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효 대림산업 안전보건팀 차장

 

정유년(丁酉年) 설이 다가오니 자신의 신년 운세가 궁금한 분들이 많을 듯합니다.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만드는 레시피(recipe)는 그 사람의 생년월일(生年月日)입니다. 그 원리를 이해하려면 약간의 천체물리학적 기본상식이 필요합니다. 지구는 하루를 주기로 팽이처럼 돌면서(자전,自轉), 약 365일을 주기로 태양 주변을 일주하고 있고(공전,空轉), 그 빠르기를 시속 800km인 제트항공기 속도와 비교하면 자전 속도는 2배, 공전속도는 약 135배의 속도입니다.

지구는 일초 당 463m를 자전하면서, 30km를 공전하는 놀라운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구에서 보이는 우주공간의 별들은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보이는 별이 달라집니다.

매 순간 지구로 입사하고 있는 별빛은 전자기파(電磁氣波) 에너지이고, 출생 당시 지구가 위치한 좌표에 따라 신생아의 몸에 쏟아지는 별빛의 종류가 달라집니다. 자궁(子宮)의 양수(羊水) 속에서 보호상태에 있던 태아(胎兒)가 세상에 나오는 순간, 신체의 모든 부분이 열려있는 상태로 온몸으로 쏟아지는 별빛을 맞이합니다. 이 과정에서 그 사람의 기본적 성향(性向)과 기질(氣質)의 큰 형태가 형성됩니다.

출생 당시 지구의 위치로 인해 형성된 인성(人性)을 통계화(統計化) 한 것이 사주팔자입니다. 탄생 별자리, 점성학(占星學) 등은 저 원리에서 기인한 경험적 통계학이고, 주역(周易), 타로(tarot) 등은 현상적(現象的) 통계를 직관적(直觀的)으로 추상화(抽象化)시킨 것입니다.

사주팔자는 강의 커다란 물줄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명심할 것은 나무토막을 강에 띄우면 강의 흐름대로 흘러가겠지만, 선장이 있는 동력선이라면 강의 흐름에 전적으로 구속되지 않듯이 자유의지(自由意志)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운명(運命)을 바꿀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운명의 비밀을 자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말 비인부전(非人不傳)으로 전해온 정통 사주명리학을 계승한 학인이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공부를 후세에 전하기 전에 자신이 평생 공부한 사주명리학의 신뢰성을 검증하려는 목적의 여행을 떠났는데, 그 여행에서 여러 가지 기묘한 일들을 겪게 됩니다. 한 번은 사주명리대로라면 거지꼴로 곤궁하게 살아가야 할 사람이 만석꾼 부자로 살고 있는 기묘한 상황을 만났습니다.

정통 사주명리학은 생년월일뿐만 아니라 그간에 살아온 삶이 드러나는 체상(體相)과 습관(習慣) 그리고 전생의 업보(業報)까지 함께 살피는 것인지라 그 부자의 모든 행동을 면밀하게 살펴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뒷간에서 그 부자의 행동을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니 화장실에 앉아서 큰일을 보다가 자신의 발에 밥알 하나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한 부자는 주저없이 그 밥알을 집어 입으로 가져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아이고 이 귀한 양식을 아깝게 버릴 뻔했네...”

구더기가 부글부글 들끓는 화장실에 앉아 자신의 발가락에 붙어있는 밥알을 주저 없이 입으로 가져가는 그 태도 하나로 그는 자신의 사주를 넘어서 만석꾼 부자가 되었던 것입니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타고난 사주대로라면 분명 억만금을 가진 부자로 살아가야 할 사람이 거지꼴을 면하지 못하고 곤궁하게 살고 있는 경우를 만났습니다. 이번에도 그 가난뱅이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살펴서 그 이유를 찾았습니다. 그 사람은 잠이 들면 한쪽 발목을 심하게 떠는 습관이 있었고, 스스로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그 습관 하나가 그의 모든 복을 털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한참을 고심하던 학인은 의원이 즉시 치료하도록 방비한 다음, 잠든 가난뱅이의 한쪽 발목을 떡메로 내리쳐 꺾어 버리고 황급히 그 마을을 떠났습니다. 십년 후 그 마을을 다시 찾아간 학인은 발목 하나를 못 쓰는 억만금 부자를 만납니다.

삶에 대한 태도와 습관으로 타고난 사주팔자와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 다양한 경우를 목격하고, 사주명리학의 부질없음을 자각한 그는 평생을 바쳐 공부한 사주명리학을 후학에게 전하지 않고 파기(破棄)해 버렸습니다.

영화 ‛관상(觀相) 2013.09.’에 나오는 장면입니다. 천재 관상가의 아들을 그의 눈앞에서 활로 쏘아 죽인 수양대군이 독백합니다.

“저자는 제 아들이 저렇게 절명할 것을 알았을까? 나는 몰랐는데...”

관상가는 말년에 자신과 나라의 운명을 모두 바꿔버린 수양의 역모를 회상하면서 말합니다. “나는 바람을 보지 못했어. 시시각각 변하는 파도만 보았지. 정작 파도를 일으키는 것은 바람인 것인데 나는 그 바람을 보지 못했어...” 운명의 파도를 일으키는 근원인 바람과 같은 것이 바로 사람의 의지라는 것입니다.

“생각이 말을 만들고, 말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의 반복이 습관을 만들며, 습관이 타고난 운명을 바꿉니다. 생각 없이 행동하고 행동대로 생각하는 삶의 태도가 운명의 지배를 받습니다.” 저것이 우리가 운명을 창조하는 레시피(recipe)이며 매뉴얼(manual)입니다.

“식탐(食貪)을 절제하고 규칙적으로 소식(小食) 하는 습관이 운명을 바꾼다”-미즈노 남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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