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2017년은 산업현장에서의 사고가 제로인, 무사고 원년의 해가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벅차있다고 하면 너무 즐겁지 아니한가. 다들 ‘가능하지, 너무 좋지’라면서 당연하다는 듯 맞장구도 쳐 줄 것이고.

산업현장의 근로자를 포함한 전 국민의 마음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무겁고, 쳐져 있는 이런 때에 작던 크던 간에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설상가상이지 않을까 해서 이런 소망을 어렵사리 품고 2017년을 바라보기로 했다.

해마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하여 안전관리 전문기관은 안전분야의 적은 예산을 들여다보면서 안전점검·진단, 안전교육, 사고 원인조사 및 대책 수립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이러한 노력이 매년 지속되어 왔기에 지난 수십년 동안에 그래도 사고가 점진적으로 감소되어 온 것은 아닐런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하여 항상 고뇌하고, 또 고뇌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면면히 이어져 왔다. 안전은 마음만으로 바람만으로는 확보되지 않는 그런 것인가 보다. 안전의 확보에는 기본과 원칙 준수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안전관리의 가장 기본인 정리 정돈 및 이들의 습관화는 교과서에 줄곧 소개되는 내용이고, 뻔히 알고 있는 개념이라고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의 사고 예방에 여전히 효과가 지대함을 깨달을 필요도 있다. 현장에서 근로자가 너무나 익숙하게 다루는 설비조차도 이를 매번 사용하기 위한 준비에는 주변의 정리정돈, 청결보관, 안전장치 확인 등의 행위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사고의 발생에는 반드시 물적요인인 불안전상태와 인적요인인 불안전 행동이 수반되어 있으며 인적오류 관리를 통한 이들 해당요인의 제거도 기본의 준수를 통해서 가능하다.

Plan-Do-Check-Action이라는 안전관리의 사이클을 생활화할 수 있는 자생적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사고의 발생감소를 더 기대할 수 있음도 기본 중에 기본과 연계되어 있다. 이런 기본은 안전관리론이 도입된 수 십 년 전부터 주장되어 왔기에 이제는 이런 기본을 주장하는 사람도 이를 듣는 사람도 너무 식상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간과해서 안 될 것은 사고라는 게 특정조건이 맞아 떨어질 때 아주 단순하게 발생하며, 이를 예방하는데 첨단이론이나 첨단과학기술이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사고는 여전히 재래식 사고이며, 원인의 대부분도 기본의 무시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의 이러한 특성을 감안한다면, 다소 진부해 보이는 안전관리의 기본 개념의 준수에 충실하고, 이의 실천이 완벽한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하이테크의 ICT 기술이나 IoT 기술을 안전분야에 접목하고자 노력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스마트 안전을 추구한다면서 유행처럼 첨단과학기술로 포장한 화려함에 현혹되어 사고예방에 대한 투자의 우선순위가 틀어진다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안전분야의 소규모 예산으로 사고예방에 한계를 올해도 드러내지 않을까 싶다. 설비측면의 근원적 안전화를 위해서는 첨단과학기술의 활용이 일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사고는 근로자가 연계되어 유발되는 것이 비일비재다. 첨단과학기술의 접목이 최선의 선택인 경우도 있지만, 이를 맹목적으로 추진하려는 태도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사고의 감소에 가장 효과적인 방향으로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좀 오래되고 낡아 보이지만 기본을 충실하게 정착하기 위한 면대면 교육, 면대면 지도점검의 확대시행은 어떨까. 사이버공간에서 제공되는 경험보다는 사람이 머무는 공간에서 제공되는 경험에 더 동감하고 더 감성을 자극하지 않을까. ICT를 활용한 스마트안전보다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가 중심이 되는 따뜻한 안전을 지향해 보자. 화려한 유행보다는 실속을 쫓아가는 감성적인 안전문화를 조성해야겠다.

안전의 기본을 습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근로자 스스로가 변해야 할 것이며, 이런 문화의 창출을 앞당기고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계몽하고 홍보하고 자극하는 안전관리 전문기관이 존재한다. 전문기관은 끊임없이 기술력 향상에 매진하고 자기계발 기회의 부여를 통한 전문인력의 고도화에 노력을 해야 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안전관리의 지원에 애타는 영세기업과 근로자, 그들이 갖고 있는 취약설비가 산재해 있다. 안전관리 위탁내지는 대행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전문기관은 안전의 첨병으로써의 성의있는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사고로 인해 2017년의 무사고 바람과 희망을 놓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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