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태 홍익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최근 모 전자회사와 관련된 직업병 문제로 산업재해승인 및 보상에 관한 사항이 사회적 이슈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의 업무상 재해 불승인율이 최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한 점도 불거져 전반적인 산재승인과정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노동단체 차원에서 또 국회차원에서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개최하며 해결 및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본지는 산재분야의 실무 전문가로 유명한 이우태 홍익노무법인 대표를 만나 현 산재승인절차의 근본적인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대표님 및 홍익노무법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법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무전문법인으로 현재 국내 대기업 및 공기업, 금융업종 등 400여개 회사에 노사문제와 관련한 사항을 자문해주고 있습니다.

노동법률 자문, 노사관계사건 조정, HR컨설팅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특히 그중에서도 산재보상과 행정심판이 저희 법인의 전문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의 대표 공인노무사를 맡고 있으며, 1993년에 시행된 제4회 공인노무사시험에 합격한 이래 노무분야에 17년째 몸을 담고 있습니다. 이 업무를 하기 전에는 노동부(현 고용노동부)에서 노사관계와 산재보상 등 노동행정업무를 담당했습니다.

Q. 최근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불승인율이 높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의 업무상 재해 불승인율이 계속 높아져 간다는 점을 지적하신 것 같은데, 저도 이 부분과 관련해 문제가 있다는 데에는 일정부분 공감합니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근로자들을 더 잘 보호하고, 산재판정의 신뢰를 제고시키기 위해 2008년 7월 1일부터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겉모습만을 놓고 평가를 한다면 본래 취지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도입 첫해부터 불승인율이 55.3%나 됐으며, 이듬해인 2009년에는 60.7%, 올해에는 64.5%로 매년 불승인율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이름을 업무외질병판정위원회라 해도 무리가 없을 지경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재해를 당한 근로자나 유가족 또는 노동단체 등이 불만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사에 대한 적절성입니다. 어떤 점이 현재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까?

질판위 운영이 문제점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본질은 아닙니다. 근본적 원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시행령 제34조(업무상의 재해의 인정 기준) 제1항이 동법 제37조 제1항 단서에 위반되는데도 방치되고 있다는 것에 있습니다.

현행 산재법 내용을 풀어가며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는 “근로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다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相當因果關係)가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돼 있습니다.

이 법 조항이 말하는 취지는 재해와 업무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만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명백한 인과관계가 없어도 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바로 의학적으로 명백하지 않아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입니다.

그런데 산재법 37조 제1항에 따라 규정되어야 할 시행령 제34조 제1항은 상당인과관계로 기준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명확한 인과관계를 갖추어야 한다”라고 산재법에 위반되게 기준이 규정돼 있습니다. 이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재해로 본다는 산재법 제37조 제1항에 명백히 반합니다.

근로복지공단과 질판위가 이처럼 산재법에 위반되는 시행령 34조 제1항시행령에 의거해 ‘명백한 인과관계’로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하고 그 입증책임을 근로자 등에게 부담시키고 있으니 불승인이 당연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근본원인이고 문제인 것입니다.

Q. 그럼 해결 방안은 무엇입니까?

우선 산재법 제37조 제1항에 맞게 시행령 제34조 제1항을 개정해야 합니다. 현재의 시행령 제34조 제1항은 종전의 시행규칙에 있던 내용이 시행령으로 개정된 것입니다. 종전 구 산재법 시행규칙 제33조를 보면 “업무상 요인에 의하여 이환된 질병이 아니라는 명백한 반증이 없는 한 이를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즉 개정되기 전 시행규칙에서는 업무상 질병을 상당인과관계로 판단하고 입증도 근로복지공단에서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공단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도록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Q. 재해조사 역시 주요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은?

재해조사자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근로자 및 유족에게 충분히 진술할 기회를 부여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재해조사는 근로복지공단 담당자 본인이 생각한 질문에 따라 근로자 등이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이 방식은 전문지식이 없는 근로자 등으로 하여금 담당자의 의도에 맞는 답변만을 하게 해 질문의 방향과 내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 판정의 공정성도 떨어집니다. 특히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도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했고, 무엇 때문에 힘들어 했는지를 소명해줄 사람조차 없어 더욱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불합리한 점을 막기 위해선 재해조사를 하기 전에 미리 근로자로 하여금 업무의 내용 및 수행과정, 재해발생원인 등을 상세히 적어 별도로 제출하도록 안내를 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재해조사를 해야 합니다.

또 조사과정에서도 공인노무사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고 보장되어야 합니다.

Q. 질병판정위원회의 운영과 관련한 개선사항은?

업무상 질병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전부 질판위로 넘길 것이 아니라 주치의와 지사 내 자문의 전원의 의학적 견해가 다를 때에 한해 질판위에 회부하도록 개선해야합니다.

현재처럼 명백한 판단 기준이 없이 대부분의 사항을 질판위에 맡겨버린다면 한계가 있는 질판위의 능력상 이런 사항 모두를 자세히 챙겨보기 힘들게 되고 결국 제대로 된 판정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지역본부별로 운영하고 있는 질판위가 과연 필요한 가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합니다.

굳이 운영한다면 질판위 위원들이 심리를 꼼꼼히 할 수 있도록 적정하게 업무를 배당하고, 위원들간의 의결방식도 상당인과관계로 판단하게끔 바꾸어야 합니다.

사실관계의 쟁점을 가지고 의학적 소견과 법률적 견해로 구분해 심의하는 방식으로 하되, 반수이면 업무상재해로 인정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져야 하며, 심리과정을 공개하고 근로자와 대리인의 진술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변경되지 않는다면 질판위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Q.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올바른 처리과정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산업재해를 입으면 또는 근무 중에 이상한 증세가 나타나면 바로 회사에 이야기를 하고 빠른 시간 내에 병원으로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어 진단을 하는 의사와 질병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반드시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맡고부터 힘들었는지’ 등과 관련해 직장생활을 상세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회사의 경우는 근로자에게 발병원인 등을 물어 요양신청서를 3부 작성한 다음, 산재지정병원에서 날인을 받아 주거지 인근 공단지사나 회사를 관할하는 공단지사에 제출해주는 등 협조를 해줘야 합니다.

Q. 산업재해 처리 과정과 관련해 추가적으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이 있으시다면?

먼저 벤젠, 크롬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업병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발현됨으로 진폐증과 같이 산재신청기간에 대한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합니다.

또 직업병의 경우 당해 회사에 입사하기 전 다른 회사에서 근무한 때의 작업환경이나 내용이 원인이 되어 발현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서 보험을 처리하게 되어 개별보험요율이 올라갑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당 회사가 산재처리를 기피하거나 보험요율 결정에 불만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업무상질병과 관련해 개별보험요율을 결정할 때에는 근로자가 당해 회사에 근무한 정도를 고려해 반영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야합니다.

그리고 건설회사의 경우에는 현재 원수급인이 보험가입자로서 하수급인회사 근로자의 산재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질적인 근무처와 산재관리회사가 다르다 보니 근로자들이 산재처리를 받기가 어렵게 되는 문제점이 있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하도급회사에서 직접 산재처리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안전인들과 전국 근로자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인은 근로자의 신체와 생명을 지키는 일을 하는 분들이지요. 때문에 저는 산업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이라 생각하고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직장동료와 그 가족들의 행복지킴이라 할 수 있지요.

바람이 있다면 자신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꼭 기억해달라는 것입니다. 자신이 안전해야 타인의 안전도 지키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근로자분들은 안전인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지도에 따라 근무를 해야 할 것입니다. 안전이 소중히 여겨질 때 신나는 일터가 된다는 것을 늘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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