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우리나라에서는 안전과 보건을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동시에 미시적이고 보이지 않는 잠행성의 보건문제에는 별다른 비중을 두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

그러나 선진적인 안전보건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안전상의 위험요인뿐만 아니라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보건상의 위험요인에도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과 보건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같은 것은 아니다. 안전과 보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안전과 보건은 다음과 같이 구분하고 있다. 하나의 견해에 의하면, 안전은 부상을 일으키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고, 보건은 질병을 일으키는 상황과 관련되어 있다. 또 하나 견해는, 안전은 위험요인의 급성적인 영향을 다루는 것인 반면에, 보건은 위험요인의 만성적인 영향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개념 사이의 구분선이 항상 명확한 것은 아니다. 기계의 방호장치가 안전상의 고려사항이고, 부유하는 석면이 보건상의 고려사항이라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일부 위험요인, 예컨대 페인트스프레이장소, 용접작업 등과 연관된 위험요인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어떤 상황들은 안전상의 위험요인이자 보건상의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급성적인 영향은 심각한 상태에의 갑작스러운 반응이고, 만성적인 영향은 위험하지만 덜 심한 나쁜 상태에의 지속적인 노출에 의한 장기간의 악화이다. 예컨대, 공장소음은 영구적인 손상을 초래하는 90~100데시벨의 소음수준에 장기간 노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보통 보건상의 위험요인에 해당한다.

그러나 소음은 충격소음에의 갑작스러운 급성노출이 청각계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많은 화학적 노출은 급성적 영향(물리적 위험)과 만성적 영향(건강장해)을 둘 다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안전상의 위험요인이자 보건상의 위험요인이다. 스트레스 또한 장기간에 걸친 심리적·생리적 문제를 일으키는 보건상의 위험요인일 뿐만 아니라,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의도치 않게 안전상의 예방조치를 간과하기가 쉽고, 그 결과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안전상의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리·감독자들은 안전과 보건 두 영역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 요구된다. 그리고 안전관계자와 보건관계자는 학문적 배경 등에 있어 차이가 있지만 긴밀한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게다가 21세기에 접어들어 안전전문가와 보건전문가의 차이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령의 올바른 운영을 위해서도 안전과 보건 각 영역의 전문성을 고려하면서 통합(융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경우에도 안전기준과 보건기준으로 장(chapter)이 구분되어 있지만, 각 장을 해석할 때에 안전과 보건에 대한 융합적 관점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 즉 안전기준의 장을 안전문제로만 생각하거나 보건기준의 장을 보건문제로만 접근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는 업무를 수행할 때 협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영 제13조 ④항, 제17조 ②항). 그리고 사업장에서 위험성평가 등 안전보건활동을 실시할 때에도 많은 작업(장소)이 안전상의 위험요인뿐만 아니라 보건상의 위험요인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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