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2017년 5월 1일에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가 대형사고 기사로 전파를 탔다.

조선소 야드 내 7안벽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타워 크레인이 충돌하면서 타워 크레인 지지대가 무너져 해양플랜트 제작 현장을 덮쳤다. 이로 인해 작업자 6명이 숨지고, 25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모두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기부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근로자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었다.

근데, 복은 쌍으로 오지 않고, 불행은 홀로 오지 않는다(福無雙至요 禍不單行이라)는 말이 맞는지, 한창 고용노동부의 안전진단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진행되고 있던 5월 17일 오전에 근로자가 용접작업을 하던 중 용접불꽃이 작업현장 냉각탑 아래 PVC필터에 옮겨 붙으면서 화재가 발생하였다.

크레인 사고라는 대형 참사에 대한 조치가 채 이루어지기도 전에 연이어 발생한 화재사고라서 비록 인명피해가 없다고는 하더라도 그냥 가벼이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두 사고는 모두 재래형 사고이다. 해서 정부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대책마련을 약속하고는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2016년 산업재해지표 중에서 사고사망만인율이 0.53‱로 나타났다.

점진적 감소추세이기는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2~4배 높은 수치이다. 왜 그럴까? 많은 대형사고 후에는 떠들썩하게 매스컴을 한 번 장식하고는 늘 그래왔듯이 관련자 엄중처벌과 일부설비의 개선으로 사고에 대한 마무리가 지어지고 잊혀져 갔다. 이는 아직도 안전을 이끌어 나가야할 정부의 시각이 하드웨어 정비와 같은 물리적 위험요소의 제거에 머물러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거의 모든 사고는 근로자가 연관돼 있기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안전의식 문제인데 말이다. 근로자의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일시적인 처벌과 채찍이 아니라 문화(Culture)라는 소프트웨어이다. 조직의 문화가 근로자의 마음과 의식을 바꾸게 하고 행동을 바꾸게 하여 근로자를 변화하게 한다. 안전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안전문화(Safety Culture)이다.

안전 최우선을 스스로 다짐하는 조직과 개인의 자세와 품성이 집결된 것으로 잠재된 위험요소를 찾아내어 위험을 제어하며,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생활하는 자세 혹은 분위기가 안전문화이다. 안전을 확보하고자 함에 있어서 이보다 더 훌륭한 목표가 있을 수 없다. 작업장의 안전문화에 초점을 맞추고 안전문화의 증진이나 정착을 위한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안전문화가 추상적일 수 있지만 안전문화를 뿌리 내리기 위한 방법은 안전교육, 안전활동, 홍보사업 등과 같이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다.

다만 시간이 많이 걸릴 뿐이고 조직의 안전정책을 주무르고 있는 안전정책집행자의 리더십에 달려 있을 뿐이다. 기다림에 익숙하지 않고 안전문화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여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 근로자들이 있기도 하다. 해서 교육을 귀찮아하고 안전활동을 형식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는 가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전문화 형성의 핵심은 안전에 대한 가치의 인식이 전제된다. 안전에 대한 올바른 가치 인식 없이는 안전수준은 늘 제자리를 맴돈다. 이런 근로자들에게 안전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올바르게 방향을 제시해야 할 사람이 조직의 안전정책집행자이다.

정책집행자는 절대로 조급해서는 안 된다. 단시간에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여 경쟁하듯이 달려가거나 내몰려서는 안 된다. 안전에 대한 가치인식을 위해 끊임없이 배워서 충분한 식견으로 안전에 대한 실패하지 않는 통찰력과 판단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집행자라면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한들 근로자들이 믿고 따라 갈 것이다. 조직의 안전문화는 정책집행자가 지향하는 방향을 함께 바라보는 근로자가 많아지고 결국은 서로가 합치하는 상태에 이르러야 건강하게 착근한다.

이런 안전문화라면 근로자의 마음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하다. 근로자는 안전문제의 해결에 수동적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며,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제공함으로서 조직의 안전 관련요인들을 광범위한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 조직 구성원 모두가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게 되어 근로자 자신의 불안전한 행동에 대하여 상호 공개할 수 있게 되고 즐겁게 개선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긴다.

올바른 변화일 것이다. 안전문화를 위해서라면 느리게 가더라도 멈추지 말자. 더 나아가 ‘내게 말해줘운동’을 전개해보자. 내가 불안전한 상태에 있거나 불안전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가까이 있는 내 동료가 직접적으로 내게 고치라고 말해 줄 수 있는 안전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추구하는 일대일 운동이다. ‘Tell Me’ if you see me doing something unsafe. 내게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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