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우 교수의 산업안전보건법 해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은 제26조에서 근로자의 작업거절에 대해 사업주의 의무 형식으로 “사업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또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고 근로자를 작업장소로부터 대피시키는 등 필요한 안전보건상의 조치를 한 후 작업을 다시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본조는 산재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 사업주에게 바로 작업을 중지하고 근로자 대피 등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정한 것으로서, 사업주의 작업중지·대피에 대한 일반적인 의무규정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주의 작업중지·대피에 대한 구체적인 의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규칙’)에서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규칙 제37조(악천후 및 강풍 시 작업중지), 제349조(작업중지 및 피난), 제360조(작업의 중지 등), 제438조(사고 시의 대피 등), 제554조(사고가 발생한 경우의 조치), 제624조(사고 시의 대피 등) 등이 그것이다.

이 사업주의 작업중지·대피의무에 대응하여 근로자에게는 작업거절권으로서 작업중지·대피권이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사업주는 산안법 제26조에 반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없고, 근로자는 동조를 근거로 요건을 충족하는 상황에서는 작업을 정당하게 거절할 수 있다. 따라서 작업거절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하여 불이익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이 된다. 산안법 제26조 제3항의 “사업주는 산업재해의 급박한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에는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한 근로자에 대하여 이를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이 불이익처분 금지를 공법적으로 확인하는 규정이라 할 수 있다.

요컨대, 본 규정은 입법형식상 사업주 의무의 형태로 되어 있지만, 사법(계약법)으로의 전환에 적합한 공법규정의 하나로서 사업주의 계약상의 의무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의 관점에서는 사업주에 대하여 작업거절을 할 수 있는 권리의 근거가 된다.

그런데 근로자가 작업을 거절할 수 있는 구체적 범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산안법은 이에 대한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먼저, 전술한 규칙에 규정된 급박한 위험상황이 근로자가 작업을 거절할 수 있는 대표적인 대상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근로자가 위법한 명령을 받은 경우 당해 작업명령은 위법한 명령으로서 무효라고 할 수 있으므로, 해당 근로자는 그 명령에 대해서 작업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작업이 제한되어 있는 업무(법 제47조)에 무자격자인데 작업을 하도록 명령받은 경우가 전형적인 예이다.

또한 안전장치를 장착시켜야 할 기계에 장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사용하여 작업하도록 명령받은 경우,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기계·기구·설비 등(법 제34조)의 사용을 명령받은 경우, 규정된 방호장치를 구비하지 않은 기계 등(법 제33조)을 사용하여 작업하도록 명령받은 경우, 제조 등이 금지된 물질(법 제37조)의 취급을 명령받은 경우 등 또한 작업거절을 할 수 있는 사례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근로자는 산안법령에 규정된 것과 같은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통상적인 위험에 대해서도 이를 무릅쓰면서까지 근로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작업을 거절할 수 있는 범위는 실정법상의 규정으로 한정되지 않고 이보다 넓게 인정될 수 있다. 이 주장은 근로자의 권리가 경우에 따라서는 실정법의 규정을 넘어 발생할 수 있다는 법리로부터 도출될 수 있다. 다만, 작업거절권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작 중요한 것은 구체적 행사 요건이라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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