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건물·비닐천막 타고 순식간에 번져, 화재에 ‘속수무책’

 


스프링클러 등 방재시설 미설치


지난달 18일 오전 1시 36분께 소래포구 어시장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가 발생했다.

새벽시간에 발생하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나지 않았지만, 332개 점포 중 220여 곳이 불에 타 6억5000만원의 피해가 났다. 대부분 무허가 건축물이기 때문에 보험처리가 쉽지 않아, 사고를 당한 상인들의 시름이 매우 큰 상태다.

경찰은 전기적 요인에 의해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어시장에 설치된 60여대의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시장 ‘가’구역 내의 한 좌판에서 처음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좌판에는 각종 콘센트가 있어 전기 계통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전통시장의 안전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평가다.

먼저 소래포구 어시장의 경우 노후전선들이 직사광선에 노출된 채 얽혀있었고, 낡은 시설 속에 나무 좌판들이 빽빽이 밀집되어 있어 화재의 위험이 상당했다. 여기에 불이 잘 붙는 스티로폼 등 포장재가 점포 곳곳에 방치되어 있었고, 상수도 소화설비 주변도 해산물 판매대 등으로 가로막혀 있던 상태였다.

비닐천막이 둘러싸고 있는 무허가 가건물이어서 스프링클러, 방화벽 등의 기본적인 방재시설도 설치되지 않았고, 비좁은 통로로 인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어 소방작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구조적 문제점도 안고 있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어시장 특성상 수족관 가동을 위해 각종 전력 설비가 24시간 운용된 것은 물론 전선이 얽혀 있어 화재에 노출되기 쉬웠다”며 “지난 2010년과 2013년에도 잇따라 화재가 발생했지만, 사고 이후 시설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위험이 소래어시장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통시장 대부분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전통시장이 대표적인 안전 사각지대로 여겨지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이번 화재사고 외에도 지난해 11월 대구서문시장 화재, 올해 1월 여수수산시장 화재 등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화재 취약시장에 대한 현대화 사업 우선 추진 ▲시장 내 화재예방시설 대폭 확충 ▲전통시장에 대한 정확한 안전진단 ▲진단 결과에 따른 모니터링 강화 ▲상인들을 위한 화재예방 교육 등 관련 대책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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