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정취를 황사와 미세먼지가 앗아가 버렸다. 계절의 여왕이라 일컬어지는 5월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게다가 재앙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현재진행형이다.

어린이, 노인, 성인할 것 없이 모두가 미세먼지에 고통 받고 있으며, 기침과 목통증, 눈질환은 유행병이 됐다. 미세먼지는 건강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피해를 주고 있다.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매출이 급감했고 레저·스포츠산업은 상당수가 개점휴업 상태다. 재작년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고 우리 경제를 마비시켰던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상 현 시점에서는 미세먼지가 가장 큰 국민안전 위협요소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위급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은 그리 믿음직스럽지 못한 게 사실이다. 초기엔 미세먼지의 발생 원인을 놓고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고, 야외 활동 자제와 외출 시 마스크 착용 권고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미세먼지용 마스크와 공기청정기는 부자들만 부담 없이 살 수 있기 때문에, 미세먼지 대응에도 부익부빈익빈이 있다는 말이 시중에 나돌고 있을 정도다.

일상이 이 정도다보니, OECD국가 중 최저의 안전수준을 보이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에 대해서는 걱정부터 앞서는 게 사실이다. 아직 보호구 착용 문화도 완전히 정착되지 않았는데, 눈에 띄지 않는 황사와 보호구의 위험에 제대로 대응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최근 정부부처 중에서는 고용노동부가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듯해 다소나마 안도가 되긴 한다.

고용부는 최근 황사와 미세먼지 발생 지역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안전보건규칙의 ‘분진’에 관한 정의에 황사와 미세먼지를 포함하고, 미세먼지 경보발령 시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호흡용 보호구를 지급하고 황사·미세먼지의 유해성을 주지시키도록 했다. 단순 권고가 아닌, 법과 제도를 통해 황사 및 미세먼지로부터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공표된 것은 아니기에 그 결실을 논하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지만, 그 노력만으로도 타 부처 및 기관, 지자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 본다. 특히 산업현장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일조할 것으로 본다.

개정안이 실효성 있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장의 준수와 참여가 필수적이다. 현장의 경영진은 제도 유무를 떠나 근로자의 건강보호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미세먼지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새정부의 역할과 책임도 막중하다. 국민안전에 있어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첫 과제이자 시험대가 바로 이 미세먼지 대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의 주먹구구식 대책을 취합한 수준에서 벗어나 이제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 미세먼지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지하고 체계적이고 거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외교를 통한 주변 국가와의 공조에 본격 나서야 한다. 그간 혼돈의 정국 속에 외교채널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나라 혼자의 힘만으로 해결하기가 어렵다. 주변국과의 협력이 필수다. 신뢰와 공존의 관계 구축을 통해 본질적인 문제점부터 착실하게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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