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산업현장 8대 안전사고

안전문화 정착 위한 노·사·민·정 협력 절실
死後藥方文 여전…선제적 예방대책 필요


어느덧 2016년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올해에도 산업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들 사고 대부분이 안전불감증에 의한 사고로, 우리나라가 아직 산업안전보건분야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 이슈가 된 산업현장의 각종 사건사고들을 모아봤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1. 김해 공장 신축현장에서 보강토 옹벽 붕괴
지난 2월 29일 오전 9시 21분경 경남 김해시 생림면의 한 공장 신축공사현장에서 길이 150m, 높이 15m 옹벽이 무너지며 3명이 토사에 깔려 매몰됐다. 매몰됐던 근로자들은 안타깝게 모두 숨졌다. 근로자들은 계단식으로 이뤄진 공장 옹벽에 균열이 생기자 이를 보강하기 위한 공사를 벌이다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들은 경사가 심한 산을 깎아 만든 공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사고 현장은 산비탈 바로 옆에 조성된 공장으로, 무너진 옹벽과 공장 사이의 거리는 불과 1m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특히 사고가 발생한 옹벽은 평소 토사가 흘러내리는 등 위험성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문가는 “사고가 난 옹벽은 경사가 심한 지대를 받쳐 주는 보강토 옹벽으로, 5m를 세운 뒤 1m를 뒤로 물리는 방식으로 조성돼야 했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산업단지 중 상당수가 이처럼 경사도가 높은 산을 깎아내는 방식으로 조성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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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곡동 오피스텔 공사현장 화재로 대형 인명피해 발생
주택 및 택지 개발사업이 한창 진행 중인 서울 마곡동에서 대형화재로 상당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3월 28일 오후 2시 1분경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오피스텔 건설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근로자 2명이 숨지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불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용접작업 중 불꽃이 천정 단열재(우레탄)에 착화되어 발생했다. 해당 사고현장은 두 개의 쌍둥이 빌딩을 각각의 시공사가 별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지하 1층 통로를 통해 타 시공사의 현장으로 불길이 옮겨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소방당국에 의해 20여분 만에 진화됐으나 유독성 연기가 삽시간에 퍼지면서 큰 인명피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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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 붕괴·폭발사고…전형적인 인재
지난 6월 1일 오전 7시 27분경 남양주시 진접선 복선전철 제4공구 건설현장에서 폭발과 함께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의 용단작업 중 강력한 가스폭발이 일어났고 이것이 붕괴로 이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로 인해 근로자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사고는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전형적인 인재였다. 먼저 사고가 일어난 곳은 지하 밀폐공간이었으나, 화재경보기와 환기장치 등이 설치되지 않았고, 작업 전 가스농도 측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아울러 전날 용단작업에 사용한 LP가스통과 산소통이 보관소로 옮겨지지 않고 현장에 방치되는 등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현장 근로자가 전날 작업을 마친 뒤 LP가스통 밸브의 잠금조차 확인하지 않아 지하에 가스가 고였고, 이 상태에서 용접작업을 하다가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밖에도 사고 당시 현장의 안전을 책임지는 현장소장이 자리에 없었고, 평소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등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해당 건설사에서 사고 발생 후 각종 안전문건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큰 파장을 불러오기도 했다. 한편, 이 사고는 정부가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정부는 사고 발생 후 전국 철도공사현장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7월 안전관계장관회의에서 ‘폭발위험물 취급 건설현장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은 위험물을 취급하는 모든 현장에 대해 안전장비 및 보호장구 구비와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기존에 공사규모로만 결정되던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지급체계를 개선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발주기관, 감리자 등의 안전관리에 대한 역할을 늘리는 내용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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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스크린도어 수리 중 사고, 원청 책임 논란 가중
5월 28일 오후 6시57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서울메트로 용역업체 소속 직원 김모(19)씨가 스크린도어 수리 요청을 받고 출동해 작업하던 중 들어오는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각종 안전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서울메트로의 매뉴얼에 따르면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은 2인1조로 진행해야 했지만, 김씨는 이날 혼자 작업에 나선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수리에 앞서 열차 감시자도 없었으며, 심지어 열차 운영실에 작업자가 출동한 사실조차 통보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이 사고와 관련해 가장 크게 논란이 됐던 부분은 ‘원청의 책임’ 부분이다. 스크린도어 용역업체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통상 지하철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고장 역사에서 서울메트로 용역업체에 급하게 수리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고, 작업 인원도 제한적이라 위험을 감수한 채 수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이 사고를 계기로 위험의 외주화 문제와 하청근로자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사회적인 화두로 대두됐다. 특히 안전과 생명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직접 고용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사고가 발생하자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원청업체의 안전관리를 크게 강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이 장관은 “협력업체, 비정규직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한다”라며 “원·하청 관계에서 원청이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문화를 조성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원청에게도 엄청난 손실이 난다는 것을 각인시키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는 지하철 안전관련 업무를 기본적으로 위탁이 아닌 직영 방식으로 전면 개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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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울산 화학공장 황산누출 사고, 단순한 실수가 큰 인명피해 초래
6월 28일 오전 9시 15분경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에 소재한 K공장에서 배관 보수작업 중 황산이 함유된 액체 약 1000여 리터가 누출됐다. 이 사고로 배관 주변에서 작업을 하고 있던 협력업체 근로자들이 황산에 노출되면서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들 중 3명은 몸에 황산이 직접 닿아 3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출된 액체는 황산 농도가 약 70%에 이른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울산소방본부, 고용부 울산지청 등의 합동감식단 조사결과, 이번 사고는 배관 결함 등 물리적 문제가 아닌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근로자의 작업 실수로 발생했다. 배관 개방 시 황산이 이미 배출된 배관 맨홀부터 열어야 했는데 황산이 가득 찬 맨홀부터 열었다는 것이다.

