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적용 소방시설 선진국 수준…문제는 유지관리 안돼
진복권 청운대 건축설비소방학과 교수

최근 환경의 변화에 따라 안전페러다임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민간기관들을 활성화해나가야 한다는 것. 소방분야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청운대 진복권 교수는 급변하는 소방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관주도형 소방관리체제를 민간분야로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방행정에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의 현실을 잘알고 있는 민간기관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본지는 진복권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소방안전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안전이란?

안전이란 위험이 없고 편안한 상태를 일컫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평소 위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하며, 각 분야별로 안전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들도 향상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소방시설의 현 실태를 짚어주신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건물에 적용되어 있는 소방시설은 선진국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그 시설을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부산에서 발생한 사격장 화재사고도 6년전 허가 받은 이후부터 매일 환기하고 청소 했어야 했는데, 사고 발생 일까지 한 번도 안했고 그것이 이번에 폭발사고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는 안전에 대한 사업주들의 불감증과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알 수 있게 해줍니다.

Q. 우리나라 소방안전문화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국내의 건축기술은 우리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재해의 유형도 이제는 너무 대형화되고 다양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 소방환경도 그 변화에 맞춰 나가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민간 기관을 활성화해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국의 경우 미국방화협회(NFPA)라는 민간단체에 의해 제정된 건축화재안전 기준을 건물 설계단계부터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방재청 주도로 만들어진 기준을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기준은 화재 안전을 위해서는 매우 잘 만들어져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관주도로 나가고, 그것을 엄격하게만 적용시키다보니 민간 기업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사무실 소파에 불이 났다고 가정해보죠. 그 불을 끄려면 소화기 하나면 충분한데도, 법에서는 사무실의 면적이 30평 이상 되니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라고 요구합니다.

물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화재를 확실하게 진압할 수 있고, 위험요인도 그만큼 감소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 입장, 특히 영세 소규모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부담이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그 기준을 민간단체에서 주도적으로 만드니깐 관주도형보다는 현실과 경제성을 좀 더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의 경제성을 생각해서 기준을 만들다보니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덜 하다는 말입니다.

사회의 인프라는 지금으로서는 경제에 치우칠 수밖에 없습니다. 경영주 입장에서는 영리를 얻기 위해서 기업을 운영해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을 인정하면서도 화재안전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관주도형보다는 민간주도형으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내가 주인이 되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해나가지만 따라가는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도 하기 싫은 것이 사람입니다. 소방시설이 필요하다면 그 소방업자와 건축주들을 따라오라고만 다그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따라올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민간주도형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최근 소방방재청에서는 소방검사를 보험사 위험 관리기능으로 전환하고자 계획 중에 있습니다. 이는 옛날부터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에도 도입된다는 것에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는 민간보험사들이 소방안전에 대한 전체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그 위험 및 안전관리 정도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적용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성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건축주 입장에서는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동안은 이 검사 부분도 모두 소방관서에서 관리했었습니다. 규제행정만을 펼치다보니 사업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일각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조금 지나치다는 의견을 그동안 꾸준히 제기하기도 했었습니다.

Q. 최근 산업현장에서도 각종 화재폭발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업장에서 안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안전마인드입니다. 삼성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30여년 전 삼성전자 수원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많은 직원들이 숨진바 있습니다.

당시 이병철 사장은 그 사고에 대노하면서 경영방침 자체를 안전으로 바꿨고, 삼성전자 내에 119구조단, 화재안전본부를 별도로 만들어놓을 정도로 과감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결과, 지금 삼성은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정부 못지않은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갖추게 됐습니다. 이 모든 것이 CEO 한명의 생각이 바뀌니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럼 점에서 앞으로 산업현장의 안전을 위해서는 CEO들의 안전마인드를 바꿔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보면 과장급, 부장급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보다 Top Management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전교육이 더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분들의 마인드를 전환시킬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하루 또는 1박2일 정도 시간을 내어 교육을 진행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쉬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산업안전보건공단 및 대한산업안전협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교육을 정말 알차게 진행해서 그 분들에게 안전이 왜 필요한 것인지, 또 안전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게끔 하는 것이 안전문화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Q. 최근 우리나라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향상시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지난해의 경우 사고 발생률이 2008년 대비로 13% 줄어드는 등 전체적으로 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작년과 재작년에 연이어 발생한 숭례문 화재사고, 이천물류창고 화재사고, 화왕산 참사 등의 사고로 인해 안전이 그만큼 홍보가 잘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안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TV나 신문,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한 홍보활동을 좀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단, 예전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면 그에 파생된 보도로 홍보효과를 누렸지만, 이제는 사고 발생 후가 아닌 사전 대비 측면에서 홍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밖에도 정부는 역량을 총동원하여 TV는 물론 유치원, 학교, 소방교육기관 등에도 안전에 대해 총체적으로 알려나가야 하며, 민간부문도 안전성 향상과 위험성 감소를 위한 투자와 관심영역을 점차 넓혀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대해 평가해주시고, 그에 대한 개선점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소방안전에 대한 예산증액(전년대비 20.7% 증액), 소방관 3교대 근무의 연내 실시, 소방검사를 보험사 위험관리기능으로 전환, 실내사격장 및 스크린 골프장 등의 업종을 위험관리영역으로 포함시킨 사례 등은 매우 바람직한 사안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안전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와는 달리 안전예산은 아직 전체 국가예산의 2% 내외에 그치고 있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3교대 소요인력의 충원을 미루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근본적이고 세부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직 정립되지 않은 다중이용업소에 대한 화재위험성평가기준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하고, 고층건물 다중영화사용관 등에 대한 성능설계의 이중적 부과 사안은 개선되고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소방안전 정책과 관련해 정부 측에 제안하실 점이 있으시다면?

이제 우리나라 사회의 안전불감증은 많이 나아졌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안전의 전문지식과 전문기술을 향상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소방도 우수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해나가야 합니다. 현재의 소방환경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책을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는 것이 지금 소방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병원의 운영은 의사가, 대학의 정책입안은 교수가, 법원의 발전방안에 대해서는 법관이 고민을 하고 입안을 합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소방분야도 소방전문가가 주도적으로 행정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두 번째로 새로운 업무를 개발하는 것보다는 지금 수행하고 있는 관리감독, 점검 등 소방의 기본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하려면 그에 따른 인원이 있어야 하는데, 인력충원이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업무를 개발․추진하려다보니 그 업무가 이벤트성으로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정책개발 시 반드시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제도개선을 통해 소방업무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으로 이원화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소방관서에서는 화재, 진화, 현장대응, 예방 등의 공공 업무에 치중하고, 사업자 및 공사업자들을 규제하는 것은 과감히 민간단체에 이양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단, 민간에 그 권한을 이양한다고 해도 어느정도의 혼선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 혼선을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줄여나가는 것도 중요한 문제가 될 것입니다.

Q.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안전인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100가지의 좋은 제안보다는 작은 1가지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실천해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복권 교수는?

- 현 청운대학교 건축설비소방학과 교수
- 인하대학교 대학원 졸업
- 공학박사 / 소방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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