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은폐 처벌 강화·도급인의 재해예방 조치 장소 확대

 


올해에만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안법 시행규칙, 안전보건규칙 개정·공포

지난해 발생한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 붕괴·폭발사고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영광 칠산대교 상판 전도 사고 등을 계기로 사회 각계에서는 안전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게 일었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시키고, 안전관리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에 고용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하위법령 개정 작업에 착수했고, 올해 이들 법령이 개정·공포됐다. 본지는 올해 개정된 법령의 주요 사항을 정리해 봤다.

▣산업안전보건법(2017년 4월 18일 개정, 10월 19일 시행)

◇도급인·수급인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통합 공표
지난 4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사항은 도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와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도급인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에 수급인의 산업재해 발생 건수를 포함하여 공표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안전에 대한 원청의 책임은 한층 강화됐다.
아울러 개정 법령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하여금 수급인의 산업재해 발생건수 등을 포함하여 도급인에게 수급인에 관한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도급인이 이 자료를 제공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제출한 경우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이 개정 사항은 2018년 1월 1일 이후 발생한 산업재해부터 적용된다.

◇산업재해 미보고 시 처벌 수준 강화
고용부는 법 개정을 통해 산업재해 미보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재해 미보고에 대한 과태료를 1000만원 이하에서 1500만원 이하로 상향했고, 중대재해를 보고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이는 기존에 3일 동안 휴업한 경미한 재해와 사망 등 중대재해를 미보고한 경우 모두 동일한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어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법 개정으로 산재발생 보고가 제대로 이루어지면서 정확한 통계에 기초한 산재예방정책이 수립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산재은폐하면 형사처벌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보고하지 않는 것과는 별개로 산업재해 발생 사실 자체를 은폐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개정 내용도 담겨 있다.
개정법에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해당 사실을 은폐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특히 산업재해 발생 사실을 은폐한 자와 해당 발생 사실을 은폐하도록 교사(敎唆)하거나 공모(共謀)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산재은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이 새롭게 마련된 것이다. 이 개정사항은 10월 19일부터 시행된다.

◇건설공사 발주자에게 안전보건조정자 선임의무 부과
개정 산안법에 따라 건설공사를 발주한 자는 그 각각의 공사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경우 해당 건설공사 현장에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안전보건조정자는 작업의 혼재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역할을 맡는다. 사실 그동안 건설업에서는 발주자가 다수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분리발주가 이뤄졌는데, 하나의 현장에 다수 업체 근로자가 작업을 하면서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수급인에 대한 도급인의 정보제공 대상 작업 확대
그동안에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정보를 제공하여야 하는 대상 작업은 화학물질 등을 취급하는 설비의 개조 작업 등으로만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질식재해는 일반 사고재해 보다 사망가능성이 50배 높고, 붕괴재해는 단 1건의 사고라도 타 유형의 재해보다 3배 수준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대형사고로 연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질식재해는 도급인으로부터 유해‧위험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에 고용부 법 개정을 통해 화학물질 등의 설비와 관련된 작업 외에 질식 또는 붕괴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의 작업에 대해서도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하도록 했다.
즉,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사전 제공하게 함으로써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개정 내용은 10월 19일 이후 최초로 작업을 도급하는 경우부터 적용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7년 1월 2일 개정·시행)

