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고용노동부가 해빙기 건설현장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을 한숨짓게 만들었다.

전체 감독대상 건설현장(1002개) 중 무려 957개 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특히 위반 사업장 중 547개 현장의 경우는 토사붕괴나 근로자 추락 위험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해당 현장의 사업주와 안전관리책임자에 대해 사법처리를 예고하기까지 했다.

사실 건설현장의 위태위태한 안전상황은 이미 경고등이 켜져 있었다. 지난달 9일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2016년도 산업재해 발생현황’이 대표적인 빨간불이다.

산업재해 통계 산출 이래 처음으로 재해율이 0.4%대에 진입한 데 이어, 제조업(0.65%→0.62%)과 서비스업(0.34%→0.32%) 등 대부분 업종이 전년 대비 산업재해가 감소하였으나, 건설업(0.75%→0.84%)은 재해가 크게 증가하였다.

갈수록 ‘부실한 건설안전’이 일순간의 현상이 아닌, 고질적인 문제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하다. 이에 정부에서도 더욱 날이 선 칼을 빼들고 있다. 김왕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번 해빙기 감독 결과를 발표하며, “건설현장의 사고성 사망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향후 취약시기별로 건설현장의 잠재적 위험요인을 사전에 발굴하고 근로감독을 강화하는 등 행정역량을 총동원하여 건설현장 사고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라고 밝혔다.

건설현장을 바라보는 지자체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일례로 서울시는 ‘서울특별시 감사결과 등의 공개에 관한 규정’을 전국 최초로 훈령으로 제정하고 지난달 23일부터 부실시공을 했거나 위법행위를 한 건설업체의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

그동안은 업체의 경영상 이익보호 등을 이유로 부실시공을 해도 익명처리를 해왔는데, 안전문제가 최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이제는 실명을 공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사실상 이제 안전에 있어 더 이상 건설업계가 물러설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설업계도 이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때문에 지난 3월 7일 이기권 고용노동부장관과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50대 건설업체 CEO 등이 한자리에 모여 건설재해 예방에 총력을 기할 것을 약속한데 이어, 지난달 24일에는 50대 건설사의 안전부서장들이 함께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20% 감축’을 위한 4대 실천방안을 채택하고 이를 이행해 나가기로 결의하였다.

이 자리에서 안전부서장들은 기업의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개선하고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낡고 잘못된 관행을 적극 고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제는 이런 말들이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져야 한다. 그래서 건설업을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어야 한다. 시간도 기회도 없다. 당연히 건설업계가 앞장서야 하겠지만, 정부와 지자체, 안전전문기관 등의 지원도 필수적이다.

먼저 건설업계는 CEO와 안전부서장들이 약속한대로, 재해예방을 위한 투자를 지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또 정부와 지자체는 채찍만 휘두를 것이 아니라 중소건설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안전관리 우수 건설업체에 대한 포상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통해 자율안전관리체계의 정착을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안전전문기관은 보다 효율적이고 세심한 기술적 지원을 통해 현장이 놓치고 있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합해지고 조화를 이루면 분명 내년에는 2017년도 재해율이 건설업을 포함한 모든 부분에서 감소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들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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