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의무주체가 다양한 것을 큰 특징으로 하고 있다. 다른 노동관계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위치에 있는 사업주(사용자)만을 주된 의무주체로 하고 있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의무주체를 다양하게 설정하고 있는 것은 사업주에게만 의무를 부과해서는 근로자의 건강유지·증진이라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주 외의 자에 대한 일반적인 의무는 제5조(사업주 등의 의무), 제6조(근로자의 의무)에서 규정하고 있고, 구체적인 의무는 별도의 조항에서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먼저, 다른 노동관계법에서는 보호대상이기만 한 ‘근로자’를 의무주체로 설정하고 있다. 물론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근로자는 주된 보호대상에 해당하지만, 이와 별개로 의무주체에도 해당되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근로자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대부분 법 제25조를 근거로 하여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여러 조항에 규정되어 있다. 건강진단의 수진의무(43조 ③항)도 근로자 의무규정의 하나이다.

둘째, 기계·기구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 ‘양도·제공자’ 또한 의무주체로 설정되어 있다. 양도·제공자는 현실적으로는 주로 제조자 또는 수입자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기계·기구 등의 방호장치설치(33조 ①항 ,②항)·안전인증(34조)·자율안전확인신고(35조), 화학물질의 물질안전보건자료작성·경고표시(41조) 등의 규정이 이에 해당한다.

셋째, 수급인의 근로자의 입장에서 볼 때 자신의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는 ‘도급인(都給人)’ 또한 의무주체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도급인에는 다른 자에게 도급을 주고 일의 일부는 스스로 행하는 자뿐만 아니라, 다른 자에게 도급을 주고 스스로는 일을 하지 않는 자도 포함된다. 법 제29조(도급사업시의 안전·보건조치)의 제1항 내지 제8항, 법 제30조(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계상 등)가 도급인을 의무주체로 설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조항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도급인을 의무주체로 설정하고 있는지는 해당 조항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넷째, 기계·기구, 건축물 등을 ‘대여하는 자’ 또한 기계·기구, 건축물 등을 사용하는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업주가 아님에도 의무주체로 규정되어 있다(33조 ③항). 이 의무의 대상 기계·기구, 건축물 등으로는 현재 23종이 규정되어 있다(영 별표8).

다섯째, 파견근로자의 경우 그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대부분의 의무는 그와 근로관계에 있지 않은 ‘사용사업주’에게 부과되어 있다(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35조). 파견근로자와 근로관계에 있는 자는 파견사업주이지만, 파견근로자에게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하는 자는 사용사업주라는 점을 고려하여 규정한 것이다.

이외에도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사업주의 위치에 있지 않은 많은 자에게 의무가 부과되어 있다. 이는 어느 나라이든 산업안전보건법이 “가장 적당한 자에게 가장 적합한 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을 그 입법사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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