자체 교육센터를 운영해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는 한편, 보건관리자 직무지침서 개정·발간 등을 통해 의료인 및 보건관리자들의 직무능력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매년 ‘보건관리자 전국대회’도 개최해 보건관리자 간 네트워크와 정보교류도 활성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국의 우수사례 벤치마킹을 위해 ‘2016 싱가포르 해외산업시찰 프로그램’도 추진해 보건관리자들의 많은 호응도 받은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협회는 최근 들어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활동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정노동 서포터즈단’을 조직해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컨설팅을 실시하고, 사업장에서 직무스트레스를 자체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힐링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사업장 관계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직무스트레스 해소가 직업만족도와 업무 성과를 높이는 해결책임을 각 기업에 널리 알리고 있습니다.

Q. 최근 기억에 남는 안전·보건과 관련된 사고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핸드폰 부품을 납품하는 3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메틸알코올 급성중독으로 실명하는 안타까운 산업재해가 발생하였습니다. 파견 업체와 사업주가 근로자들에게 작업장 환경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방독마스크 등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지급하지 않은 채 작업에 투입시킨 것이 화근이었지요. 이 사고를 계기로 우리 협회에서는 ‘찾아가는 Yes-No 화학물질 알리기 - 화학물질 알기 Yes 화학중독 사고 No’ 라는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알리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근로자들이 화학물질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Q. 앞으로 한국산업간호협회의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보건관리자들이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재미있고 편리하게 인터넷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e-러닝 등 온라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현재 자체 교육 센터가 서울에만 있어 전국 각지의 교육 수요를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를 감안해 서울을 비롯해 대전·대구·부산·광주 등 각 지역거점에서 교육을 추진하는 등 교육 인프라를 확대·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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