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산업안전보건법령이 정비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들 법령이 근로자에게 널리 주지되지 않는 한 효과적으로 산재예방의 실효를 거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령은 전문적·기술적인 사항이 많고 관계조문도 방대한 수에 이르는데다가 그 체계가 매우 복잡하다. 이 점을 고려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은 제11조 제1항에서 “사업주는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의 요지를 상시 각 작업장 내에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어 근로자로 하여금 알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법령의 용이한 이해를 촉진시키고, 나아가 근로자에게 법령 준수와 산재예방의 의식을 향상시키려고 하고 있다.

본 조항에서 “이 법에 따른 명령”이라 함은 법규명령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시행규칙’,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유해·위험작업에 관한 취업규칙’을 가리킨다. 그리고 작업장이란, 사업장(사업에 속하는 인적 자원, 물적 시설 등이 존재하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 밀접한 관련 하에 작업이 이루어지는 개개의 현장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되는데, 각 사업장의 작업실태, 유해위험요인 분포 등에 근거하여 각 사례별로 판단하되, 건물, 층 등에 의해 판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리고 아무런 장소에나 게시하거나 갖추어 두면 되는 것이 아니고, 각 작업장마다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이어야 한다.

어느 곳이 이에 해당하는 장소이냐 하는 것은 작업현장의 구체적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시 또는 비치의 방법으로는, 문서를 각 작업장에 상시 게시·비치하거나 정보화의 진전에 동반한 방법으로서 인트라넷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어느 방법을 이용하든 사업주는 법령의 요지를 근로자에게 형식적이고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적극적으로 법령의 요지를 근로자로 하여금 ‘알게 하는’ 것까지가 요구된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근로자에게 법령을 주지시키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와 의무를 미리 이해시킴으로써 적정한 노무관리, 무용한 분쟁 방지에 도움이 되게 되고,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이 되는 조치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은 국제노동기구(ILO)의 산업안전보건 관련 협약, 선진국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의 산업안전보건법령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으로서 근대 산업안전보건법의 중요한 내용에 해당한다.

근로자의 알 권리는 다른 권리의 행사를 위한 전제적인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근로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근로자에게 법령, 회사내부규정 등을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근로자에게 어떠한 권리가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고 그들에게 권리를 행사하도록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다름없다.

법령 요지의 게시·비치 조항은 근로자의 알 권리에 관한 일반적 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령에는 이 조항 외에도 근로자의 알 권리에 관한 많은 규정을 두고 있다. 안전보건관리규정(법 제20조 제1항),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결과(영 제25조의6), 안전보건표지 설치·부착(법 제12조), 물질안전보건자료 게시·비치(제41조 제3항), 경고표시(제41조 제5항),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각종 게시·주지 등의 규정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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