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제도 정착 시 큰 폭의 산재감소 기대

널리 알려져 있듯,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약 80%는 50인 미만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소규모 사업장이 제도적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현재 50인 미만의 사업장은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두어야 할 의무가 없다. 사업장 자율적으로 안전보건관리를 추진해 나가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소규모 사업장이 안전 사각지대로 밀려난 결정적 계기는,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등으로 경제상황이 악화되자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기업규제완화법)’을 제정해 산업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규제를 대거 완화했다. 이로 인해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의무 대상 사업장이 30인 이상에서 50인 이하로 줄어들게 됐고, 기업의 산재예방활동에 대한 정부의 감독도 약화됐다. 즉 근로자의 목숨과 위험을 담보로 또다시 맹목적인 경제성장에 나선 것이다.

이후 국가적인 경제위기에서 벗어났음에도 안전에 대한 정책은 강화되지 않았고, 그 결과 오늘날까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의 안전보건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이들 사업장은 재해가 다발하는 온상이 되고 말았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이를 바로잡고자 “50인 미만 근로자가 일하는 사업장은 기본적인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보좌하는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두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아 ‘산업안전보건법(시행령·시행규칙)’을 최근 개정·공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상시근로자수 20인 이상 50인 미만인 제조업·임업·하수폐기물 처리업·원료재생 및 환경복원업 사업장 등은 법적 선임자격에 따른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선임해야 한다. 다만 30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2018년 9월 1일부터, 20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은 2019년 9월 1일부터 법 적용을 받는다.

여전히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도가 강화되는 것은 다행이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시행시기까지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시행에 들어가면 철저한 관리감독에 나서서 제도가 유명무실화 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또한 대상 사업장은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라는 것을 잊지 말고, 전문성을 갖춘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선제적인 준비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산업현장을 둘러싼 노·사·민·정 모두는 하루빨리 상시근로자 20인 이상이 아닌 전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자 선임이 의무화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안전보건은 근로자라면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누구나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경제를 포함해 어떤 위기가 닥쳐와도 다시는 ‘안전보건’이 그것을 해소할 방안이나 대안카드로 거론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안전규제를 약화시키고 안전에 대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경제적으로 또는 생산성 부분에서 조금의 이익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축적한 부와 이득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할 뿐이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비롯해 수많은 사고가 증명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의무 선임 제도’는 많은 반성과 시행착오 끝에 추진되는 것이다. 체계적으로 진행이 되고 현장에 자리를 잘 잡아서 안전문화가 우리나라 전역에 확산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사·민·정 모두가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

현재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 분야의 가장 큰 문제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재해가 지속적으로 다발한다는 것이다. 안전보건관리담당자 제도가 잘 정착되어 재해가 줄어들면 바로 그 고질적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제도 정착에 모두가 협력해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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