◇도급인의 재해예방 조치 장소 확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등과 같은 유사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은 산안법 시행규칙에 담겨 있다.
개정 산안법 시행규칙에는 도급인이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하는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에 ‘크레인 등 양중기, 철도차량 등에 의한 충돌 또는 협착의 위험이 있는 장소’를 추가했다.
기존에는 도급인이 ▲토사·구축물·인공구조물 등이 붕괴될 우려가 있는 장소 ▲기계·기구 등이 넘어지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는 장소 등 20개의 장소에 산재예방조치를 취해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발생한 구의역 사고의 경우 그 발생장소가 시행규칙에서 규정하고 있는 산재 발생 위험 장소에 해당하지 않아 도급인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한 바 있다.
고용부는 법령 개정으로 도급인 사업장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감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규 화학물질의 공표명칭 변경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제40조제3항)은 신규화학물질의 유해성·위험성 조사보고서가 제출된 경우 명칭, 유해성·위험성, 조치사항 등을 공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시행규칙(제91조)에서는 사업주가 명칭 등 신규화학물질의 정보보호를 요청한 경우 상품명 등으로 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정보보호 기준 등에 관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신규화학물질의 명칭을 상품명으로 공표하는 경우 공표 내용을 최초 제조·수입한 자와 해당 물질을 구매한 자만 알 수 있고, 공표 후에 상품명을 변경하면 구매자 등이 공표된 물질목록에서 변경된 상품명을 확인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실제로 가습기살균제의 원료물질인 PHMG의 경우 고용부가 공표한 상품명(YSB-WT)이 아닌 다른 상품명(SKYBIO 1100 등)으로 양도·제공되어 사업주·근로자 및 환경부 등이 고용부의 공표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개정 법령은 화학물질의 명칭을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총칭명(總稱名)으로 공표토록 했다. 총칭명은 명명법에 따라 작성되므로 사업주가 임의로 변경하지 못한다.
즉, 이번 개정에 따라 화학물질의 공표명칭을 사업주·근로자 및 환경부가 명확히 인지할 수 있게 되면서 누락 또는 혼선이 방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2017년 3월 3일 개정·시행)

◇이륜자동차 운행 근로자에 대한 보호 조치 신설
안전보건규칙 개정으로 사업주는 이륜자동차를 운행하여 배달하는 근로자에게 승차용 안전모를 지급하여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배달용 이륜자동차의 전조등, 제동등, 후미등, 후사경 또는 제동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근로자의 탑승을 금지해야 한다.
고용부는 이륜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안전규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달 음식업 등에서 이륜자동차와 관련한 사고발생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안전보건규칙을 개정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등에 이륜자동차의 안전운행에 대한 규정이 있지만 배달 음식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승차용 안전모 지급 및 안전장치 조치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타워크레인의 운전작업 중지 풍속기준 강화
안전보건규칙 개정으로 타워크레인 운전작업 중지 기준이 ‘순간풍속 초당 15미터’로 강화됐다. 이는 기존의 작업중지 풍속기준인 ‘초당 20미터’는 태풍으로 분류되는 풍속으로 타워크레인 작업 시 안전을 확보하기 어렵고, 대부분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을 고려하여 초당 20미터보다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 조치다.

◇화재감시자 배치 의무 신설
안전보건규칙 개정에 따라 사업주는 화재발생 시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작업 장소에서 용접‧용단 등의 화기작업을 할 경우, 화재감시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화재감시자는 화재예방활동 및 화재 발생 시 근로자 대피를 유도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처럼 의무가 신설된 이유는 안전보건규칙 등에 화기작업 시 사업주가 조치할 사항을 규정하고 있으나 작업현장에서 인화물에 대한 방호조치나 불티 등 비산방지조치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지하공간 등 밀폐된 장소에서 화재 발생 시 즉각적인 대피가 이루어지지 않아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개정 이유다. 지난 2014년 발생한 고양 종합터미널 화재사고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용접작업 근로자는 보안면을 착용하고 해당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연물의 착화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는 비용접 근로자는 화재위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화재발생 시 적절히 대피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밀폐공간에서의 작업근로자 보호를 위한 안전기준 강화
기존 안전보건규칙에서는 밀폐공간에 대해 정의하고 있었으나 다양한 형태의 밀폐공간을 포함하지 못해 법 적용상의 한계가 있었다. 아울러 유해가스에 일산화탄소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일산화탄소에 관한 적정공기 기준도 규정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개정 법령은 밀폐공간의 개념에 ‘근로자가 상주(常住)하지 않는 공간으로서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장소의 내부’ 등을 새롭게 추가했다. 또한 밀폐공간의 위험성으로 기존 산소결핍, 화재ㆍ폭발 외에 ‘질식’으로 인한 위험성을 추가하고 유해가스 종류에 ‘일산화탄소’를 포함했다.
아울러 개정 법령은 밀폐공간작업 시 착용해야 할 호흡보호구를 ‘송기마스크 또는 공기호흡기’만으로 명확히 했다. 밀폐공간 작업 시 공기호흡기 또는 송기마스크 외에 방독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다가 중독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반영한 조치다.
고용부는 이번 법령 개정으로 밀폐공간 작업에 따른 안전보건조치 사항이 체계적으로 정비되면서, 질식재해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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