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화원인 1층 사무실 분전반 주변 전기 스파크 추정

 

12일 새벽 4시 24분경 포항시에 소재한 인덕노인요양센터에서 불이나, 사망 10명, 부상 17명 등 총 2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불이나자 인근 소방서들의 소방차 및 인력들이 즉시 투입되면서 30분만에 부상자들이 모두 구조됐지만, 불이 난 1층에 거동이 불편한 중증환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만큼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고자는 “1층 부분이 화재로 많이 타 있었고, 요양원 내부는 유독가스로 가득 차 있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결과, 이번 사고는 1층 사무실 분전반 주변의 전기 스파크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허술한 소방관리체계가 빚어낸 대형참사

전문가들은 이번사고를 요양원의 소방관리 체계가 그만큼 미흡하면서 발생한 사고라고 지적한다.

먼저 사망자 모두가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는 점에서 건물의 신축 시 방염ㆍ절연성이 낮은 건축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게 방염ㆍ절연성이 낮은 건물이지만, 소방설비는 소화기와 가스누설경보기, 유도등 만이 갖춰져 있었던 상태였다. 이는 규정상 이곳 시설이 특별히 자동식 소화설비를 갖춰야할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소방법은 연면적 600㎡ 이상의 건물은 자동화재탐지기 등을 갖춰놓도록 했지만, 인덕노인요양센터의 경우 연면적 387㎡로 이 규정에 제한을 받지 않았다. 또 2008년 8월에 관련법이 개정돼 노인·아동시설로서 연면적 300㎡ 이상의 시설엔 간이스프링클러 등 자동식소화설비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인덕요양센터는 2007년 9월 업무 시설에서 아동·노인 시설로 용도가 변경되며 이 규정의 적용도 받지 않았다.

아울러 허술한 안전점검 체계도 문제시됐다. 이곳은 정기검사를 받지 않은 채 지난해 10월 특별 소방점검만 받은 상태였으며, 이 역시도 ‘이상 없음’이라는 판정을 받았을 정도로 허술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설에 대한 인력 배치 또한 문제였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요양보호사 인력배치 기준만 규정할 뿐 취약시간대인 야간 인력배치 기준은 없는 상태다. 인덕노인요양센터의 경우도 사고 당일 60대 여성 요양보호사 한 명만이 야간근무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번사고는 미흡한 소방 및 운영관리 체계가 빚어낸 전형적인 인재(人災)사고라고 분석할 수 있다.

소규모 요양시설, 안전사각지대에 놓여져있어

더 큰 문제는 위의 문제점들이 인덕노인요양센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체계가 허술한 상태에서 소규모 요양시설들의 대부분이 각종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화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제로 이번달 4일 경기도 안산시에 있는 ‘M노인요양원’에서도 아찔한 화재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당시 신속한 인명구조로 한 명의 사망자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독가스로 인해 이번 인덕요양센터와 같은 대형 참사가 발생할 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과 같은 참사가 다시금 발생하지 않으려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요양원의 현실에 맞게 점검체계를 다시 손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008년 7월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시행되면서 전국 노인요양시설은 2007년 647개소에서 지난해에는 2,673개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점검은 매년 극소수만을 선정해 실시하고 있다. 사고 지역인 경북에서도 매년 소방정기검사를 도내 236곳의 노인요양원 중 20여곳만을 선정해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요양원들에 대한 시설평가가 전국적으로 이뤄졌지만 이역시 말 그대로 평가에 그쳤다. 전체의 절반도 되지 않는 1,227곳만 조사에 응하면서 조사의 신뢰성도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사후 검증ㆍ확인 체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사의 실효성 자체도 문제가 됐다. 사고가 발생했던 인덕요양센터도 5개 등급 중 C등급으로 평가됐을 뿐, 그 이후 어떤 조치도 내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 관계자가 “요양원에 대한 평가 방법을 찾기 위해 시범 실시됐을 뿐, 대대적인 조사는 아니었다”라고 해명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실질적인 조사와 점검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현재 요양시설의 안전부분에 있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노인요양시설의 화재는 대형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련법 제도의 보완도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 소방전문가는 “인덕노인요양센터와 같은 소규모 요양원들은 소화기 등 가장 기본적인 소방시설만 갖추면 되어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응을 할 수가 없다”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소방점검제도와 함께 대대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일단 정부는 행안부와 복지부를 중심으로 노인ㆍ아동ㆍ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요양시설에 대한 점검체계 및 관련법 개정을 심각하게 고민해볼 것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복지부는 각종 점검을 지자체들이 잘 실시하고 있는지 여부도 대대적인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해나가기로 했다.

하지만 여느 대형사고가 그렇듯 이번 사고 역시 ‘사후약방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사고에 대한 각계의 비난과 질타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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