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2016년 11월 30일 새벽, 대구의 대표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인 서문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이는 막대한 피해를 불러왔고, 현재는 상인과 민·관이 힘을 모아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문시장 같은 전통시장에서는 유독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게다가 한 번 일어났다하면 대형화재로 번지는 경향이 크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원인을 분석해보고, 이번 서문시장 화재를 계기로 우리 산업현장에서의 화재에 대한 안전사항에는 문제가 없는지 재점검하도록 하자.

첫째, 소방통로가 확보되어 있는가?
서문시장 1층 점포에서 불길이 치솟은 후 불은 약 2분 만에 점포 서너 곳을 집어삼키고 순식간에 상가 전체를 뒤덮어서 약 700개의 점포가 전소되었다. 서문시장 내에 119안전센터가 있어서 출동은 화재신고 1분 만에 가능했지만, 정착 현장에 도착해서는 제대로 진화작업을 할 수가 없었다. 무분별하게 설치된 좌판 등으로 인해 진입을 하지 못하면서 결국 초기진화에 실패하고 만 것이다.

다시 말해 화재진압 실패의 결정적 이유는 시장이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중앙에는 좌판이 설치되어 있고 점포 앞에는 경쟁이라도 하듯 상품이 다량 적재되어 있어 소방차가 진입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우리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사업장 입구에 쌓아놓은 물건들로 인해 유사시 소방차 진입에 어려움은 없는지 살펴보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평상시에 소방통로를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물건은 적정하게 쌓아두었는가?
전소된 매장 중에는 천장 높이만큼 옷과 원단, 침구를 가득히 쌓아놓은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스프링클러설비가 설치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건에 막혀서 스프링클러헤드가 제대로 물을 방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화재발생지점에 유효하게 방사되지 못하고 소화수만 소진되고 말았다.

이처럼 초기진화에 효과적인 스프링클러설비도 적재가연물이 다량 쌓여 있는 곳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업장 내에 물건을 높이 쌓아 두어 스프링클러헤드의 방사에 지장은 없는지 점검하고 스프링클러헤드로부터 최소 60cm 이상은 거리를 두어 물건을 적재할 수 있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셋째, 10년 이상 된 화재감지기가 있는가?
서문시장 화재발생 당시 CCTV를 보니 실내에서 열이 축적되었다가 화염이 실외로 분출하는 플래시오버(Flash Over)현상이 보였다. 이 현상은 일반적으로 화재발생 후 5~6분경에 나타나는데, 이때 화재를 감지해서는 화재에 대한 대응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화재경보는 화재가 발생한 후 약 7~8분 정도가 지나서야 작동되었다. 화재감지기는 화재가 발생한 뒤에 1~2분정도면 감지를 하여 화재경보를 울려주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므로 플래시오버현상 이전에 화재감지기가 작동해서 화재발생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이번 서문시장 화재의 경우 작동시간이 많이 늦었다고 볼 수 있다. 화재감지기의 작동이 늦은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오래된 화재감지기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도 주요원인으로 꼽힌다. 제조한지 10년 이상 된 화재감지기는 소방점검 시에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교체해 주는 것이 좋다.

일선 사업장에서는 우선 ‘소방통로의 확보, 적정한 높이로의 물건 적재, 오래된 화재감지기의 교체’ 이 세 가지부터 실천해 보자. 그리고 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와 관심만이 화재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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