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2017년 6월 14일 영국 런던의 24층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 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로 100명 가까이가 숨졌다. 부상자 수까지 포함한다면 가히 끔찍한 재앙 수준이다. 이에 영국에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런던에서 일어난 최악의 화재로 불리고 있다. 고층건축물 화재사고는 비단 영국만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사고다.

국민안전처의 국가화재정보센터에 의하면 최근 3년간 고층건축물 화재는 2014년 107건, 2015년 107건이었다가 2016년 150건으로 크게 늘었다. 2010년 10월 1일 부산 해운대구의 38층 규모 주거용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새로 지어지는 30층 이상 건축물 외벽에는 방화에 지장이 없는 불연재 등을 사용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고층건축물 화 재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2015년 의정부의 10층 규모 대봉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그 대표적인 예다.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불이 옆 아파트로까지 번져 주민 5명이 숨지고 125명이 부상을 입었다. 최근 사고 중에서는 2017년 2월 동탄 메타폴리스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가 가장 이슈화되었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불은 3층 어린이 놀이시설 철거 과정에서 일어났다. 이들 사고에서 보듯, 고층건축물 화재는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층건축물의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의 고층건축물 의 문제점과 그 대책을 살펴보자. 첫째, 건축물 내부의 방염처리문제를 들 수 있다.

건축물의 벽, 반자, 지붕 등 내부의 마감재료는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인 불연재를 사용해야 하고, 커튼 등은 방염처리를 해야 하는데 오래된 건축물일수록 방염처리 기준이 없어서 한번 화재가 발생하면 대응이 쉽지 않다. 또한 건축물 신축 당시 방염처리를 해두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경년 변화가 발생하여 방염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내에서 사용되는 물품의 방염 내구연한은 일반적으로 3년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강제조항은 아니다.

이에 방염처리의 내구연한을 법으로 규정하여 건축물 내부의 방염이 필요한 부분에 방염처리를 주기적으로 하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둘째, 건축물 외벽에 방화에 지장이 없는 재료의 사용을 들 수 있다. 그동안 화재예방을 위해서 건축물 내부에 있는 마감재료에만 신경을 쓴 나머지 건축물 외벽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2010년 부산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2015년 의정부 대 봉아파트 화재를 겪고 나서야 건축물 외벽의 마감재료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2015년 9월부터 건축되어지는 6층 이상의 모든 건축물에 대해서는 건축물 외벽에 불연재를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소급 적용되지 않아서 그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이에 기존 건축물의 외벽에 대해서도 적절한 안전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국민의 안전의식에 대한 문제를 들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민의 안전불감증이다. 30층 이상 건축물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에 반해 화재에 대비하는 우리의 안전 의식은 어떠한가? 이제는 정말 안전훈련부터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실전처럼 제대로 하고, 지금부터라도 우리 건축물에 설치되어 있는 소방안전시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소화기, 피난용승강기, 피난안전구역 등이 어디에 설치되어 있고 사용방법은 어떻게 되는지부 터 확인해 주기 바란다.

영국 런던 아파트화재를 돌아볼 때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지금 바로 대비해야 할 때이다. 국민 모두 소방안전에 관심을 가지고 초기대응을 잘하면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충대충 빨리빨리 문화가 안전 쪽에서는 사라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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