사고 당시 변동기 울산 울주경찰서 형사과장은 “감식결과, 배관이나 이음새 부분에서는 별다른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3개 구역으로 나눠진 작업의 순서가 뒤바뀐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사고 구간을 비롯해 개·보수 관련 모든 시설물과 공정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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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광 칠산대교 상판 전도…부실시공이 원인
7월 8일 오전 10시 57분께 전남 영광군 염산면과 무안군 해제면을 잇는 칠산대교 건설공사 현장에서 교각 위에 세워진 상판이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상판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김모(46)씨가 다리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다. 또 맹모(66)씨 등 5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상판 위에서는 14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다행히 이들 외에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사고 현장에서 10m 정도 떨어진 곳에 20여가구가 살고 있는 마을이 있었으나, 교각상판이 마을이 아닌 바다 쪽으로 기울어 쓰러지면서 대형사고는 면했다.

이 사고는 부실시공과 관리감독의 소홀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각에 설치된 강봉(쇠기둥, 높이 9m, 직경 4㎝)의 개수는 32개로 설계도와 같았지만 강봉과 강봉을 나사식으로 연결하는 커플러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하부 강봉(쇠기둥)과 커플러의 연결 길이를 시공계획에 따른 길이(122.5㎜)보다 짧은 길이(21㎜)로 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교량 상판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하부 강봉과 커플러가 분리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커플러는 강봉과 강봉을 연결하면서 구조물을 안정화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장교와 현수교로 이뤄진 칠산대교는 60m 간격으로 교각 14개를 먼저 세운 뒤 각 교각으로부터 좌우의 평형을 맞추면서 3~5m씩 상판구조물을 늘려나가는 공법으로 설계됐다. 이 공법은 적은 인원으로 공정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좌우 균형이 무너질 경우 전도사고 위험이 크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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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김포 장기동 공사현장 화재사고로 6명 사상
지난 9월 10일 오후 1시 38분께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지하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 가운데 4명이 맹독성 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또 2명이 부상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당시 지하 1층과 지하 2층에서 고속절단기로 금속파이프 절단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사고 역시 안전관리 소홀로 인해 발생했다. 사고는 고속절단기로 금속파이프를 자르는 작업 중 발생한 불티가 우레탄 폼에 옮겨붙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위험이 있는 작업이었음에도 작업전 인화성물질 제거, 불티 방지포 설치, 환풍구 설치, 소화기 배치 등의 안전조치가 제대로 준수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부는 이 사고와 관련, 우레탄 단열재 사용이 많은 건축현장 1500곳에 대해 대대적인 지도·점검을 실시했다. 당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유사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유사한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8. 경남 리모델링 공사현장 붕괴
지난 8월 28일 오전 11시 4분께 경남 진주시 장대동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위치한 4층짜리 리모델링 공사현장이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3층에서 벽면철거 작업을 하던 현장소장 강모(55)씨와 근로자 김모(43)씨, 고모(45)씨 등이 매몰됐다.

이 가운데 강모씨와 김모씨는 구조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건물의 경우 1층은 점포, 2~3층은 여인숙으로 사용되어 오다가, 병원사무실로 용도변경하면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문제는 건물이 매우 노후화된 상태였다는 점이다. 붕괴된 건물은 1972년 8월 사용승인이 난 건물로, 철근 등 건물 골조가 삭을 정도로 낡은 상태였다. 여기에 3층 건물부터는 골조가 아닌 벽돌로 무단 증축된 것도 확인됐다. 당시 4층 건물의 벽면이 무너지면서 옥상에 있던 조립식 패널까지 함께 무너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종합해보면, 지은 지 40년이 지난 건물에 무리한 용도변경 공사를 하면서 건물이 무게를 지탱하지 못해 무너져 내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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